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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연금·풋옵션·제판분리···연초부터 바쁜 ‘생보사 빅3’

즉시연금·풋옵션·제판분리···연초부터 바쁜 ‘생보사 빅3’

등록 2021.01.25 14:57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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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3월 10일 즉시연금 소송 첫 판결교보생명, FI측 기소로 풋옵션 분쟁 새 국면한화생명, 대형사 최초 제판분리 본격 준비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국내 3대 대형 생명보험사가 2021년 연초부터 법정 공방과 사업구조 개편으로 분주하다.

4300억원의 즉시연금을 미지급한 업계 1위사 삼성생명은 오는 3월 가입자들이 제기한 첫 소송 판결을 앞두고 약관 유형이 동일한 동양생명이 패소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교보생명은 올해로 4년째 최대주주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간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FI 측이 주식 가격을 부풀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대형사 중 처음으로 제판(제조+판매)분리를 추진하는 한화생명은 오는 4월 초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칭) 출범 준비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생명보험사 만기환급형 과소 지급 사태 일지 및 미지급액. 그래픽=뉴스웨이 DB생명보험사 만기환급형 과소 지급 사태 일지 및 미지급액. 그래픽=뉴스웨이 DB

◇삼성생명, 즉시연금 소송 판결 초읽기 = 삼성생명은 오는 3월 10일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제기한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의 첫 판결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금융소비자연맹을 통해 진행한 공동소송에서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이 잇따라 패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생명의 경우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의 원인이 된 약관 유형이 삼성생명과 동일해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4단독 재판부는 지난 19일 동양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12명이 제기한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 연금을 지급했으나, 약관에는 연금 지급 시 해당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삼성생명은 2018년 2월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해 즉시연금 가입자 A씨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과 이자를 전액 지급했으나, 동일한 유형의 다른 가입자에게는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 권고 이후 지급한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71억원(2만2700건)으로, 전체 미지급금의 60분의 1 수준이다.

삼성생명은 민원을 제기한 즉시연금 가입자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4300억원(5만5000건)으로 가장 많다. 이는 금감원이 최대 1조원으로 추산한 전체 즉시연금 미지급금의 절반 수준이다.

삼성생명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이 제기한 공동소송의 1심 판결을 앞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미지급금은 각각 850억원(2만5000건), 700억원(1만5000건)이다.

한화생명은 미래에셋생명, 교보생명은 삼성생명과 즉시연금 약관 유형이 동일하거나 유사하다.

한화생명의 약관은 연금 지급액 관련 항목에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 상당액에서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해 지급한다’는 문구가 있다.

다만, 삼성생명 역시 다른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패소 판결 시 항소할 것으로 보여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생명은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온 지난해 11월 말 곧바로 항소했다. 동양생명 역시 판결 내용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3분기 경영실적 발표회 당시 재경팀장이었던 이경복 전무는 “지난 9월에는 NH농협생명이 전건 승소한 사례가 있는 등 하급심 결과가 엇갈리고 있어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소송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교보생명 주주 현황. 그래픽=뉴스웨이 DB교보생명 주주 현황. 그래픽=뉴스웨이 DB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분위기 반전 =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과 FI간 풋옵션 분쟁의 핵심 쟁점인 주식 가격을 부풀려 산정한 혐의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하 딜로이트 안진)과 FI 측 관계자들이 기소되면서 일단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검찰은 지난 19일 딜로이트 안진 소속 회계사들과 FI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 컨소시엄 임원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회계사들이 교보생명 주식 가치를 평가하면서 FI 측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용역을 수행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해 4월 풋옵션 행사 가격에 대한 평가는 행사일을 기준으로 해야 함에도 딜로이트 안진이 일부 FI의 의뢰로 평가 기준일을 앞당겨 가격을 부풀렸다며 딜로이트 안진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딜로이트 안진을 통해 풋옵션 행사 가격을 주당 40만9000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매입 원가인 주당 24만5000원의 2배에 가까운 것이어서 과대평가 여부를 놓고 신 회장과 FI 측이 논쟁을 벌여왔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매입하면서 2015년 9월 말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았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어피너티(9.05%), IMM PE(5.23%), 베어링 PE(5.23%), 싱가포르투자청(4.5%) 등 4개 투자자로 구성돼 있다.

검찰의 기소에 따른 재판 결과는 향후 FI 측이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제기한 중재 판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신 회장과 FI 측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었던 ICC의 대면 청문회는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인해 올해 3월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 회장과 FI 측은 검찰의 기소 결정 이후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며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FI 측은 지난 21일 ‘교보생명 풋옵션에 대한 6가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FI의 지분을 다시 살 의무가 있는 신 회장은 가격을 제시하기는커녕 평가기관을 지정하지도 않았다”며 “이제 와서 계약 절차를 다 이행한 FI를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측은 “어피너티 측과 딜로이트 안진은 검찰에 기소까지 됐음에도 불구하고 반성은커녕 공정하고 엄중한 사법적 판단과 절차를 무시하고 부정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생명 본사. 사진=한화생명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생명 본사. 사진=한화생명

◇한화생명, 제판분리 준비 작업 박차 = 한화생명은 오는 4월부터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 준비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개인영업본부 산하 보험 모집 및 지원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신설할 예정이다.

신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한화생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총자본 6500억원 규모의 초대형 GA다. 기존 한화생명 개인영업본부 산하 임직원 1400여명과 설계사 2만여명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이동한다.

삼성생명, 교보생명을 포함한 3대 대형 생보사 중 제판분리를 추진하는 것은 한화생명이 처음이다.

한화생명은 제판분리를 앞두고 이달 초 단행한 조직개편을 통해 보험, 신사업, 전략 등 3개 부문 체제로 전환했다. 향후 보험부문 산하 개인영업본부를 분리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신설한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세계 보험시장의 제판분리 추세에 맞춰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업계 1위 초대형 판매전문회사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은 지난달 24일 경영공유세션에서 “GA의 시장점유율이 지속 확대되는 보험업 환경에서 그간의 방식인 수성(守城)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통한 공격만이 현 상황을 이겨내는 해결책”이라며 “보험영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지속적인 확장 전략으로 1등 판매전문회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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