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美 CPI 8.0%···인플레이션 장기화에미 연준, 이달 FOMC서 울트라스텝 가능성원달러환율 연일 신고가···1400원 돌파 코앞한은, 0.25%p 인상 예고했지만 고민 깊어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서 남긴 말이다. 미 연준의 금리 결정이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연준이 '자이언트스텝(0.75%p)'을 넘어 '울트라스텝(1.0%p)'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한은이 다음달 열리는 금통위에서 지난 7월에 이어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더 커졌다. 이 총재 역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어떤 가능성(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3%, 전월대비 0.1% 오르면서 전문가 전망치는 8.0%를 웃돌았다. 지난 6월 9.1%를 기록한 후 두 달 연속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CPI가 유지되면서 연준이 긴축에 고삐를 죌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이 우려하는 부분은 한미금리차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로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상단이 같지만 미국이 이달 0.75%p를 인상하게 되면 금리차는 0.75%p까지 벌어지게 된다. 연준이 유례없이 자이언트스텝을 밟는 경우엔 금리차는 1%p가 된다. 이 총재가 용인할 수 있다고 밝힌 범위다.
여기에 남은 11월과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리 격차는 1%p 이상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연일 신고점을 기록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문제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최고 1397.90원까지 치솟았다.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3월 31일(1422.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139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1일(1392.0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이날 개장가부터 1399.00원에서 출발해 1394.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달엔 1450원 선을 돌파하고 연내 150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달러화 강세 기조가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 아래 전세계 경기 침체 논란과 한국 경제 수출 타격 우려, 미국 연준 양적긴축 등으로 상승 요인이 우세하다는 분석이다. 이달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한은 역시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널뛰는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한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도 속수무책인 상황이어서다.
올해 남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는 10월과 11월 단 두차례다. 한은의 예상경로를 벗어나지 않으면 0.25%p씩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던 이 총재지만 '빅스텝'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10월 빅스텝을 밟고 11월 동결하는 방법, 10월과 11월 나란히 0.25%p 씩 인상하는 방법, 10월 빅스텝 이후 11월 0.25%p 인상하는 방안이 다양하게 거론된다. 어떤 식이든 한은 설립 이래 처음으로 6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된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한국의 기준금리 상단을 3%로 제시하는 것은 희망고문일 수 있다"면서 "한은 총재는 25bp씩 점진적인 인상을 선호한다고 발언한 바 있지만, Fed와 금리 차가 너무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 빅스텝(50bp) 인상을 다시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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