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지난 6월 30일 대한항공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통합 계획안(PMI)을 3개월여 만에 최종 확정했습니다. PMI에는 저비용항공사(LCC) 통합방안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 제한 이슈 해소 방안, 고용유지 및 단체협약 승계 방안 등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여전히 독과점 관련 연구용역을 이유로 기업결합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연구용역이 다음달 완료되더라도, 연내 인수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시간이 매우 촉박해 보입니다.
더욱이 대한항공이 기업결합 신청서를 제출한 각국의 경쟁당국은 우리 공정위의 심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공정위 결정이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되도록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게 항공업계의 중론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차기 정권에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독과점과 특혜 논란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 대형항공사 통합은 지난해 말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모기업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산은은 한진칼을 거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산은이 항공산업 재편을 이유로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에 자금 투입을 한 점은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현 정부가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다음 정부로 공을 넘기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 사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피인수 기업의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되는 모습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분기 별도기준 영업흑자를 달성했습니다. 미주와 동남아, 일본 노선의 화물실적이 확대된 영향입니다.
호실적과 무관하게 직원들의 고용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초대형 여객기 A380 조종사들은 자격유지에 필요한 필수 비행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조종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조종사가 자격을 유지하려면 90일 이내 3회 이·착륙을 실시해야 합니다. 대한항공은 문제해결을 돕기 위해 지난 3월부터 A380 시뮬레이터(모의비행장치)를 통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훈련을 지원해 왔습니다.
하지만 국내 1대 뿐인 시뮬레이터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약 400여명을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A380 조종사를 상대로 기종 전환교육을 실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1월부터 조종사를 대상으로 기종전환과 재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입니다. 업황 회복시 자격 복원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입니다.
적자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LCC들의 상황은 처참합니다. 에어부산은 자금난을 이유로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준비 중이고, 완전자본상태인 에어서울은 돈을 마련할 구멍이 마땅치 않습니다.
당장 이달 종료되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도 문제입니다.
대한항공은 자체 자금을 동원해 유급휴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는 정부 지원금을 받아 전체 직원의 절반인 9000명 가량을 대상으로 유급휴업을 실시 중입니다.
정부가 평균 임금의 70%에 달하는 휴업수당의 90%를 지원하고, 나머지 10%는 기업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금이 끊기더라도, 휴업수당 100%를 모두 부담하겠다는 것입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고용유지금 지급 기한이 끝나는 시점부터 무급휴직에 돌입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유급휴직 전환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항공업황이 회복되기를 마냥 기다리기도 지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지난 7월 시작된 4차 대유행이 2개월째 지속되는 중입니다. 해외에서도 가파른 재확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인수 기업들의 생존 위기가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대통합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절체절명 위기에 빠진 국내 항공산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관계 당국이 하루빨리 사안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인지하고 통합 절차에 속도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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