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전셋값 인상분 원세로 돌리고반전세 계약 늘어 주거비 부담 UP
저금리에 보유세 인상이 예고되고 전셋값이 크게 뛰자 집주인들이 전셋값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전세를 구하지 못하거나 오른 전셋값을 대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반전세 계약을 맺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무주택자 입장에선 통상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는 월세를 매달 꼬박꼬박 내야 해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17만6천16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순수 월세나 월세를 조금이라도 낀 형태의 거래는 6만1천403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34.9%를 차지했다.
이는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 1개월(재작년 8월∼작년 7월)간 28.1%였던 것과 비교하면 6.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서울시 분류 기준에 따르면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이며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이다.
새 임대차법 시행 전 1년 동안은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의 비중이 30%를 넘긴 적이 딱 한 달(작년 4월 32.7%) 있었다.
그런데 법 시행 후에는 상황이 바뀌어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월세 낀 거래 비중이 30% 미만인 달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작년 8월 31.0%에서 9월 32.9%, 10월 34.7%로 오른 뒤 11월(40.1%)에는 40%를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35.4%, 4월 39.0% 등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월세 낀 거래 비중이 증가했다.
금천구는 법 시행 전 22.2%(2천333건 중 517건)에서 시행 후 54.7%(3천635건 중 1천988건)로 32.5%나 급등했다.
이어 강동구가 같은 기간 25.1%에서 41.3%로 16.2%포인트 높아졌고, 마포구가 32.4%에서 43.8%로 11.4%포인트 올라갔다.
고가 전세가 밀집한 강남 3구의 경우 강남구 34.5%에서 38.4%로 3.9%포인트 오른 것을 비롯해 서초구 32.6%→38.2%(5.6%포인트↑), 송파구 30.8%→36.3%(5.5%포인트↑) 등으로 모두 월세 낀 거래 비중이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다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가 많은 이른바 '노도강' 지역의 월세 낀 거래 비중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노원구는 26.5%에서 28.6%로 2.1%포인트 증가했고, 도봉구는 25.2%에서 26.0%로 0.8%포인트, 강북구는 24.8%에서 28.1%로 3.3%포인트 높아졌다.
지난달 기준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낀 계약 비중이 30%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노도강'을 비롯해 은평구(22.5%→29.2%), 양천구(21.8%→28.9%), 광진구(24.5%→28.0%) 등 총 6곳에 불과했다.
법 시행 전 1년 동안에는 반대로 이 비율을 30%를 넘긴 지역이 7곳에 불과했다. 월세 거주가 많은 도심 지역인 종로구(43.7%)와 중구(35.4%)를 비롯해 강남(34.5%)·서초(32.6%)·송파구(30.8%) 등 강남 3구와 관악구(34.4%), 마포구(32.4%) 등 7곳이었다.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월세, 반전세 등의 임대료도 함께 올라갔다.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지난달 계약 신고가 이뤄진 임대차 거래 36건 중 월세를 낀 거래는 16건(44.4%)으로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확인된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작년 상반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 안팎에 다수 거래가 이뤄졌다.
해당 평형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작년 10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원(9층)에, 올해 1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30만원(23층)에 거래가 이뤄졌으며 최근까지 연초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박석고개(힐스테이트12단지) 전용 59.85㎡는 월세 없는 순수 전셋값이 작년 상반기 보증금 4억원 수준에서 지난달 5억5천만원(9층) 수준으로 올랐는데, 반전세 임대료 역시 작년 2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90만원(2층)에서 올해 5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30만원(10층) 수준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새 임대차법 도입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계약을 2년 연장하는 임차인이 늘면서 이들의 주거 안정성은 개선됐지만, 전세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줄면서 전세난이 심화했다고 분석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계약 갱신 증가와 실거주 요건 강화 등 규제로 전세 물량이 사라지고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정부의 규제가 시장 왜곡을 야기해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A 공인 대표는 "정부가 공시가격을 올리고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크게 인상하면서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돌려 세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났다"며 "임차인들도 전셋값이 많이 뛴 상황에서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억 단위로 뛴 전셋값을 대지 못해 매달 100만원 안팎의 현금을 월세로 내야 하는 무주택자들은 시름이 깊다.
작년 말 마포구의 한 아파트를 반전세로 계약한 이모(35)씨는 "아내 직장과 가까운 곳에 신혼집을 구하려 주변 아파트를 돌아다녀 봤지만, 순수 전세는 없고, 있어도 임대료가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없었다"면서 "집값이 너무 올라 맞벌이를 해도 내 집 마련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기약할 수 없고, 그동안 매달 내야 하는 월세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세난 해갈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입주자 모집공고 기준 3만864가구로, 작년(4만9천411가구)보다 37.5% 적다.
올해 하반기 입주 물량은 상반기보다 25.9% 적은 1만3천141가구에 그치고, 여기에 내년도 입주 물량도 2만463가구로, 올해보다 33.7% 줄어들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 올해 가을 이사철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도 공급 위축에 따른 폐해가 우려된다"며 "정부가 정치적인 고려 없이 서민 주거 안정 측면에서 전세 시장의 현실과 전망을 면밀히 점검하고 분석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충고했다.
연합뉴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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