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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한국도 CBDC 경쟁 참전···디지털 강국 자존심 지킨다

금융 은행

[디지털 화폐 전쟁③]한국도 CBDC 경쟁 참전···디지털 강국 자존심 지킨다

등록 2021.08.09 07:03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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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018년 1월 전담 TF 꾸리고 다각도 검토이주열 총재 “국제기구에서의 논의도 적극 참여”국내 현금결제·금융포용 높아 실효성 의문은 여전“도입한다고 해도 빨라야 3년···지금은 준비 단계”“이 총재 임기 끝나는 내년 3월 후 바통터치 예상”

한국도 CBDC 경쟁 참전···디지털 강국 자존심 지킨다 기사의 사진

전 세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행도 전담 연구 조직을 꾸려 다각도 검토에 착수했다. 3년 전부터 전담 TF(태스크포스)를 띄우고 외부 연구자를 지원하며 다른 나라 사례와 국내 환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한은이 내건 CBDC 모의실험에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가 참여하고 삼성전자가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려 갤럭시 스마트폰에서의 작동 여부를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지면서 CBDC 도입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일각의 기대감도 부풀었다.

다만 국내 현금 사용 비중이 2019년 기준 26.4% 수준까지 떨어지고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이런 수치는 지속해서 하락하는 추세여서 CBDC 도입 실효성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고 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해 CBDC를 향한 한은의 태도는 ‘지속적인 외국 사례 연구 속 환경 변화에 대비한 만약의 준비’로 압축된다.

전 세계적인 흐름이 급격하게 CBDC 발행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그려두고 관련 준비에 한창이지만 이미 인터넷과 모바일뱅킹 관련 인프라가 뛰어난 국내 환경을 따져보면 ‘금융포용’ 정도가 높아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간다는 심정이다.

이를 해석하면 한은이 다른 나라와 경쟁하듯이 CBDC를 국내에 선제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쪽으로 무게추가 놓인다.

실제로 한은은 CBDC의 장점으로 ▲신용 리스크 감소 ▲거래 투명성 상승 ▲통화정책 여력 확충을 꼽고 있다. 반대로 단점으론 ▲은행 자금중개기능 약화 ▲금융시장의 신용배분 기능 축소 ▲개인정보보호와 마이너스 금리정책 시 재산권자의 사적 재산권 침해 여지를 예상한 상태다.

한은의 CBDC 관련 행보를 종합하면 조심스러운 발걸음은 더욱 선명해진다.

한은은 2018년 1월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TF(의장 신호순 부총재보)’를 꾸렸다. 이 TF를 통해 중앙은행의 CBDC 발행 관련 이슈를 연구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전에도 CBDC 관련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TF를 꾸려 여기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이후 한은은 2018년 3월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은 박선종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석은 한은 금융결제국 과장이 연구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연구’ 공동연구결과 보고서를 내놓고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는 기존의 법률과 제도로 포섭할 수 없거나 기존의 법률과 제도에 정면으로 상충될 위험도 적지 않다”며 “관련 법률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은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적용할 수 있는 조항으로 한국은행법 제79조를 꼽았다. 이 조항은 ‘금융기관 외 법인이나 개인과 예금 또는 대출 등의 거래를 금지’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디지털화폐로 볼 수 있는 CBDC의 ‘직접유통’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한은이 CBDC를 발행해 금융기관 외 법인이나 개인에게 직접유통 시키고자 하는 때에는 한국은행법 제79조를 개정해야 하는 법적인 절차도 남아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이 보고서는 “중앙은행이 천문학적인 수의 개인계좌를 별도로 개설하고 유지 관리하는 데에 상당한 비용이 수반될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해킹 등 기술적 안전성의 문제도 있다”며 “중앙은행이 이런 비용 부담과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디지털화폐를 직접 유통해야 하는 실익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공동 집필자 개인 의견이며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와 무관하다는 전제조건이 달렸지만 CBDC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불씨를 당겼다.

CBDC 구현방식. 사진=한은 보고서CBDC 구현방식. 사진=한은 보고서

뒤이어 2019년 1월 한은은 앞서 2018년 1월 출범한 ‘가상통화 및 CBDC 공동연구 TF’ 명의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보고서를 내고 “우리나라는 아직 CBDC 발행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과 발전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면서 “특히 CBDC 발행은 거시경제와 금융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깊이 있는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CBDC 발행 시 신용리스크가 감축되고 현금에 비해 거래 투명성이 높아지며 통화정책의 여력이 확충되는 등의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이 약화되고 금융시장의 신용배분 기능이 축소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시사점을 정의했다.

