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 지분 매입해 계열사 지원호텔롯데 차입금 상환 통해 재무 부담 완화롯데쇼핑 이베이코리아 인수 위한 실탄 확보
호텔롯데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했다. 롯데쇼핑의 경우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를 위한 실탄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롯데물산이 1조4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지원하면서 당분간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호텔롯데·롯데쇼핑, 롯데월드타워 지분 매각 후 임차···1.4조원 조달 =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물산은 호텔롯데,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의 지분과 부동산 등 자산을 약 1조4000억원에 양수한다.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은 기존에 롯데물산, 롯데쇼핑, 호텔롯데가 각각 75%, 15%,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공동 운영 중이었다. 롯데물산이 롯데월드타워의 레지던스, 오피스 등의 사업을 전담하고 롯데쇼핑이 롯데월드타워몰과 롯데월드몰을, 호텔롯데가 롯데호텔 월드와 시그니엘 서울을 운영하는 식이다.
이번에 롯데물산이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의 보유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을 완전히 소유하게 됐다. 이번 거래를 통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롯데월드타워의 지분을 유동화 해 단숨에 거액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됐고 롯데물산은 이들로부터 더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호텔롯데는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약 5542억원의 현금을 조달한다. 지분을 매각하는 대신 임차 형식으로 기존 부동산을 계속 사용한다. 임차 기간은 2031년까지 10년간이다. 기존에는 보증금 없이 매년 87억2000만원의 연간 임차료를 내왔으나, 보증금 1500억원에 연간 임차료 386억6600만원을 내게 된다.
롯데쇼핑 역시 지분 매각을 통해 8300억원을 조달하고 기존 부동산을 2031년까지 10년간 임차해 사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매년 213억3100만원의 임차료를 냈는데, 앞으로는 493억2000만원을 내야 한다.
◇코로나19로 실적 악화해 외부 자금 조달 어려워져 = 롯데물산이 1조4000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계열사에 지원하는 것은 그 만큼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반증이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최근 신용등급 하락으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지난해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모두 하향 조정했고,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안정적으로 한 단계 내린 바 있다.
신용등급이 하락한 것은 시장 상황과 실적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텔롯데는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호텔과 면세점이 모두 흔들리며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호텔롯데는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4976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도 3조8444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48.0%나 뚝 떨어졌다.
특히 재무 안정성이 악화하고 있어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 코로나19로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9월 시애틀 호텔 오픈을 강행한 것 등이 재무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실제로 지난해 호텔롯데의 총 차입금은 7조6712억원으로 전년(6조3148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부채비율 역시 2019년 130.9%에서 지난해 175.7%로 치솟았다.
롯데쇼핑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쇼핑은 유통시장의 온라인 전환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오프라인 사업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2000년 이후 20년만에 3000억원 선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특히 롯데쇼핑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누적된 순손실만 1조9731억원에 달해 온라인 재투자를 위한 재원도 말라가는 중이다.
◇롯데물산 도움으로 재무구조 개선·신사업 자금 마련 =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은 롯데물산으로부터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호텔롯데는 고정비가 큰 사업 특성상 이번 유동성 확보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롯데푸드, 롯데제과 등 계열사 지분을 다른 계열사에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번에 5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조달한 호텔롯데는 이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롯데쇼핑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 중 일부를 롯데온을 비롯한 이커머스 사업에 투자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참여하고 있어 M&A를 위한 실탄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일부 자금은 롯데백화점 리뉴얼 작업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구원투수’ 역할을 맡은 롯데물산의 경우 이번 지분 매입으로 부동산 및 자산관리사업 역량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롯데물산은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탄탄해 이번에 그룹으로부터 구원투수 역할을 위임 받았다. 롯데물산은 지난해 매출액 4829억 원, 영업이익 23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48.2% 증가한 수치다. 레지던스 분양, 쇼핑몰 운영 등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물산은 이번 지분 인수를 위해 기존 자금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롯데물산은 이번 지분 매입으로 부동산 자산을 확보하는 한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으로부터 더 많은 임대수익을 거둬들이게 됐다. 여기에 올해 초 롯데자산개발 사업 중 자산관리용역(8개 사업)과 공유오피스 사업(1개점)을 인수한 만큼 부동산 자산 관리 회사로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구상이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이번 지분매입을 통해 롯데월드타워몰의 미래 자산가치를 기반으로 한 자산관리 전문회사로 성장하고, 자산 유연성 제고를 통한 신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해 기업 미래 가치도 지속적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km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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