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레타트루타이드, 80주 평균 28.3% 감량단일 기전 넘어선 다중작용·장기지속형 제형 경쟁 확장한미·동아ST·지투지·펩트론 등 국내 파이프라인 부각
일라이 릴리의 차세대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레타트루타이드'가 임상 3상에서 비만대사수술에 근접한 체중 감량 효과를 제시했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로 대표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 시장 우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번 임상 데이터는 단순한 감량률 경쟁을 넘어 다중작용제와 장기지속형 제형 등 차세대 개발 방향을 재조명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릴리는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을 대상으로 한 레타트루타이드 임상 3상 'TRIUMPH-1' 톱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당뇨병이 없는 비만·과체중 성인 233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에서 레타트루타이드 12mg 투여군은 80주 동안 평균 31.9kg(체중 기준 28.3%)을 감량했다. 9mg 투여군은 25.9%, 4mg 투여군은 19.0%를 감량했으며, 위약군 감량률은 2.2%에 그쳤다.
특히 고용량군에서는 30% 이상 체중을 줄인 환자가 45.3%에 달했다. 12mg 투여군의 65.3%는 80주 시점에 체질량지수(BMI) 30 미만에 도달했고, BMI 35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 지정 연장 연구에서는 104주 시점 평균 30.3% 감량이 확인됐다. 기존 약물치료와 비만대사수술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레타트루타이드의 차별점은 작용 기전에 있다. 이 약물은 GLP-1, GIP,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삼중 호르몬 수용체 작용제다. 기존 GLP-1 계열이 주로 식욕 억제와 포만감 유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글루카곤 수용체를 함께 자극하는 방식은 에너지 소비와 지질대사 조절까지 겨냥한다.
다만 이번 데이터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은 향후 처방 확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남았다. 12mg 투여군에서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11.3%로 위약(4.9%)보다 높았으며, 이상감각 발생률 역시 12.5%로 위약(0.9%) 대비 높게 나타났다. 릴리 측은 대부분 경증에서 중등도였고 다수가 치료 중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중단 사유에 '과도한 체중감량'으로 인식한 경우가 포함되는 만큼, 향후 미국당뇨병학회(ADA) 등에서 발표될 세부 데이터를 통해 독성에 따른 중단과 과감량에 따른 중단을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글로벌 비만약 경쟁이 '더 많이 빼는 약'을 넘어 '안전하고 오래 유지하는 약'으로 이동하고 있어서다.
다중 기전 측면에서는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 파이프라인이 거론된다.
한미약품의 'HM15275'는 GLP-1, GIP, 글루카곤을 동시에 겨냥하는 삼중작용제로, 임상 1상 단회·다회 투여 연구를 완료하고 현재 미국에서 비만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자체 기술로 개발한 GLP-1 계열 신약 후보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식약처에 품목허가 신청한 한미약품은 최근 당뇨병 치료제로 적응증 확장을 위한 국내 3상 임상시험에서 대상자 투약을 시작했다.
한미약품은 이외에도 체중 감량과 함께 근육을 늘려주는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을 2031년 상용화 목표로 개발 중이다.
동아에스티의 미국 자회사 메타비아(옛 뉴로보 파마슈티컬스)가 개발 중인 'DA-1726'은 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작용제로 글로벌 임상 1상을 통해 체중 변화와 최대 허용 용량 등을 확인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과 프로젠도 다중작용제 경쟁의 또 다른 축이다. 디앤디파마텍은 펩타이드 경구용 기술을 기반으로 GLP-1·GIP 이중작용제(MET-GGo)와 GLP-1·GIP·글루카곤 삼중작용제(DD03)를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약으로 개발 중이다. 프로젠의 'PG-102'는 GLP-1과 GLP-2 수용체에 동시에 결합하는 이중작용제로, 체지방 감소와 함께 장 점막 회복 및 영양 흡수를 돕는 GLP-2의 특성을 활용해 '근육 손실 없는 건강한 체중 감량'을 타깃으로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제형 기술과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업도 수혜 후보로 부각된다. 레타트루타이드와 같은 고용량 감량 이후에는 저용량 유지요법이나 월 1회 이상의 장기지속형 제형이 실제 처방 현장에서 핵심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펩트론은 일라이 릴리와 파트너십을 구축한 상태다. 펩트론은 지난 2024년 10월 릴리와 자사 약효지속 플랫폼 '스마트데포(SmartDepot)'에 대한 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대상 품목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펩트론의 약효지속 플랫폼을 릴리가 보유한 펩타이드 약물들에 적용하는 공동연구 성격으로 알려졌다. 릴리가 보유한 펩타이드 약물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하는 것이 골자로, 시장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한 본계약 성사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지투지바이오는 내달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독자 플랫폼 '이노램프'를 적용한 카그리세마·터제파타이드·레타트루타이드 1개월 지속형 제형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지투지바이오가 릴리와 직접적인 공동개발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며, 릴리의 약물을 검증 모델로 활용해 기술력을 입증하려는 계산이다.
이외에 인벤티지랩은 유한양행과 함께 세마글루타이드 기반(IVL3021) 및 티르제파타이드 기반(IVL3024) 1개월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다. 메타비아 역시 이뮤노포지와 DA-1726의 월 1회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 개최되는 ADA에서 차세대 비만·당뇨 치료제 데이터가 나올 지가 화두"라면서 "이제는 체중 감량에 이어 부작용을 낮추고 편리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GLP-1 기반에서 이중·삼중 작용제, 경구제, 장기지속형으로 확장"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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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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