다만 이때까지도 한은은 “미 연준,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현시점에서 우리나라가 가까운 장래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CBDC 발행 논의에 보다 적극적인 일부 국가들의 발행동기가 우리나라에는 적용되기 어렵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 배경으로 한은은 국내 현금 수요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으며 다수의 업체가 소액지급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어 스웨덴처럼 소수 민간업체의 지급서비스 독점에 따른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낮은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우루과이나 튀니지 등과 같이 일부 개발도상국과 달리 국내 예금계좌 보유율이 95%에 달하고 인터넷과 모바일뱅킹 관련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등 ‘금융포용’ 정도가 이미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특히 한은은 “중앙은행이 소액지급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와 제도 변화에 따른 사회 경제적 비용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가까운 시간 내에 CBDC 발행엔 유보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CBDC를 두고 다소 부정적인 쪽으로 무게를 둔 한은의 입장이 달라진 건 지난해 1월 이주열 한은 총재의 신년사에서 확인됐다.

당시 이 총재는 “지급결제 혁신 기술에 대한 연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관련해 연구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전문인력을 보강하는 한편 국제기구에서의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CBDC 연구가 한창인데 국내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현재까지의 분석이 있지만 만약을 대비한 준비는 해야 한다는 뜻으로 금융권에선 이 총재의 발언을 풀이했다.

이어 지난해 2월 한은 금융결제국은 주요국의 중앙은행 CBDC 대응 현황을 리포트로 발간하며 “캐나다, 싱가폴, 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국에선 결제시스템 효율성 제고를 위해 거액결제용 CBDC를 테스트하고 있고 우루과이, 중국, 터키 등에선 현금 수요 감소 등에 대비한 소액결제용 CBDC 연구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한은도 CBDC 도입에 따른 법적 이슈 검토와 기술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난해 4월 CBDC 도입을 위한 파일럿 테스트 추진을 결정하고 오는 12월까지 총 22개월의 기술 검토 계획을 발표했다. 전담 조직으로는 지난해 1월 이 총재의 신년사 이후 한 달여가 지난 2월 금융결제국 내에 개설된 디지털화폐 연구팀과 기술반을 중심으로 했다.

뒤를 이어 지난해 6월 이 총재는 한은 70주년 기념사에서 “CBDC 연구 개발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주요국 중앙은행이 결제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실시간총액결제방식(RTGS)의 신속자금이체시스템을 직접 구축·운영하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이전보다 도입 가능성에 한발 더 나아간 입장을 보였다.

이후 한국은행은 ‘CBDC 모의실험’에 돌입했다. 3단계(최종) 개발사로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이를 수주했다. 사업 기간은 이달부터 내년 6월까지 10개월로 사업 예산은 총 49억6000만원이 배정됐다. 이번 사업을 그라운드X가 따내면서 한은 CBDC 모의실험 시스템은 그라운드X의 자체 블록체인 엔진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구축되게 됐다.

한은 CBDC 연구일정. 사진=한은 보고서 캡쳐한은 CBDC 연구일정. 사진=한은 보고서 캡쳐

한은의 이번 계획에 따르면 현재는 ▲CBD 설계 및 요건 정의 ▲구현기술 검토 ▲업무프로세스 분석 및 건설팅 단계를 지나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SDS 자회사인 ‘에스코어’가 한은의 CBDC 모의실험 사업자로 선정된 카카오 컨소시엄 협력업체에 이름을 올리면서 삼성전자는 그라운드X와 함께 한은의 CBDC 모의실험 연구에 참여하는 형태가 됐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CBDC 작동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페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지닌 점과 더불어 CBDC 출범 기대감은 한껏 높아진 상태다.

지난 5월 한은이 발표한 ‘해외 중앙은행 CBDC 추진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노르웨이 ▲동카리브 ▲바하마 ▲스웨덴 ▲스위스 ▲싱가포르 ▲영국 ▲일본 ▲중국 ▲캐나다 ▲태국 ▲프랑스 ▲홍콩 ▲유럽중앙은행 등 14개 중앙은행이 CBDC 타당성 검토를 위한 IT 시스템 개발 중에 있다.

도입 타당성은 계속해서 검토하되 다른 각도에서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이 총재와 한은의 행보가 지속되는 셈이다.

이 총재의 가장 최근 발언도 아직까지는 이런 해석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총재는 지난달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CBDC 발행과 관련해 “아무리 빨라도 2~3년은 소요될 것”이라며 “CBDC는 암호자산에 대한 대응 차원보다는 현금 수요가 급격히 줄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발행 필요성은 당장 크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경우에는 대비해야겠다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도 “현재는 CBDC 검토와 준비를 하는 단계이지 정확하게 어느 시점에 어떻게 구현될 것이란 전망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이 총재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점을 고려해 사실상 임기 내에는 CBDC와 관련한 공격적인 행보는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현재 한은의 CBDC 입장은 각국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한은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검토까지 하는 단계”라며 “이후 도입 여부와 그 시기 등 구체적인 것들은 다음 총재 취임 이후로 이관하는 수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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