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윤 대통령 겨냥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아"

라디오 방송···"윤핵관, 정치 공작 행동 해"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발언에 "정치 포기"

"가처분 결과, 당연히 법리상 인용돼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및 비대위원장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 기일인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을 '내부 총질 당 대표'로 표현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하며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비판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효력 정지 가처분에 대해선 "법리상으로 보면 당연히 인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18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선에서 두 번의 봉합을 보면서 믿었다"며 "뒤에서 안 좋은 이야기가 들리는 정도는 있었겠지만, 큰 틀에서는 선거 성과가 좋으면 전에 있던 일들은 다 털고 가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고 이같이 말했다.

연일 윤 대통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 전 대표의 해당 발언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당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자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언급했던 말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어 "제가 인식하기로는 윤 대통령이 통 큰 이미지로 강조되다 보니 당연히 우리가 털고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처럼 되니까 당황스럽다"며 "알고 보니 뒤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은 대통령 의중을 파악한 것인지, 지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정치 공작설에 가까운 행동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질문에 '다른 정치인들이 어떤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답한 것에 대해선 "정무수석실 주요 업무가 그런 것을 파악하는 건데 정무수석실이 보고를 안했으면 직무유기고, 대통령이 파악할 의중이 없었다면 정치 포기"라고 지적했다.

비대위 체제 효력 정지 가처분 결과와 관련해 "법리상으로 보면 당연히 인용돼야 한다"며 "채무자 측에서 전국위 결과가 어차피 다시 해도 똑같을 것이라는 논리로 주장했는데, 이건 제가 보전 받을 실익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굉장히 치졸한 논리"라고 맹비난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의원총회와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지도 체제를 비대위로 전환하자 지난 10일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전날 법원에 출석해 심문을 마쳤다. 당이 비대위로 전환할 만큼 비상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절차적 하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절차적으로 비대위 전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비대위 출범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비대위 출범은 무력화가 된다. 반대로 가처분이 기각되면 비대위는 예정대로 운영된다. 이렇게 되더라도 이 전 대표는 물러서지 않고 여론전을 이어가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