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서울시에 ‘기관주의’ 처분
감사원은 이날 “서울시가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 관련 업무를 추진하면서 구속력 없는 내부 방침을 업체에 요구하거나 합리적 사유 없이 정책방향을 변경해 인허가를 지연시켰다”며 ‘기관 주의’ 처분을 내렸다.
감사원은 “서울특별시장은 앞으로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 인허가 업무를 처리하면서 부서간 사전조율 등을 누락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법적 근거가 필요한 경우 이를 갖추어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라”며 “정책방향을 정한 경우에는 합리적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는 등으로 정책추진에 혼선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처분은 지난 1월 제기된 공익감사청구에 따라 감사원이 서울시의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업무 처리 적정성을 감사한 결과다.
서울시와 하림산업은 수년째 이 부지 개발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이 일대가 연구개발(R&D) 거점이기 때문에 용적률과 건물 높이를 제한하려고 하고 있으나, 하림그룹은 국토교통부의 방침에 따라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용적률과 건물 층수를 올려달란 입장이다. 이 갈등은 하림산업이 이 부지를 2016년 5월 사들인 이래 5년째 지속되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서울시는 2015년 10월부터 이 일대를 연구개발(R&D) 거점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이듬해 하림산업이 ‘양재 옛 화물터미널 부지를 도시첨단물류단지로 개발하겠다’며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도시첨단물류 시범단지 선정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문제는 하림산업의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이 서울시의 R&D 거점 개발 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데도, 서울시가 내부 절차를 생략한 채 하림산업의 신청서를 그대로 국토부에 전달한 데서 시작됐다.
이 문제를 뒤늦게 인지한 서울시는 같은 부지에 서울시와 하림산업의 서로 다른 사업계획이 추진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국토부에 전달했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제출한 도시첨단물류단지 신청서를 공식 철회하라고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하림산업의 의사에 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식 철회는 하지 않았다. 결국 국토부는 이 부지를 2016년 6월 도시첨단물류 시범단지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시범단지 선정이 완료된 지 4개월 뒤 ‘부지 건축물의 50% 이상을 R&D 시설로 채워야 한다’는 방침을 뒤늦게 세워 하림산업 측에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방침은 구속력이 없는 것이었다.
하림산업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서울시는 3년 반이 지난해 초 투자의향서를 반려할 예정임을 통보하면서 압박했다. 이후 하림산업이 ‘부지 건축물의 R&D 비율 40%’를 제시하자,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여 2024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는 ‘도시첨단물류단지 및 R&D 복합 개발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다시 입장을 바꾸면서 여전히 갈등이 봉합되지 못한 상황이다.
하림산업은 이번 감사원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도시첨단물류단지 제도 도입의 취지와 필요성, 관련법이 정한 인허가 절차 등을 무시하며 대외 구속력이 없는 자체 지침을 만들어 시행하고, 법령이 규정한 인센티브조차 ‘특혜’라는 나쁜 프레임을 씌운 데 대해 시시비비를 밝혀준 것”이라고 밝혔다.
하림산업은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은 물류시설 30%에 R&D 시설 40%를 반영하면 최대 용적률(800%)을 적용해도 개발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사업”이라면서도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생활물류가 폭증하며 발생하는 각종 도시 문제를 해소하고 디지털 경제시대 서울시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데 시급하게 필요한 필수 도시 인프라인만큼 기존에 밝힌 6대 기본구상을 바탕으로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림산업의 6대 기본구상은 ▲배송포장 쓰레기 없는 물류 ▲단지 내 음식물 쓰레기 100% 자원화 ▲탄소배출 없는 클린에너지 운송 ▲안전한 일터·질 좋은 일자리 창출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적화된 스마트 물류센터 ▲도시와 농촌, 중소기업의 상생발전 가교 등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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