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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은행 달래기 나선 금융당국

금융 은행

은행 달래기 나선 금융당국

등록 2021.10.29 15:24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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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은행의 자산관리·투자자문업 개방”‘가계부채’ 억제 은행 협조 구하며 문은 ‘활짝’빅테크 사이에서 불만 커진 은행 달래기 행보대출 문턱 높이자 은행들 실적은 ‘예고된 호황’

승범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진행된 은행업계 간담회에서 주요 시중은행장, 금융감독원 부원장, 은행연합회장 등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승범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진행된 은행업계 간담회에서 주요 시중은행장, 금융감독원 부원장, 은행연합회장 등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빅테크와 경쟁에서 불리한 조건에 처했다는 은행의 불만이 일정 부분 해소되는 것으로 감지된다. 금융당국이 소통에 방점을 찍으면서 현장 보폭을 넓혀 ‘은행 달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빅테크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며 반대한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가 고승범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사실상 중단된 것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빅테크 관련 금융정책에서 시중은행 불만이 잦아들 것으로 예상되는 장면은 지난 28일 나온 고 위원장과 시중은행장의 간담회가 거론된다.

이날 고 위원장은 은행연합회에서 진옥동 신한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임성훈 DGB대구은행장, 서호성 케이뱅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 후 첫 은행장과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서 고 위원장은 “빅테크 플랫폼의 금융진출 확대로 경쟁 구도가 변하고 있다”면서 “은행업의 미래와 경쟁력 확보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은행이 종합재산관리자 역할을 할 수 있게 신탁업 제도를 개선하고 부동산에 제한된 투자자문업을 개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금융위가 은행 업계에서 꾸준히 주장한 유료 투자자문업을 허용하는 등 비금융 부수업무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뜻이다. 특히 은행 점포의 디지털화에 따라 최근 자산관리에 집중하는 움직임이 활발한 데 이렇게 되면 은행 창구에서 누구나 종합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은행들이 “빅테크와 비교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라고 불만을 드러낸 것을 보듬는 발언도 고 위원장 입에서 나왔다. 고 위원장은 “공정한 경쟁에 기반한 금융혁신을 지향해야 한다”면서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정리하면 금융그룹이 하나의 ‘슈퍼앱’으로 은행·보험·증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를 구축하도록 제도적 여건을 만들고 망 분리 합리화와 금융·비금융 정보공유 활성화를 검토하겠다는 약속이다.

금융권에서는 고 위원장이 ‘가계부채’라는 명확한 하나의 키워드 아래 움직이면서 나머지는 시중은행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자신의 행보에 지지세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간담회에선 그간 은행들 입장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가 많이 나왔고 이를 긍정적으로 보겠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안다”며 “가계부채 억제라는 금융당국 정책에 은행들이 발만 잘 맞추면 앞으로도 원활한 소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관련 감시망이 촘촘해지는 가운데 대환대출 플랫폼이 사실상 중단된 것을 이날 발언의 실행 근거로 제시하는 시선도 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빅테크·핀테크 업계에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 잠정 연기를 통보하고 계획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플랫폼에선 민간에 있는 금리 비교 대출 플랫폼과 금융결제원에서 만드는 대출 이동 시스템을 연결해야 하는 데 여기 참여해야 하는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에 잠정 연기 의사를 밝힌 것이다. 특히 시중은행이 이 플랫폼에 내야 하는 수수료가 결국 빅테크·핀테크 업체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된다면 반발하고 독자 플랫폼 출시 준비에 돌입하던 터라 결국은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사이 갈등 요소가 단번에 제거됐다.

고 위원장이 ‘가계부채 저승사자’ 평가를 받아들이겠다고 한 만큼 여기에 집중하면서 은행의 활동 반경을 최대한 넓혀주는 것이 일종의 ‘윈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분석도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중은행 입장에서도 금융당국 차원의 가계부채 억제가 강해질수록 현장에서 체감해야 하는 고객 민원 등 부담은 존재하지만 역설적으로 실적 수직 상승이라는 성적표는 예고된 선물처럼 뒤따라올 전망이다. 5대 시중은행은 실적은 계속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와중에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실적 상승 근거와 비교해 떨어질 이유를 찾기가 더 힘든 ‘따놓은 호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은행 달래기 나선 금융당국 기사의 사진

이런 배경으론 당장 대출 규제에 따라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주요 은행에서는 대출 수요를 조율한다는 취지 아래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깎는 등의 행보를 하는 점이 꼽힌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은 최근 아파트·주거용오피스텔 등 부동산담보대출 상품 우대금리를 최대 0.70%p 낮췄다. 아파트의 경우 0.50%까지 붙던 금리 우대조건을 0.30%로 내리고 주거용오피스텔에 대해선 기존에 제공해온 0.30%의 우대금리를 없앴다. 급여·연금 이체, 공과금·관리비 자동이체, 신용카드 사용 등 우대 항목을 삭제한 결과다.

게다가 내년에도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올해 6%에서 더 강화한 4~5% 수준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하면서 당분간 은행의 우대금리 축소 행보는 ‘이유 있는 방침’이 될 전망이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고 위원장이 취임 직전부터 줄곧 가계부채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여기에 집중한다는 것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앞서 진행된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보다는 결국 은행장과 간담회가 하이라이트일 것이란 얘기가 있었는데 공개된 발언이 이를 증명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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