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내년 경제 '저성장 쇼크' 우려외환위기·금융위기 때와 같은 '1%대 성장' 암울한 전망기준금리 내년까지 더 오르며 가계·기업 고통 심화
연구기관이나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는 내년 경제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5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2.3%에서 0.5%포인트(p) 하향 조정된 수치다.
이외에도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1.9%) 등도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한 바 있으며, 한국경제연구원도 세미나에서 성장률 전망치로 1.9%를 제시했다.
그야말로 '저성장 쇼크'다. 경제 성장률이 1%대였던 때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0.8%),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2차 오일쇼크의 영향을 받은 1980년(-1.6%) 등 뿐이다. 내년 경제 상황이 과거 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또 다른 위기라는 뜻이다.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국내 경제전문가 중 80%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0% 미만으로 예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04명을 대상으로 최근 경제상황과 2023년 경제전망에 관한 의견을 물은 결과 52.7%가 현 경제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하거나 더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외환위기) 정도는 아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때보다 더 어렵다는 답은 18.7%, 2008년 위기 때와 비슷하다고 본 답변도 27.1%에 육박했다.
이는 수출 증가세가 크게 감소하고 투자 부진도 계속되면서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기 둔화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실제로 수출은 2년 만에 감소로 전환하고 무역수지는 10월까지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11월 들어서도 열흘 동안 20억달러 넘게 불어나면서 연간 누적 적자는 37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는 376억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는데, 이는 무역 통계 사상 가장 큰 적자 폭이다. 기존 최대치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직전인 1996년의 206억달러 적자였다.
원달러환율이 치솟으면서 수입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도 문제다. 지난달 국제유가가 10월에 소폭 반등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내내 1400원을 웃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입물가가 전월보다 1.5% 올랐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5%대 고(高)물가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 전망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한은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 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고물가 고착화를 막기 위한 선택이다.
한은은 지난달 고물가‧고환율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7월에 이어 또 한번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한은 사상 첫 사례다. 지난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한은은 1년 2개월 사이 금리를 2.50%포인트 올렸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와 환율 등도 큰 축이지만 미국의 긴축 정책에도 발을 맞춰야 해서다. 미 연준(Fed‧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면서 한미간 금리차는 역전됐는데 외국자본 유출 등의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한미 금리차는 1%포인트로 이렇게까지 벌어진 것은 지난 2018년 3월~2020년2월 이후 3년만이다.
연준이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만큼 격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경우 격차는 1.5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스텝 대신 빅스텝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지만 금리차 1%포인트 유지될 것이란 점에서 원화가치 약세, 자금 유출 등 경제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서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은 날로 커지는 중이다. 가파른 금리인상에 부동산 가격의 대폭 조정도 경기 침체의 한 이유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금리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부담 분석'에 따르면 한은의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대출에 대한 연간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부터 내년 연말까지 최소 16조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부담액도 같은 기간 약 6조2000억원 증가해 자영업자(551만3000명) 가구당 평균 이자부담액은 연 112만4000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이자부담액도 다르지 않다. 가계대출 연간 이자부담액은 같은 기간 17조4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를 보유한 개별 1318만 가구로 나누면 연간 이자부담액은 약 132만원 증가한다.
특히 다중채무자이거나 저소득·저신용 등 취약차주의 경우 같은 기간 108만 가구에서 121만 가구로 늘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이자부담액도 가구당 약 330만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은 최근 지속 중인 금리인상으로 이른바 '영끌', '빚투'족이 한계상황으로 몰리고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져 가계는 물론 금융기관 건전성까지 악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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