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체 소유자 30% 동의해 서울시에 즉시 신청 강남 재건축 상징이었는데, 아직 조합설립도 안돼여의도 시범·대치 미도 등 신통기획에 문 두드려세대수만 4424세대···나머지 주민들 설득이 관건 강남서 상징적 존재···오히려 허가 받기 힘들지도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20년 동안 유명세를 탔던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오세훈표 재건축’으로 불리는 신속통합기획에 동참하면서 사업진행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일 은마아파트 반상회에 따르면 현재 전체 소유주 30%에 해당되는 1460명이 동의서를 제출해 30% 동의율을 달성, 이에 강남구청에 신속통합기획 신청서를 제출했다. 은마 반상회 관계자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미 20년째 정비구역 지정 관련 협상을 진행해 왔다”라며 “은마반상회의 신속통합기획 동의서 징구 소식만으로도 은마 재건축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콧대높은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신속통합기획에 합류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재건축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신통기획 신청에 완료(30% 동의서 징구)한 단지로는 옆 동네 대치 미도아파트 비롯해 송파 장미1·2·3차, 압구정 2·3구역과 서초 신반포2차, 서초 진흥아파트, 송파구의 한양2차 등이다. 또다른 부촌인 여의도의 시범아파트도 이미 오세훈표 재건축에 동참한 상태다.
어찌됐던 20년 동안 재건축사업이 표류 중이었던 은마아파트의 미래가 한 층 밝아진 셈이다. 앞서 은마아파트는 지난 9월 이정돈 재건축추진위원장과 집행부를 해임시켜 추진위원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였다. 당시 해임총회 발의자 대표는 “재건축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은마아파트가 많은 세월을 흘러버림으로써 그 상징성과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라며 “해임 총회를 통해 가치와 상징성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1990년대 말 첫 재건축사업 추진을 시작했지만 안전진단, 층수제한 등 정부의 각종 규제 대상이 되면서 어영부영 20년이 넘는 시간을 흘려 보냈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2002년 안전진단에 첫 탈락 후 2010년에 가까스로 안전진단에 통과했는데 이 때까지 8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러다 또 다시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 안전진단이 강화되기 시작했는데 현 정부의 새 기준으로 다시 안전진단을 받으면 ‘재건축’ 판정을 받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한 마디로 현재 은마는 안전진단이 강화되기 전 통과해 재건축 ‘도장’은 받아놓은 상태다. 당시 규제 완화 등의 덕을 봤는데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완화가 도움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층수 규제가 걸림돌이 됐다. 전임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 조례로 주거지역 아파트의 최고 층고를 35층으로 제한했는데 은마아파트가 그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017년 은마아파트는 주거지역, 3종주거지역 모두 최고 49층으로 짓겠다는 기존의 정비안을 그대로 들고 왔는데 당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로부터 퇴짜를 받았다.
결국 추진위는 이후에도 5차례나 걸쳐 층수 조정을 위한 사전협의를 해왔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은마아파트는 그해 소유주 투표를 통해 ‘49층 플랜’을 포기하게 됐다. 이미 2003년 추진위 구성 후 1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문제는 2000년대 들어 재건축 때문에 아파트 보수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시설 및 설비 노후화로 인해 배관 터짐, 엘리베이터 고장, 그리고 도로 파손, 아파트 복도 콘크리트 파편 낙하 사고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최근 소유주 단체인 ‘은마반상회’가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에 동참하며 동의서를 걷고 있다. 신속통합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에서부터 서울시가 각종 계획과 절차를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이 사업에 선정된 재건축사업은 정비구역 지정, 건축심의, 환경영향평가 등 각종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밖에 층수제한 완화 인센티브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신통기획 재건축의 경우엔 사업 신청 주체나 주민동의율, 심사 기준 등 어느 하나 명확한 기준이나 안내가 없어 ‘주먹구구식’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신통 재개발은 1년에 한 번 공모를 받고, 기준도 명확한 편인데 수시 신청을 받는 신통 재건축은 다소 모호한 편이다. 신청 주체가 조합인지, 추진위나 다른 형태의 소유주도 가능한지 모호해 한 아파트 단지에서 두 개 이상의 주체가 신통기획을 각자 추진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또다른 소유주 단체인 ‘은소협’을 어떻게 설득시키냐도 관건이다. 은소협은 은마아파트 및 상가, 토지 소유자 다수가 모인 단체를 말한다. 이들 단체는 현재 새로운 추진위원장 및 임원 선출 총회를 열기 위해 동의서를 받고 있다. 1월 중 동의율을 확보하면 2개월 내로 추진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정비구역 지정이 빠르면 내년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은마아파트의 상징성이 너무 커 오히려 서울시의 허가를 받기 힘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은마아파트의 상징성이 너무 커 신통기획 재건축으로 지정되면 강남 집값이 다시 요동치게 될 불씨가 될 것이 예측이 많이 나온다. 이 때문에 시로부터 허가받기가 힘들 수도”라고 우려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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