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2개사, 삼성측 지분 1조에 인수2015년 한화-삼성 ‘빅딜’ 당시 상장 조건시장 추산 지분매각가 7200억보다 넉넉상장 예심 청구때 이사회 전원 사내이사사외이사 미리 선임 일반적, 내부통제 미흡
일각에서는 예견할 수 있는 결과였다고 평가한다. 한화종합화학이 이미 이달 초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경영 투명성 지표 중 하나인 사외이사 선임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는 분석이다.
23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를 1조원에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의 지분율은 기존 36.1%, 39.2% 총 75.3%에서 47.6%, 51.7% 총 99.3%가 된다.
한화그룹은 2015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방산·화학 계열 4개사를 약 2조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삼성 측은 당시 한화종합화학(삼성종합화학)에 일부 지분을 남겨뒀다. 특히 한화 측에 ‘2021년 4월까지 상장’(최대 1년 연장 가능) 조건을 걸었다. 상장이 불발될 경우 삼성그룹이 풋옵션을 행사하거나, 한화종합화학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 측이 지분 매각으로 시세차익을 볼 수 있도록 장치를 걸어둔 셈이다.
한화종합화학은 약속 이행을 위해 이달 4일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특히 패스트트랙(간소화) 제도를 활용하며 상장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 측은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또 삼성 측에 지분 값을 넉넉하게 치뤄주는 식으로 약 6년 만에 거래를 끝냈다. 시장에서 추산하는 한화종합화학 몸값은 최소 3조~4조원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삼성 측이 한화종합화학 상장 이후 지분 매각으로 가져갈 수 있는 현금은 7200억~9600억원 상당이다.
한화 측은 “한화종합화학 상장 절차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삼성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협상을 최근까지 병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수소혼조와 수소유통, 친환경 케미칼 제품 사업 등 미래 전략 사업에 집중하기로 방향성을 설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의 상장 중단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시그널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현재 이사회는 6인의 사내이사와 1인의 기타비상무이사로 구성돼 있다. 상법상 비상장사의 경우 사외이사를 두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상장사는 사외이사 선임이 의무다.
특히 상장 예비심사의 통과 요건 중에는 경영 투명성이 포함돼 있다. 회사 운영 과정에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외이사 선임과 이사회 운영 등이 질적 심사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상장에 앞서 이사회 운영규정 및 이해관계자 거래 관련 규정 등 실효성 있는 규정도 갖춰야 한다.
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심사 가이드북’에 따르면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은 사외이사와 상근감사의 선임이 의무사항이 아니다’고 적혀있다. 상법 시행령 제34조제1항제3호에 따라 거래소 상장 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주주총회까지 사외이사를 선임하면 된다.
하지만 ‘상장 신청인은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외이사 및 전문경영인 선임 등으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사외이사가 사전에 미리 선임돼 이사회 운영 참가, 의견 개진 등 충분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올 경우 상장예비심사과정에서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갖춘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 제출에 맞춰 사외이사를 합류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화그룹 방산·ICT 계열사인 한화시스템도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기 2개월여 전 사외이사를 선임한 바 있다.
하지만 한화종합화학은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때도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았다. 내부통제를 위한 이사회 산하 위원회도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장 실현 가능성이 낮았다는 주장이다.
한편, 한화종합화학은 상장 재추진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우선 빅딜 완성을 계기로 신사업 투자에 집중하고, 기업 성장과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재추진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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