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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대란에...'우량기업' 현대차도, 현금 쌓고 투자 줄인다

유동성 대란에...'우량기업' 현대차도, 현금 쌓고 투자 줄인다

등록 2022.11.07 10:25

수정 2022.11.07 10:49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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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Q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9.6조...전년 동기 대비 45.6%↑투자 규모도 9.2조에서 8.9조로↓...전략투자는 확대 '눈길' 재무전략 '공격→보수' 선회...FCF, 목표치 보다 증가 전망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진=현대자동차 제공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레고랜드 발(發) 자금조달 시장 유동성 대란에 '우량 기업'으로 손꼽히는 현대차마저 유동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현금을 전년 대비 50% 가까이 쌓으며 곳간을 채우는가 하면, 올해 투자 목표도 당초 수준에서 한껏 낮췄다.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자금 시장이 경색되자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고 지출을 줄여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현대차의 3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19조 585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45.6%(6조 8210억원) 더 늘었다. 같은 기간 현금 자산 증가율만 보면 삼성전자(6.9%), LG전자(14.3%), SK하이닉스(-25%) 등 4대 그룹 중 최고 수준이다.

현대차의 '현금쌓기'는 2025년까지 75조원 이상(한국 63조, 미국 12조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앞둔 가운데 정부의 유동성 공급 정책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선제적 자금 확보를 통해 투자 차질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유동성 대란 대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신용등급 AA+의 우량기업으로 그동안 국내외 자본 시장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금을 조달해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레고랜드 발(發) 금융시장 경색이 겹치면서 회사채 투자 수요가 급감했고, 이로 인해 우량기업 또한 자금 조달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됐다.

유동성 대란에...'우량기업' 현대차도, 현금 쌓고 투자 줄인다 기사의 사진

기업들의 조달 환경을 보여주는 신용스프레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고, AAA급 초우량 공사채들의 잇단 유찰은 물론 우량 회사채 미매각도 쏟아졌다. 지난 27일 한화솔루션이 발행한 AA-등급의 1000억원 규모 회사채 공모에는 130억원 어치만 매각됐고, 함께 발행한 500억원 규모 회사채는 전량 미매각됐다. AA등급 LG유플러스도 3년물 6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00억원을 모으는데 그쳤다.

다행인 건 현대차는 계속되는 호실적으로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되면서 빚을 내 현금을 쌓는 다른 기업 보단 사정이 낫다는 점이다. 상반기 기준 현대차의 현금 순유입액은 4조 5849억원으로, 1년 새 5조 3894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이는 메리츠증권(순유입액 7조 1077억원), 한국증권금융(순유입액 6조 1504억원)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치다. 3분기 또한 매출은 37조 7054억원으로 최대치를 찍었고, 영업이익도 1조 3000억원에 달하는 세타2 엔진 추가 충당금 반영에도 불구하고 1조 5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쌓았다.

현대차는 유동성 관리를 위해 현금 쌓기와 더불어 올해 투자 규모도 축소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24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투자 계획을 연초 9조 2000억원에서 8조 9000억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항목별로 보면 연구개발(R&D)투자 규모는 기존 3조 6000억원을 유지하기로 했고, 설비투자(CAPEX)는 종전에 5조원에서 3조 9000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반면 M&A 등 전략투자는 6000억원에서 1조 400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전체 투자 규모는 줄이지만, 미래 모빌리티 관련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늦추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전반적인 재무전략이 '공격적'에서 '보수적'으로 수정되면서 현대차의 잉여현금흐름(FCF) 목표치는 올해 초 정한 수준에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자동차로 벌어들인 잉여현금흐름을 당초 -5000억원~1000억원에서 3조~4조 5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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