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IRP 수수료율 인하 검토...1위 미래에셋은 질적향상 집중작년 은행 IRP 점유율 70%...저금리·증시 활황에 증권사로 자금이동퇴직연금 운용 놓고 은행·증권 경쟁심화...원금보장보다 고수익 선호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IRP 계좌에 부과되는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다이렉트IRP'를 이날 출시했다. 현재 금융회사들은 IRP 계좌에 연간 0.1%~0.5%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증권의 모바일앱에서 비대면으로 가입하면 퇴직금과 본인이 추가로 납입한 개인 납입금 모두에 대해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 IRP 점유율 압도적 1위..NH투자증권 등 수수료율 인하 고심
금융감독원 연금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업계의 IRP 적립금은 총 7조5485억원이다. 이 가운데 1위인 미래에셋증권(2조5354억원)은 2위 삼성증권(1조5520억원)과 1조원 가량 격차를 벌렸다. 삼성증권은 수수료율 면제카드를 통해 1위를 따라잡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추측된다.
삼성증권 밑으로는 1조원 이상의 IRP 적립금을 보유한 증권사가 한 곳도 없다. 현대차증권(7898억원), 한국투자증권(7576억원), NH투자증권(6687억원), 신한금융투자(3304억원), KB증권(3255억원) 등 주로 대형 증권사들이 높은 순위에 올라있다.
현대차증권은 중소형 증권사로는 유일하게 상위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개인 연금시장의 확대를 예상하고 신규 고객 유치에 집중해 온 결과라는 게 현대차증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2015년 업계 최초로 IRP 연금몰을 개설하기도 했다.
삼성증권 이후 NH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 경쟁사들도 점유율 확대를 위한 수수료율 인하를 면밀히 검토 중이다. 다만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수수료 인하보다 실질수익률 등 질적 향상에 좀 더 무게를 두기로 했다. 도입 초기부터 IRP에 비중을 뒀던 미래에셋증권은 시장선점 효과 등에 힘입어 높은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연금은 전 생애에 걸쳐 운용되는 장기 상품인 만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며 “무분별한 수수료 인하보다는 체계적인 컨설팅 및 연금자산관리로 고객의 실질수익률 향상에 힘쓰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먹거리 가져오는 증권사...실적배당형 앞세워 높은 수익률 장점
다만 삼성증권의 IRP 수수료 면제가 증권사간 직접적인 경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IPR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은행의 점유율을 뺏어오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수수료율 인하를 통해 증권사 전체의 IRP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증권업계의 IRP 점유율은 20.0%였지만 지난해엔 1.9%p 상승한 21.9%를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와 증시 활황이 맞물리면서 증권사들의 수익률이 은행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업계의 지난 5년·10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지난해 기준)은 각각 2.24%와 2.84%였다. 반면 은행의 5년·10년 수익률은 각각 1.65%와 2.42%에 그쳤다. 장기수익률은 실적배당형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증권사들이 가장 높았고 이어 손해보험, 생명보험, 은행 순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증권업계의 지난해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21.8%였지만 은행은 9.9%에 그쳤다. 은행은 예금 등의 원금보장형 상품을 중심으로 소극적인 운용관행을 이어온 탓에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의 운용방식은 주로 증권사가 DC형(확정기여형)이고 은행은 DB형(확정급여형)”이라며 “그간엔 DB형이 수익률을 안전하게 가져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엔 수익률 때문에 증권사의 DC형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의 DB 상품은 많아봐야 2%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증권사의 DC 상품은 투자방식에 따라 20~30%까지도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권업계의 IRP 적립금이 눈에 띄게 불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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