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삼성 신경영 선언 직후 안내견학교 사업 시작1994년 첫 안내견 분양···누계 안내견 267마리세계 유일 기업이 맡아 운영···1마리 양성에 1억원 필요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20일 경기도 용인에서 새로운 안내견과 졸업한 안내견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함께 내일로 가다' 행사를 진행했다.
삼성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신경영 선언 직후인 1993년 9월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설립해 29년간 운영해 오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가족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훈련사 등 안내견의 생애와 함께 해 온 5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며 8마리 안내견과 6마리 은퇴견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는 "안내견 사업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으로 29년간 시각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지원하고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켜 왔다"며 "앞으로도 안내견과 파트너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의 '동물 통한 사회공헌'···기업 이미지 개선 도움 = 삼성은 신경영 선언을 기념해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를 설립함으로서 '초일류 삼성'을 향한 변화의 첫 걸음을 사회 공헌으로 시작했다.
이 회장은 평소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된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안내견협회(IGCF)에 정회원으로 가입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업에서 운영하는 안내견학교다. 일본, 영국, 미국 등에서는 민간에서 기부를 받아 안내견학교를 운영 중이다.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은 "안내견 1마리 양성에 약 1억원이 사용된다"며 "90년대초에는 많은 재원을 들여 안내견학교를 정착시키기 쉽지 않았다. 삼성도 외국에 가서 교육방법을 배워왔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1994년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이래 매년 12~15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동물을 통한 사회공헌' 노력을 인정받아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안내견학교는 기업 이미지 개선에도 큰 역할을 했다.
박 교장은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의 보신탕 문화가 수출기업에게는 부담이었다"며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극복방안이 필요했고 당시 국내에 없었던 안내견학교를 사회공헌활동으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개교 30주년 앞둬···사회적 인식 개선 위해 노력 = 내년 개교 30주년을 앞둔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넓은 견사와 훈련장, 안내견들이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갖춰져 있었다.
훈련소에서 한달간 입소교육 중인 안내견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많은 사람들이 견사 안으로 들어와도 짖는 안내견이 한 마리도 없었다는 점이다.
박 교장은 "안내견들은 낯선 사람을 봐도 짖지 않는다. 집에 도둑이 들어와도 위협하지 않는다"며 "이는 어릴 때 봉사자 가정에서 많은 사회경험을 하고 성격이 형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안내견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돼있다. 퍼피워킹을 마친 뒤 안내견학교에서 약 한 달 가량의 안내견 파트너 교육과정이 진행되며, 24시간 일대일 케어를 통해 교육을 진행한다.
첫 2주는 안내견 학교에 입소해 교육을 진행하고, 나머지 2주는 시각장애인의 거주지 근처에 숙소를 마련해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모든 생활을 같이 하면서 교육을 진행하게 된다.
단, 안내견 교육을 받은 강아지 중 실제로 안내견이 되는 것은 30% 뿐이다.
박 교장은 "성격이 맞지 않는 강아지들은 안내견이 될 수 없다. 안내견 교육은 생명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며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등 안내견에 적합하지 않은 강아지들은 일반가정에 반려견으로 입양된다"고 말했다.
안내견학교에는 추모공원도 마련되어 있다. 이 곳에는 안내견으로 활동한 160마리 강아지의 명패가 붙어있었다. 특히 지난 추석 명절 기간에 안내견 가족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도 눈에 띄었다.
박 교장은 "안내견이 죽으면 화장하고 추도식을 열어 준 뒤 추모공원에 명패를 달아준다"며 "안내견 가족들이 명절이나 안내견 생일 때 자주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앞으로도 보다 많은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을 만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안내견이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삼성 측은 "NGO와 협업해 수혜자 선정에 있어서 더 높은 수준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매년 4월 마지막 수요일인 '세계 안내견의 날' 행사를 함께 진행해 인식 개선에도 힘쓸 예정"이라며 "안내견과 파트너, 사회 주요 구성원들이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안내견에 대한 관심과 깊이 있는 이해가 수반된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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