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많게는 수억원씩 전세 보증금이 올랐고, 최대 5%로 보증금 인상폭을 억제하는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이미 사용한 경우도 많은데 금리까지 치솟으면, 버티지 못하고 결국 반강제적으로 전세를 월세로 바꾸거나 집을 아예 옮기는 세입자가 속출할 수도 있다.
아울러 최근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오랜만에 고정금리를 웃돌면서, '변동금리 비중 83%'라는 기형적 대출 구조가 개선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주담대보다 높은 전세대출 금리···20일새 0.44%p↑ 올해 1.48%p↑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주택금융공사보증·2년만기)는 지난 16일 현재 연 4.010∼6.208% 수준이다.
6월 24일(3.950∼5.771%)과 비교해 불과 20일 사이 하단이 0.420%포인트(p), 상단이 0.437%포인트 올랐고 작년 말(3.390∼4.799%)보다는 상·하단이 각 0.620%포인트, 1.481%포인트나 뛰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현재 연 4.100∼6.218%다. 20일 전(3.690∼5.781%)보다 역시 상·하단 모두 0.40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4.210∼6.123%로 하단이 0.540%포인트, 상단이 0.329%포인트씩 떨어졌다. 은행채 5년물 금리 하락 등의 영향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4.308∼6.230%의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지난달 24일 3.771∼5.510%에서 하단이 0.100%포인트, 상단이 0.350%포인트 올랐다.
◇ 코픽스 급등 탓에 2010년 이후 최고···빅스텝 반영되면 다음 달 더 뛸 듯
이처럼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급등한 것은 무엇보다 코픽스(COFIX)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체로 전세자금대출을 변동금리로 많이 취급하고 이 대출이 따르는 지표금리는 코픽스인 경우가 많은데, 지난 16일 0.40%포인트나 한꺼번에 뛰는 등 코픽스가 치솟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6%대의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5∼6% 수준이었던 2010년 이후 처음 보는 것 같다"며 "코픽스가 갑자기 많이 오르면서 3%대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거의 사라졌다"고 전했다.
더구나 현재 4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 상단(6.208%)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단(6.123%)보다 높고, 변동금리 상단(6.218%)과 불과 0.0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전세자금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기관의 보증을 바탕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0.5%포인트 안팎 금리가 낮은 게 보통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부진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만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수요 촉진 차원의 금리 인하 등 우대 조치를 전세자금대출 보다는 일반 주택담보대출 등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며 "따라서 주담대·전세대출간 금리 격차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기타대출(신용대출 등)은 1조2천억원이나 줄어든 반면, 전세자금대출은 9천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앞으로 더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발표된 6월 기준 코픽스에는 지난 13일 한은의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다음 달 중순부터 적용될 7월 코픽스에는 빅스텝의 충격이 그대로 드러날 전망이다.
◇ 전세대출 이자, 월 86만원에서 2년새 200만원대로···서울 전월세전환율 4.8%보다 높아
최근 몇 년 사이 전세보증금이 급증한 상태에서 전세자금대출 금리까지 빠르게 오르면 세입자들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달 말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을 맞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클수도 있다.
임대차법에 따라 임차인은 전세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고,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도 5% 이내로 묶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계약갱신청구권은 한 번만 쓸 수 있기 때문에, 2020년 8월 이후 청구권을 이미 행사한 전세 세입자는 올해 8월부터 다시 계약하려면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줘야 할 처지다.
예를 들어 2018년 9월 5억9천만원에 최초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서울 마포구 모 아파트(80㎡·25평)에 입주한 세입자(전세대출 4억원 조달) A씨는 2년 뒤인 2020년 9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보증금을 6억1천500만원(4%대 인상률)까지만 올려줬다. 인상분(2천500만원)은 전세대출을 더 받지 않고도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2년이 지나는 오는 9월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이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 시세는 8억8천만원에 이른다. 계약갱신청구권을 다시 쓸 수가 없는 만큼, 당장 세입자는 2억6천500만원(8억8천만-6억1천500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전세자금대출을 오른 금리로 한도(5억원)까지 꽉 채워 1억원을 더 받아도, 1억6천500만원을 신용대출 등을 통해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처지다.
전세자금대출이 1억원 늘어나고, 2020년 9월 연 2.52%였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오는 9월 연 4.808∼6.208%(7월 16일 현재 수준)까지 올랐다면 월 납입 이자액은 2년전 86만원의 2배가 넘는 약 200만∼260만원대로 불어난다.
따라서 '울며 겨자먹기'로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사례도 급증할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서울 지역의 전월세전환율{연간임대료/(전세금-월세보증금)×100}은 4.8% 수준이다.
예를 들어 5억원짜리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보통 5억원의 4.8%(2천400만원)를 12개월로 나눈 200만원을 월세로 낸다는 뜻이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전월세전환율보다 낮으면, 세입자 입장에서 대출을 받아 이자를 무는 게 유리하지만, 금리가 지금처럼 5∼6%에 이르면 월세 부담이 크더라도 집주인과의 합의를 통해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게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만 3년 차에 들어서는 8월부터 전세보증금은 수천만∼수억원 올랐는데 전세자금대출을 받기에는 금리가 너무 부담스러운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월세 전환 등에도 실패하면, 많은 세입자가 결국 전세 대란을 감당하지 못하고 서울 외곽 지역 등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변동금리가 고정금리 웃돌아···'변동금리 83%' 기형적 구조 개선 기대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 동향의 또 다른 특징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연 4.100∼6.218%) 상단이 고정금리(연 4.210∼6.123%)보다 높아진 것이다.
거의 1년여 동안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크게는 1%포인트 가까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금리 상승 추세가 뚜렷한데도 대출자들이 더 안전한 고정금리를 외면하는 이례적 현상이 이어졌다.
그 결과 예금은행의 5월 신규 취급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82.6%로 2014년 1월(85.5%) 이후 가장 커졌고, 같은 달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기준 변동금리 비중도 77.7%로 2014년 3월(78.6%) 이후 8년 2개월 만에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압도적으로 높은 변동금리 비율은 심지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운영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험 요소가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동·고정금리 역전의 배경에 대해 "우선 기본적으로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최근 떨어진 반면 주담대 변동금리의 지표금리가 뒤늦게 많이 뛰었다"며 "은행들도 금리 상승기를 맞아 미래 부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금리 상승 폭을 차별적으로 조정해 고정금리 쪽으로 유도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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