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마드리드 산탄데르시티처럼 만들자"막연한 부러움에서 국내 최초 '금융시티' 눈앞3단계 건설 비용만 1조원···'디지털전환' 총력전고양·평택·광교 등 검토했지만···공항 접근성 방점
◇청라 본사 규모만 축구장 18개 넓이···디지털 전환 총력전 본부 = 하나금융은 지난 1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소재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청라 그룹헤드쿼터(본사)' 착공식을 가졌다고 16일 밝혔다. 향후 48개월의 공사 기간을 거치면 6개 관계사인 하나금융지주,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하나생명보험, 하나손해보험은 이곳으로 둥지를 옮긴다.
회장 집무실도 청라에 꾸려진 만큼 하나금융의 본격적인 '청라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이번 3단계 프로젝트의 첫걸음인 청라 헤드쿼터는 지하 7층에 지상 15층으로 건설된다. 연면적 128,474.80㎡ (약 3만9000여평) 규모다. 이는 축구장 18개 넓이로 하나금융은 이곳에 그룹 IT 인프라를 한데 모아 관계사 간이 원활한 소통을 무기로 디지털 금융 전환 시대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각오다.
착공식에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청라 그룹헤드쿼터는 하나금융의 강력한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모든 사람에게 365일 개방해 지역사회와 상생하게 될 것"이라며 "유니크한 디자인의 건물은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마인드마크로써 외국인들이 한국을 오갈 때 찾는 첫 번째 관광명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3단계 건립 차근차근···청라에 건설 비용만 1조원 = 하나금융의 청라 시대 도약은 총 3단계로 차근차근 진행됐다. 앞서 하나금융은 2017년 사업비 2470억원을 투입해 1단계인 통합데이터센터를 완공했다. 이곳은 자회사별로 따로 관리하던 IT 인적·물적 인프라를 한데 모은 곳이다. 현재 IT 자회사 하나금융티아이가 입주해 있으며 그룹 IT 인력 1800여명이 근무 중이다.
2019년엔 사업비 2750억원을 들여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완성했다. 이곳은 하나금융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글로벌인재교육원이다. 교육·로비·숙소 등 3개동을 포함해 체육관, 잔디구장, 글로벌필드가 조성됐다. 이렇게 되면 1단계부터 3단계까지 하나금융이 청라에 투입한 건설 비용만 1조 820억원이다.
◇'막연한 부러움'에서 시작해 '서울 고집' 반대도 나왔지만··· = 하나금융의 청라 시대는 '막연한 부러움'에서 시작돼 지금과 같은 완성 직전까지 왔다. 금융권에 따르면 2007년 김승유 전 회장이 스페인 마드리드 서북쪽에 있는 산타데르은행의 '산탄데르시티'를 방문한 뒤 하나금융도 이런 모델의 '금융시티'를 조성하자고 임원들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하나금융 내부 임원 사이에선 금융사가 서울에 있어야 얻을 수 있는 이점 등이 반론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당시 하나은행장인 김정태 현 회장이 파견 형식으로 산탄데르은행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뒤부터 본격적으로 속도를 냈다는 후문이다. 산탄데르은행은 2004년 마드리드 시내에 흩어져있던 23개 건물을 모두 매각하고 이를 모아 '산탄데르시티'를 건설했다.
◇고양·송도·평택·광교 거론됐지만···'공항 접근성' 원칙으로 '청라' = 하나금융이 처음부터 청라를 점찍은 것은 아니다. 제일 먼저 추진된 장소는 경기도 고양시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2009년 고양시의 자족복합도시 개발 사업을 지원하고 고양도시공사에 출자하기로 하는 '민관 협약'을 맺었다.
당시 행보는 금융회사 최초의 지역개발사업 참여로 눈길을 끌었다. 하나금융은 이때도 고양시에 하나드림타운을 건설해 관계사를 한곳에 모으며 '산탄데르시티'를 모델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양시가 개발사업비 확보 어려움 등을 이유로 이를 백지화하면서 하나금융의 꿈도 자연스럽게 뒤로 밀렸다. 이후에도 하나금융의 계획은 송도, 평택, 광교 등에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항 접근성이나 지자체 논의 난항 등의 이유로 삽을 뜨진 못했다. 결국 하나금융의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가 '국제공항' 인접성을 원칙으로 재차 꺼내들었다. 여기에 '국제도시'를 목표로 내건 인천시가 호응하면서 하나금융은 청라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당시만 해도 하나금융의 청라행은 의외의 결정이라는 뒷말도 나왔다. 실제로 당시의 청라는 공항철도 청라역 개통을 앞두고 있었지만 한쪽에선 공항철도 자체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주변 아파트 미분양 속출까지 겹치면서 아무리 대형 금융사인 하나금융이 터를 잡더라도 '배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공항철도 청라역 개통 이후 인천공항, 김포공항, 서울역이 한 노선으로 묶이고 여의도까지 접근성이 30분 이내로 들어오면서 최근의 청라는 이런 오명을 벗어던졌다. 결국 하나금융의 청라 입지 선정은 공항과 바다를 품은 항구 도시 '산탄데르시티' 모델 현실로 이어졌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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