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물가, 기대인플레이션 4% 육박선제적 조치로 고물가 고착화 차단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둬이 총재 "0.25%p 점진적 인상 바람직"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0%포인트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0.25%p 추가 인하 통해 금리를 빠르게 내리며 경기 침체에 대응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해 같은해 11월, 올해 1월, 4월, 5월까지 각각 0.25%p씩 올려 기준금리를 순식간에 1.75%로 만들었다. 이날 0.50%p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약 1년만에 1.75%p나 높아졌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0.50%p 올린 것은 예외적인 상황"이라면서 "물가 수준이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물가와 임금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리를 1% 올리면 성장률이 0.2%p 하락하는데, 경기 미치는 영향보다 기대심리를 꺾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한 만큼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25bp(1bp=0.01%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통위의 '빅스텝' 결정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금통위원 사이에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결정문에서 "물가와 경기 상황을 종합해 볼때 경기 하방위험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물가 상승세가 가속되지 않도록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안정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물가가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6%까지 치솟은데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에 육박했다. 한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10년 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으면 향후 물가 인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비자들이 주관적으로 체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의미하는 물가 인식은 4.0%로 역시 한 달 만에 0.6% 포인트 올랐다.
여기에 미국 긴축 속도도 문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조만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미 금리 역전은 기정사실화 됐다. 한은이 빅스텝을 밟으면서 현재 한국(2.2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0.50∼0.75%p로 벌어졌지만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한번이면 금리는 역전되고 만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다만 이 총재는 시장의 우려는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 역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리 격차보다 그로 인한 시장의 영향, 외환시장, 자본 시장 등을 봐야 하는 것이지 금리 차 자체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7년 IMF외환위기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자본이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고 달러 외엔 다 절하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 우리나라에서만 자본이 유출된다거나 우리나라만 환율이 떨어지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 등 다른 나라 상황들도 함께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환시장 안정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미국의 높은 물가 상승률 등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달러당 원화값은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외국환중개에 따르면 12일 기준 달러당 원화값은 1312.10원으로 마감했다. 원화값이 하락하면 수입 물가가 높아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금통위에서 이를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해 양국 금리가 역전되면 원화가치 하락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2.75%~3%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침체 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기준 금리를 1% 올리면 경제성장률 0.2% 하락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경기 미치는 영향보다 기대심리를 꺾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시중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소비자의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등 취약 차주에 대한 우려가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정부와 함께 선별적 지원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피해 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이 예정대로 9월말 이후 종료가 되더라도 현재 지원을 받고 있는 자금에 대해서는 최대 1년간 현재와 같이 0.25%의 금리를 유지한다"면서 "가계 변동금리대출의 고정금리 전환 지원 등을 통해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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