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주택 등 250만호 공급···재건축-종부세-LTV 관련 조치 완화 예고
윤 후보는 부동산 공약을 '1호 공약'으로 내걸 정도로 부동산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직 공약이 구체적으로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큰 방향은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로 요약된다.
현 정부 들어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한 점을 이슈화하면서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정권교체의 당위성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앞서 지난 8월 29일 여의도 당사에서 1호 공약을 발표하면서 수요·공급·세제 등을 망라한 부동산 정책 청사진을 내놨다.
집값을 잡기 위한 해법으로는 '정공법'으로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을 제시했다. 또 문재인 정부 들어 규제가 강화된 재건축·재개발, 주택담보대출, 세제 등과 관련해선 규제 완화로의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윤 후보는 먼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임기 5년 동안 수도권에만 130만호 이상, 전국적으로 총 250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현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집값을 잡겠다'며 대출과 세제 등 각종 규제로 수요를 억제했지만, 결과적으로 집값은 더 폭등한 만큼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규모 공급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공급 계획에는 '청년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 주택' 등이 담겼다.
5년 내 30만호 공급을 목표로 하는 청년 원가 주택은 시세보다 싼 원가로 주택을 분양한 뒤 5년 이상 거주하면 국가에 매각해 차익의 70% 이상을 보장받도록 하는 제도다.
20∼30대 청년으로만 대상을 한정하지 않고 자녀가 있는 저소득 장기 무주택자 등에도 원가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공약 발표 당시 윤 후보는 "청년층이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고 결혼과 출산을 기피해 인구절벽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며 "주택시장은 물론 사회경제에도 불안 요인이 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역세권 첫 집 주택은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살고 싶어하는 무주택 가구를 위해 공공분양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5년간 20만호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역세권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기존 300%에서 500%로 높여주고, 이 중 50%를 기부채납 받는 방식으로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게 윤 후보의 구상이다.
그는 활용도가 낮은 차량 정비창이나 유수지, 공영 차고지 등 국·공유지를 지하화하거나 상부 데크화하는 입체 복합 개발 방식을 동원하면 공공 재원을 투입하지 않고도 매년 4만호씩 공급이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세제, 대출 등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핵심 공약이다.
윤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면서 "3기 신도시를 차질없이 추진해 시장에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고, 1기 신도시의 재건축·리모델링을 통해 주거수준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공언했다.
세제와 관련해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양도소득세 세율을 인하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늦춰 보유세 급등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되지 않은 상태지만, 이런 공약은 기본 방향만으로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윤 후보는 '임대차 3법'에 대해서도 "혼란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면서 전셋값을 올리지 않는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신혼부부와 청년층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로 인상해 내 집 마련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돈줄을 풀고, 현 정부가 투기 우려 등으로 힘을 뺀 민간 임대주택사업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 시장 친화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윤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시장에 거래 활성화와 가격안정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주택 공급 확대와 재건축, 세제, 대출 등의 규제 완화는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공약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리될지와 실현되는 과정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다만 '청년 원가 주택' 공약에 대해서는 "5년 거주 뒤 매각할 때 시세 차익의 30%를 정부에 내놔야 하는 부분을 시장에서 어떻게 반응할지도 모르겠다.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 역시 "원가 주택 등 제도는 예산이나 대상지 문제가 있어서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아직 정책의 방향만 나온 만큼 공약이 세련되게 다듬어지면 실현 가능성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정확히 피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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