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세 김승범 상무, 에프앤코 이사 겸직 15년 해외사업 총괄 등 현장 실무 경험 갖춰 김창수 회장 기대 한 몸···성장 기틀 구축할 듯
김 상무는 2019년부터 패션사업을 영위하는 F&F의 디지털 본부 총괄 임원으로도 활약 중이지만, 에프앤코에서 더 오랜 기간 실무 경험을 착실히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기반으로 현장경영의 보폭을 넓히며 그룹 내 영향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를 운영하는 에프앤코는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해양 생분해 소재 PHA(polyhydroxyalkanoate)를 활용한 화장품 용기 개발 및 상용화 작업에 한창이다.
앞서 지난 7월 CJ제일제당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으며, 연내 생분해 소재를 적용한 용기의 '클린 잇 제로' 라인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클린 잇 제로는 최근 3년(2019~2021년)간 4.37초에 1개씩 판매되며 바닐라코의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이날 협약식에는 김승범 에프앤코 본부장(상무이사)이 참석해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피력했다. 올해 그룹 차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TF를 출범해 다방면의 활동을 이어가는 만큼, ESG 경영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김 상무가 임원 배지를 달고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작년 1월 뷰티·패션 시장 분석 서비스인 메저커머스의 세미나에서 연사로 참석한 바 있지만,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에 그쳤다. 본격적으로 사업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자리에도 모습을 드러내면서 경영 보폭을 넓히는 것으로 보인다.
1987년생인 김 상무는 김창수 F&F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컬럼비아컬리지(Columbia College)를 졸업한 후 2019년 11월 F&F 디지털본부 총괄을 맡으며 미등기 임원직에 이름을 올렸다. 디지털본부는 각 브랜드에 산재해 있는 E-BIZ팀을 통합하고 본부로 승격된 신설 조직이다. 김 상무에 힘을 실어주게 되면서 당시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 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김 상무는 화장품 계열사 에프앤코의 본부장직도 맡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 에프앤코 이사회에 처음 합류했으며, 현재 상무이사로 있다. 앞서 2015년에는 중국법인 사업부 총괄 팀장으로 일찌감치 현장 실무경험을 쌓아온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 성장을 견인할 적임자로 평가 받는다.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수익성 제고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에프앤코가 지난해 흑자 전환 결실을 맺으며 재도약에 시동을 거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더욱이 부친 김창수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로 시작한 회사로 알려진 만큼 김 상무 입장에서는 안정적 성장 기틀 마련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에프앤코는 2002년 2월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과 종합물류서비스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2008년 말까지 F&F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2004년부터 대표이사직을 겸직한 김창수 회장이 지분을 넘겨 받았다. 구체적 주주 명단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작년 말 기준 김창수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자가 88.96%의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 11.04%(80만7866주)은 자사주로 파악된다.
에프앤코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171억원으로 전년 대비 28.1% 늘었다. 영업이익은 153억원, 당기순이익은 137억원으로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16년 매출 2000억원대 고지를 앞둔 것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1년 만에 적자 고리를 끊은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해외법인이 안정적 성장 궤도에 진입하며 실적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법인 에프앤코 상하이의 작년 매출은 531억원으로 전년보다 44.7%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0.7% 급증한 46억원이다. 2017년 설립한 미국법인 에프앤코 미국도 큰 폭의 성장세를 시현했다. 지난해 매출은 63억원으로 전년보다 58.2%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4220.7% 늘어난 4억원이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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