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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독과점 논란’ 관건

‘산 넘어 산’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독과점 논란’ 관건

등록 2021.10.12 16:30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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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연내 심사 마치겠지만 ‘통합 항공사’ 독점 완화 고심중해외 경쟁당국 기업결합 심사지연에 ‘조건부 승인’ 가능성 커

대한항공 보잉 787-9. 사진=대한항공 제공대한항공 보잉 787-9. 사진=대한항공 제공

최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 심사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업계 내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경쟁당국들의 더딘 합병 심사로 인해 최종 결론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주요국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면 올해 6월 30일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을 취득할 예정이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로 합병되면 본격적으로 두 그룹의 체계를 정비한 뒤 2023년에는 통합 항공사’를 출범한다는 구상이었다. 또 LCC(저비용항공사) 계열의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통합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직원 고용 유지 등에 대한 방안도 설계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올 1월 공정위를 포함해 9개 필수신고 국가 경쟁당국에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현재 필수신고 국가 중 현재 터키, 대만, 태국 경쟁당국의 심사는 통과한 상태다. 그러나 공정위를 포함해 미국·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베트남 등 국내외 6개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면서 두 항공사간 통합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결국 대한항공은 주요국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취득 일정을 12월 31일로 연기했다. 필수신고 국가 중 단 한 곳에서라도 승인을 못 받게 되면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은 사실상 불발된다. 때문에 시기가 늦춰질수록 업계의 불안감을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할 의무를 지닌 산업은행은 공정위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14일 이례적으로 공정위를 향해 “섭섭하고 유감스럽다. 조속히 승인 절차를 밟아주길 바란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여기저기서 공정위의 심사 지연 지적이 커지자 조 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입을 열었다. 그는 “심사 과정상 신고가 있고 나면 공정위의 경제분석, 신고인 의견 등을 들어 심사보고서가 작성되고, 여기서 경쟁 제한성이 있으면 이후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조치가 뭔지 논의하게 돼 있다”며 “국민경제적으로 중요한 사안인만큼 연내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공정위는 이 회장의 촉구에 대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기업 결합 심사를 무조건 승인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며 “시정 방안에 대해 기업과 협의도 필요하고 해외 경쟁 당국뿐 아니라 교통 당국 간의 협의도 필요해 언제 심사 결과가 나올지 예단할 수 없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정위 측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그간 심사 지연 이유로 먼저 승인을 해도 해외 경쟁당국과 조율이 되지 않거나 불허될 경우 해당 노선 취항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꼽아 왔다. 실제 이번 기업결합과 관련해 일부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해외 경쟁당국 일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중복노선에 대해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에서 합병을 승인해도 일부 항공 노선의 축소나 사업권 매각 등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두 항공사가 합병할 경우 ‘독과점’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공정위는 통합 항공사의 경쟁 제한성을 완화할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질수록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에도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항공 화물 사업을 확대한 덕분에 흑자를 기록했으나, 연간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재무 상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이 내년까지 갚아야 할 유동부채는 5조 원이 넘는다. 계열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통합 작업도 미뤄지고 있다. 계속된 코로나19 여파로 분기마다 수백억원대 적자는 물론 자본 잠식 상태 등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기업 결합 심사가 늦어질수록 자체 구조조정도 미뤄지면서 산업 경쟁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위기 상황에 놓여있는 만큼 경쟁 당국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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