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오른 삼성물산, 용산 한남2구역 정조준경쟁구도 불만 품은 대우건설, 끝내 입찰포기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는 이날 오후 3시 시공사 입찰을 마감했다. 1차 입찰에 이어 이번 2차 입찰에도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입찰하면서 유찰됐다. 2번의 유찰로 삼성물산은 수의계약 조건을 갖추게 됐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2번 이상 유찰될 경우 단독 응찰한 업체를 대상으로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흑석2구역은 흑석동 99-3 일대 4만5229㎡ 부지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공공재개발 방식으로 용적률 599.9%을 적용받아 지하 7층~지상 49층 아파트 1216가구와 상가시설을 짓는다. 지난해 1월 양평13·14구역 등과 함께 첫 공공재개발 대상지로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무혈입성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눈치다. 입찰 전부터 주민들의 브랜드 선호도가 높았던 데다, 대우건설이 입찰에 불참할 것이 일찍부터 점쳐졌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수익성이 예상보다 크지 않고, 부담은 크다는 현장의 판단에 따라, 흑석2구역 2차 입찰에 불참하기로 했다"면서 "수주 가능성이 높고 품질 시공이 가능한 단지를 대상으로 수주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이 시행사나 주민대표회의를 신뢰하지 못해 입찰을 포기했다고 보는 일부 시각도 있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1차 입찰에서 입찰포기를 선언했다가 2차 입찰 현장설명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었지만, 계속해서 공정경쟁에 대한 우려를 보이던 상황이었다. 대우건설 사정에 정통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입찰을 위한 활동만 하면 사업 주체들 안팍에서 꼬투리를 잡아 경고를 줬다고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면서 "진통 끝에 수주를 한다고 해도 시공권을 위협하는 요소가 계속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물산은 하반기 대어로 꼽히는 흑석2구역의 수주에 사실상 성공하면서, 오는 23일 마감하는 용산구 한남2구역의 입찰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남2구역은 삼성물산 뿐 아니라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등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업장이다. 예비 경쟁자 중 하나인 대우건설이 이번 흑석2구역에서 삼성물산과의 경쟁을 피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며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자신감을 가질 만한 요소가 생긴 셈.
실제로 업계에서는 한남2구역과 흑석2구역이 조건과 위상 측면에서 많은 점이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두 곳 다 뉴타운 내에 위치했고, 준강남이라는 평가를 받는 입지도 비슷하다. 단지규모도 흑석2구역이 1216가구, 한남2구역이 1537가구로 비슷하다.
홍보 방식도 두 곳 다 삼성물산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한남2구역은 조합이 정해놓은 장소와 시간에만 홍보를 하도록 한 '홍보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흑석2구역도 개별홍보를 금지하고 고소고발까지 진행하는 등 홍보수단을 엄격히 제한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 사이에 '래미안' 브랜드 선호가 뚜렷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클린수주'를 내세우는 삼성물산에게 딱 맞는 사업장인 셈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연초부터 상반기에는 흑석2구역, 하반기에는 한남2구역을 주요 수주 대상으로 삼고 적극적인 참여를 검토해왔다. 흑석2구역의 시공사 선정이 지연되면서 하반기로 넘어오게 됐지만 전체적인 계획에는 차이가 없을 것"이라면서 "무리하게 수주금액을 늘리는 것보다는 핵심 입지에 브랜드 희소성을 높일 수 있는 곳을 위주로 수주할 것"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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