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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로 태어나 1조 부호 꿈 이룬 김봉진, 재산 절반 기부

'흙수저'로 태어나 1조 부호 꿈 이룬 김봉진, 재산 절반 기부

등록 2021.02.18 13:35

수정 2021.02.19 08:55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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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회사원에서 단돈 3000만원으로 배민 창업10년 만에 회사 초고속 성장 ‘1조원’대 부호로 우뚝스타트업계 아이콘 “창업자들에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뻐”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2017년 페이스북을 통해 100억원을 3년 안에 환원하겠다는 기부 서약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 인생의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합니다.”

한국 스타트업계의 신화로 불리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최소 5500억원 이상에 달하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키로 해 화제다.

김 의장은 18일 세계적인 부자들의 기부 클럽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가입했다. 이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자산이 10억달러(약 1조1065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앞서 10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한 차례 지켰던 그는 이제 ‘죽는 날까지’ 기부를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수성가 기업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 ‘우아한형제들’의 사회적 기업 가치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평범한 회사원에서‘1조원’ 부호로 우뚝···기업가치 ‘5조원’=김 의장에게는 ‘공고 출신 흙수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소위 명문대 출신이 많은 스타트업 시장에 ‘전문대’ 출신인 그가 국내 최고의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켰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수도전기공고와 서울예술대학 실내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디자인그룹 이모션, 네오위즈, 네이버에 다니다가 2010년 자본금 3000만원으로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했다. 전공과 무관한 길을 택한 셈이다.

이후 곧장 ‘배달음식 전화번호’모바일 안내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모바일 중개 플랫폼은 세계적으로 태동 단계를 밟고 있는 시기로, 국내에서는 다소 출발이 늦은 시기였다. 그는 국내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배달앱 시장의 문을 연 것이다. 창업 초기 전단지 데이터 확보를 위해 김 의장은 강남, 한남 등 서울 주요 지역 건물을 돌며 직접 전단지를 줍고 다니기도 했다.

플랫폼 사업 구조상 IT 기술력이 주요했던 시장에서 김 의장은 자신만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10년간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은 만큼 ‘디자인’과 독특한 ‘마케팅’ 능력으로 배달의민족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그는 배달의민족 브랜드에 다양한 ‘패러디’를 접목했고 ‘B급감성’ 광고로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 김 의장의 선택은 시장에 적중했다.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B)의 ‘요기요·배달통·푸드플라이 등 배달앱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 결과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8년 12월, 36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며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국내 6호 ‘유니콘’에 이름을 올렸다. 김 의장의 경영 능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 받았다. 국내서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과의 한 식구를 제안한 것. DB는 배달의민족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아시아 음식배달 시장을 잡기 위한 전략이었다.

DB의 인수 제안에 배달의민족 기업가치는 껑충 뛰었다. DB는 배달의민족을 ‘4조원’ 사들이겠다고 밝히며 업계의 시선을 모두 사로잡았다.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되기 이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배민의 기업가치는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때 김 의장의 개인 자산가치도 뛰었다. 김 의장은 2019년 당시 DB에게 지분 9.9%를 받기로 코로나19로 기업의 가치가 급성장해 김 의장 재산 규모는 1조원대를 넘어섰다.

◇김봉진·설보민 부부 ‘통 큰 기부’···따뜻한 시선=이번 기빙플레지에 가입이 가능했던 것도 1조원 이상의 재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빙플레지는 한화 1조원을 넘는 자산을 보유해야 가입 대상이 되고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빙플레지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2010년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다.

기부자가 재산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해야 기빙플레지 회원이 될 수 있다. 회원으로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커스 감독,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 등 세계적인 부호들이 있다. 국내에서는 김 의장 부부가 첫 회원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 의장은 서약서에 기부의 근본적인 목표로 사회문제 해결을 제시했다. 김 의장은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스타트 업 초기에 많은 고민을 겪었던 것처럼, 우리는 시행 착오를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다양한 기부 수단과 해결책을 계속해서 배울 것이다”고 전했다.

그의 기부 결심에는 어려웠던 성장 과정이 영향을 끼쳤다. 앞서 김 의장은 평소에도 꾸준히 기부를 실천했다. 그동안 사랑의열매에 71억원을 기부하는 등 최근까지 기부한 누적 금액이 100억원을 상회한다. 그는 “대한민국의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 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 부부의 통큰 기부에 여론의 따뜻한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 재벌 기업들의 ‘부의 대물림’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실제 기빙플레지 회원 219명의 약 75%는 빈손으로 시작해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실 이런 기부 선언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생각보다 많이 보편화돼 있다”며 “기부 선언의 저의나 실제 이행 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김 의장이)자기 말에 무게를 실어 발표한 것인 만큼 그 자체가 이행을 위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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