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노사 갈등, 5개월 만에 또···추석 '배송' 대란 근심

택배노조, 일부 대리점 공동합의문 미이행 지적

'계약해지 사태' 해결 위해 원청 적극적 개입 요구

무기한 단식농성, 경고파업·3일연속파업 계획 중

특수기인 명절 앞두고 갈등 재점화에 불안감 고조

대리점연합, '파업시 모든 조치 중단' 내용증명 발송

사진=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 노사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택배노조가 지난 3월 총파업을 종료한지 5개월 만이다. 노조가 공동합의서 미이행시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한 달 여 남은 추석을 앞두고 배송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4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 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리점들이 기존의 계약관계를 유지하기로 한 합의들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사간 공동합의에도 불구, 일부 대리점이 합의 이행을 거부하며 노동자를 부당 해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울산 신범서대리점은 현재 기사 6명의 계약해지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또 추가로 24명의 기사들이 해고 위기에 내몰린 상태라고 호소했다.

유성욱 CJ대한통운본부장은 본사 앞에 농성장을 꾸리고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택배노조 측은 "대리점을 제어해야 할 CJ대한통운은 나몰라라하고 있다"며 원청이 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이달 6일 경고파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또 10일부터 3일 연속파업 계획도 밝혔다.

앞서 택배노조는 지난해 12월28일부터 택배비 인상분 공정 분배와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 철회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장기화된 파업 과정에서 원청인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는 물론, 택배노조와 비택배노조간 '노(勞)-노(勞)' 갈등까지 불거졌다. 연말연시와 특수기인 설날이 맞물리면서 물류대란 우려는 더욱 커졌고, CJ대한통운은 대체 인력을 투입하며 배송대란을 막았다.

택배노조는 올해 3월2일 대리점연합과의 협상을 끝마치며 파업 종료를 선언했다. 노사가 도출한 공동합의문에는 대리점과 택배기사간 기존 계약관계 유지, 표준계약서 작성,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등이 담겼다. 또 추가적인 협의로 부속합의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공동합의서를 합의한지 4개월여 만인 지난달 18일에는 부속합의서를 내놨다. 주5일 배송 시법사업과 택배 인수 시간 하루 3시간 이내 제한 등이 골자다.

하지만 이번 단식농성을 계기로 또다시 CJ대한통운에 전운이 감도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노조가 매년 연례행사처럼 명절 특수기에 파업을 전개해 왔다는 점에서 올해 추석에도 배송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이 시기 집화량은 평소보다 50% 가량 증가한다. 배송난을 막으려는 원청과의 협상이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일종의 '노림수'라는 분석이다.

대리점연합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한듯, 택배노조의 강경행동을 사전 저지하고 나섰다. 대리점연합은 지난 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일부 대리점에서 최근까지 계약해지 또는 갱신거절에 따른 갈등과 분쟁이 종결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일부 대리점의 개별행동이 있다 할지라도, 서비스 정상화와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한 합의정신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배노조가 파업을 강행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리점연합은 "택배노조 지도부는 단식을 즉각 중단하고, 일부 대리점의 개별행동을 빌미로 합의정신을 위반하고 정당성 없는 파업을 강행해서는 안된다"면서 "과격한 투쟁은 어려움에 처해있는 조합원을 돕기는 커녕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꼬집었다.

또 "이날(4일)까지 단식 중단과 투쟁 선포에 대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간 문제해결을 위해 진행 중이던 노력과 조치를 즉각 중단하겠다"며 "본사에도 조치 중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다만 "노조 지도부가 단식을 중단하고 사과할 경우 원청에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대리점연합은 이와 같은 내용의 내용증명을 택배노조 측에도 발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