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대외여건 악화···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 절실"이재용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 만들어야" 강조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 만에 재계 1위 기업의 회장 타이틀 승격이다.
고 이건희 회장 별세 후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총수' 회장이 없던 삼성은 이제 이재용 회장 시대를 열게 됐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단 이날은 별도 행사가 열리지 않았으며 업계에서는 오는 11일 1일 회사 창립기념일이나 19일 이병철 선대 회장의 35주기에 취임식이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회장 취임사 없이 취임에 대한 소회와 각오를 오늘 사내게시판에 올려 취임사를 갈음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고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정현호 부회장, 한종희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사장단 간담회를 열고 회장 취임을 앞둔 소회와 각오를 전했으며 이를 임직원들에게 공유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공개된 메시지에서 "회장님께서 저희 곁을 떠나신 지 어느 새 2년이 됐다. 많은 분들께서 회장님을 기리며 추모해 주셨다. 깊이 감사드린다"며 "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위기감을 상기시켰다.
이 부회장은 "그나마 경쟁의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은 것은 여기 계신 경영진 여러분과 세계 각지에서 혼신을 다해 애쓰신 임직원 덕분"이라며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봤다. 절박하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인재와 기술에 대한 중요성도 다시금 일깨웠다.
그는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복권 후 국내외 사업장을 둘러보면서 임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이 언급한 일터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들을 되새겼다.
이 부회장은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면서도 상황 변화에 유연하고, 우리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삼성이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 등 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는 과제도 공유했다.
이 부회장은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회장 취임 소회는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 제가 그 앞에 서겠다"라며 마무리했다.
이 부회장의 메시지와 별도로 재계와 학계 등에서는 미중 반도체 전쟁,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 대내외 위기감이 회장 승진 시기를 더 늦출 수 없던 배경이 됐을 거란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현재 진행 중인 삼성 부당합병 재판이 언제 끝날줄 예측이 어려운 시기에 지금 회장 승진을 하지 못하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의 경영이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면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고 회장 직위에 오르는 것이 자본시장에 주는 신호가 안정적"이라며 "하지만 그러기엔 현 상황이 위중해졌다고 볼 수 있다. 부회장 직함에서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의사결정의 큰 틀이 필요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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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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