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9곳 증인 중 첫번째 질의자로 “안전 최우선 목표 시설투자 노력 중”
최정우 회장은 22일 오전 10시20분께 시작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청문회에 나온 최 회장은 산업안전보건 규칙이 안 지켜지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의에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 대단히 죄종하고, 유족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현장에서 거듭 머리를 숙였다.
청문회 현장에선 “최근 안전대책 내놓은 것은 청문회 대비해 발표한 거 아니냐”, “2017년에는 왜 사망자가 없었는지 분석은 해봤냐” 등의 질타가 나왔다.
윤미향 민주당 의원은 산재의 가장 큰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고, 최 회장은 “제철소가 50년 넘은 노후시설이 많다. 노후 시설문제와 관리 감독자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망자 중 유독 하청노동자 사망자 비중이 높은 이유는 뭐냐는 질문엔 “그 부분까지 관리가 미치지 못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최 회장 재임 기간 이사회에서 안전관리 사안은 논의된 적이 없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산업재해는 2019년 이사회에 보고 받고 논의한 바 있다”면서 “산업현장 안전리스크 점검해서 보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윤 의원은 최 회장이 재무전문가여서 현장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현장과 동떨어진 대책만 내놓는다는 비판이 있고, 현장 노동자들은 전 사업장 ‘2인1조’가 안전 문제를 없애는 해결책이라 밝히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최 회장은 “위험 사업장은 2인1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윤 의원은 “포스코에 위험하지 않은 사업장이 어디 있나. 전 사업장의 2인1조를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당초 최 회장은 허리 지병을 이유로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국회 환노위가 “허리 지병은 불출석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고 여당 등에서 “무책임하고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특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양제철, 포항제철 등에서 5년간 42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고, 최고경영자가 책임지고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질타한 바 있다.
정치권의 쓴소리가 이어지자 다음달 12일 주주총회를 거쳐 최 회장의 연임을 확정하는 포스코 내부 긴장감도 높아졌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 7월 최정우 회장이 포스코 9대 회장으로 부임한 이후 최 회장 재임 기간에 총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죽음의 사업장’이란 불명예를 얻었다.
산재 사고가 잇따르고 산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제철소 안전 관리 시스템을 보완하는데 1조원 규모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해가 바뀌고 사고 소식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8일 포항제철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작업 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급기야 최 회장은 지난 17일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최 회장은 사과문에서 “포스코는 이전부터 안전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선언하고, 안전 설비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최근 사건들이 보여주듯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음을 절감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 등 정부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 특단의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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