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2월 예심 청구 안해···사실상 상반기 상장 불가K유니콘 밀어주던 거래소, 보수적 관점으로 심사적자 해소 방안 및 재무적 투자자 보호예수 등 관건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달까지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았다. 당초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통상 기업이 예비심사를 청구한 후 실제 상장하기까지 평균 4개월, 길게는 6개월이 소요된다. 컬리가 목표로 했던 상반기 상장을 이루기 위해선 아무리 늦어도 2월에는 거래소 심사가 시작됐어야 6월 내 상장이 가능했다는 의미다. 컬리는 "상장은 계획대로 잘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상반기 상장은 불가능해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컬리의 상장이 예정보다 늦어진 데는 컬리를 바라보는 거래소의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때 미 상장을 검토하던 컬리가 국내로 눈길을 돌린 데에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역할이 컸다. 손 이사장은 지난해 초 열린 간담회에서 쿠팡이 미 나스닥 상장한 것을 두고 적자 K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사)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이며 미래 성장성이 유망할 경우 적자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요건을 신설하는 등 컬리의 상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손 이사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지며 거래소의 분위기도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거래소 실무진 측에선 컬리의 상장과 관련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며 "특히 컬리를 지지하던 손 이사장의 거취가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 오며 실무진이 컬리를 더욱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거래소의 요구조건이 강화됐다. 무엇보다 거래소는 김슬아 컬리 대표의 낮은 지분율을 문제로 보고 있다.
2020년 말을 기준으로 김 대표의 지분율은 6.67%였다. 컬리가 지난해 4700억원 이상을 외부에서 투자받는 등 투자자 지분이 늘어나며 김 대표의 지분율은 더욱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거래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 경영권을 보장할 수 있는 지분이 20%를 밑돌 경우 승인을 내주지 않는다. 상장 후 재무적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막고 경영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이에 거래소는 컬리의 안정적인 경영권 보장을 위해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들이 일정 기간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보호 예수기간을 설정하는 방안을 컬리에 요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주주들의 보호예수 동의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은 컬리의 성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며 빠르게 자금을 회수하려는 목적 아니겠느냐"며 "거래소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컬리에 대응책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컬리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 않은 채 "국내외 증시 불안정으로 힘든 상황이긴 하나 계획대로 잘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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