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항암신약 리보세라닙 허위공시 의심진 회장 “3상 결과 발표 과정서 생긴 오해”은행원 출신 M&A 전문가···2009년 바이오 진입
에이치엘비는 2019년 6월 리보세라닙 임상 3상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부풀려 공시한 혐의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쳤고, 조만간 증권선물위원회 조치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에이치엘비가 FDA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리보세라닙 개발에 성공했다고 공시한 부분을 의심하고 있다.
문제가 된 임상결과는 2019년 공개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 결과다. 그해 6월 27일 에이치엘비는 리보세라닙이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곧바로 유럽종양학회(ESCO)에서 리보세라닙이 월등한 약효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다소 특이한 이력을 지닌 소유자다. 10년 전만해도 바이오제약 문외한 이었다. 1966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난 그는 원광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부산은행과 평화은행을 거치며 기획업무를 담당하다 IMF 외환위기로 평화은행이 우리은행에 합병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서울 강남에서 호프집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현재 몸 담고 있는 에이치엘비 역시 원래 바이오제약과 거리가 먼 분야에 사업을 했었다. 에이치엘비의 원래 본업은 선박회사다. 현재도 선박부문이 대부분의 매출액을 차지하고 있어, 여전히 바이오 회사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진 회장이 본격적으로 바이오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9년부터다.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을 연구하고 있는 미국의 LSK바이오파마(현 엘리바)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발을 들여놨다. 당시 에이치엘비는 본업인 조선업이 불황에다 신규사업 운영자금 때문에 재정이 빠듯한 상황이었다. 당시 진 회장은 LSKB의 경영진으로부터 표적함암제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바이오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전혀 없었던 진 회장은 당시 LSKB 경영진의 열정을 보고 투자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당시 진 회장은 “표적항암제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었으나 여전히 잘 모르는 분야”라며 “하지만 LSKB 경영진들의 순수함과 열정에는 확신이 가서, 이들을 보고 한번 더 투자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진 회장은 한동안 회사가 어려운 마당에 불확실한 바이오에 모험을 하고 있다며 주주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진 회장이 사활을 걸고 있는 리보세라닙의 운명이 위태로워 지면서 업계는 진 회장이 어떻게 위기를 탈출할지 주목하고 있다. 진 회장은 “20만 주주들의 경제적 문제가 달린 만큼 정확한 정보를 발표하고, 각종 기관 조사에서도 책임질 수 있도록 충실히 사실관계를 말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이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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