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작년 적자만 3500억 전년比 10배 늘어해외 사업 늘린 탓 경쟁사보다 손실 확대폭 훨씬 커‘뉴롯데’ 마지막 퍼즐 호텔롯데 상장 사실상 좌초
◇호텔롯데 손실 중 70%가 호텔 적자 =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4976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3조8444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48.0%나 급감했다.
호텔롯데의 매출액이 급감한 것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진했던 영향이 크나 영업손실이 급증한 것은 롯데호텔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호텔의 매출액은 495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4% 줄었는데 영업손실은 무려 3545억원으로 전년(392억원)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호텔롯데의 영업손실 중 70% 이상이 호텔롯데에서 나온 것이다.
롯데호텔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누적된 적자만 2833억원에 달하는데 지난 한 해에만 이를 훌쩍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국내외 여행 수요가 급감한 만큼 롯데호텔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롯데호텔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호텔기업들 역시 실적이 악화했다. 호텔신라의 호텔&레저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4353억원으로 전년 대비 23.7% 줄었고 영업손실도 579억원 발생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지난해 매출액이 4623억원으로 전년보다 16.7% 줄었고 영업손실도 953억원으로 4.0배 늘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옛 신세계조선호텔)의 매출액도 전년 대비 28.7% 줄어든 1490억원에 머물렀고, 영업손실은 706억원으로 5.7배 확대됐다.
그러나 롯데호텔의 실적 악화가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매출 감소폭과 영업손실 증가폭이 경쟁사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롯데호텔의 매출액은 그간 신라, 한화 등 경쟁사를 두배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경쟁사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이는 롯데호텔이 그 동안 국내외로 사업장을 크게 늘리면서 팬데믹 충격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호텔 2곳 추가하며 사업 확장 = 신 회장은 다른 기업보다 일찌감치 호텔사업의 해외 확장을 시작해 글로벌 체인으로의 육성을 시작했다. 롯데호텔이 해외에 진출한 시기도 2010년으로 벌써 10년이 넘었다. 현재 롯데호텔은 국내 20개 호텔과 리조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010년 모스크바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시작해 러시아, 베트남, 미얀마, 미국, 일본 등에서 현재 11개 호텔, 1개 리조트를 운영 중인 국내 최대 호텔 체인으로 성장했다.
신 회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호텔 사업 확장을 멈추지 않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실제로 그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2015년에도 거의 1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인 8억500만 달러를 들여 미국 뉴욕팰리스 호텔을 사들였다. 이는 신 회장이 2011년 취임한 이래 가장 큰 인수합병(M&A)건들 중 하나다.
또 그는 책임경영을 위해 2019년 말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건설, 호텔롯데의 등기임원직에 사임한 후에도 호텔롯데에서는 비등기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인수합병(M&A)를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 세계 객실 3만개를 확충하겠다”며 호텔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신 회장은 ‘객실을 더 확충하겠다’는 자신의 발언대로 지난해에만 시그니엘 부산, 롯데호텔 시애틀 등 국내외 호텔을 잇따라 오픈하며 호텔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시그니엘 부산 오픈 행사까지 참석하며 호텔 사업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대내외에 보여줬다.
이 같은 사업 확장이 도리어 지난해 팬데믹 충격을 더 크게 만든 요인 중 하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텔업은 구조적으로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큰 사업으로, 일반적으로 이익을 내기가 쉬지 않은 분야다.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 호텔들은 일정 수준 손실을 안고 가는 사업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지난해처럼 팬데믹 사태로 매출이 급감할 경우는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호텔을 오픈해 놓는 한 고정비용을 줄일 수가 없어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 건너 간 상장에 지배구조 개선 요원 = 롯데호텔이 3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내며 크게 부진하면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도 사실상 좌초됐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의 ‘뉴롯데’ 구상의 마지막 카드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의 실질적 지주사로, 일본 롯데의 지배에서 벗어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기 위해서 IPO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은 2017년 롯데지주를 상장시키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으나, 여전히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롯데렌탈, 롯데건설 등이 호텔롯데의 지배력 아래에 놓여있다. 또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지분도 호텔롯데가 11.1% 보유하고 있어 신 회장(13.0%)에 이은 2대 주주에 해당한다.
호텔롯데의 지분은 자기주식과 부산롯데호텔 지분을 제외하면 일본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가 99% 이상 보유 중이다. 결국 국내 롯데 계열사의 실질적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일본 회사들이 거의 100% 보유하고 있으니 일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롯데그룹이 지속적으로 ‘한국 기업’이라는 설명을 펼치고 있으나 국내에서 여전히 ‘일본기업’으로 낙인 찍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2019년 국정농단 관련 혐의에 대해 확정 판결을 받은 후 IPO 작업을 재추진 할 준비를 해왔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난 것도 IPO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호텔롯데의 사업이 모두 흔들리며 아예 상장이 물 건너 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롯데호텔뿐만 아니라 호텔롯데의 매출 80%를 차지하는 면세사업 역시 매출이 급감한 상황이다. 팬데믹 상황이 최소 올해까지 지속된다면 호텔롯데 상장이 다시 추진되기까지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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