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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3高 위기에 '변화보단 안정'

기업, 적색 깜빡이를 켜다

유통업계, 3高 위기에 '변화보단 안정'

등록 2022.11.21 07:50

수정 2022.11.22 15:15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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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유통업체 임원 인사 앞당기며 사업전략 수립 나서경기침체·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로 내년 실적 부진 예상

유통업계, 3高 위기에 '변화보단 안정' 기사의 사진

유통기업들이 예년보다 한발 빨리 정기 인사를 앞당기고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도 위기에 대응하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내년도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인사시기를 조절하면서 평년보다 이르게 사업전략 수립에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인사는 '변화보단 안정'에 집중한 모습이다. 경기 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가 예상되는 2023년은 그룹의 미래 도약 여부가 판가름 나는 결정적인 시기라는 분석에서다.

통상 매년 12월 중·하순 인사를 단행하던 롯데는 올해는 한 달 정도 일찍 임원 대상 인사 평가에 착수하면서 인사 시기도 11월 하순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현금 유동성 문제 관련해 내년도 투자계획 전반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롯데의 경우 지난해 순혈주의를 깨고 파격적으로 김상현 롯데 유통HQ 부회장을 비롯해 신세계 출신 정준호 백화점 대표와 놀부 출신 안세진 호텔롯데 대표 등 적극적으로 외부 인재를 영입한 바 있다.

하지만 금년도에는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맞춰 롯데는 변화보다는 경영 안정에 무게를 둔 소폭 인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근 롯데그룹은 롯데건설이 강원도 레고랜드 부도 사태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위기관리에 나섰다. 롯데케미칼, 롯데홈쇼핑, 호텔롯데, 롯데알미늄 등이 롯데그룹 계열사 전반이 롯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있다. 지주를 포함해 계열사 전반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과격한 투자보다는 현금 유동성 및 위기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특별사면 및 복권으로 신동빈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고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힌 데다, 최근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신 회장의 공식 일정에 동행하기 시작한 만큼 이에 맞는 외부 인재 영입과 내년도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그룹은 평년보다 빠른 10월 중 인사를 발표하면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이른 대응에 나섰다. 신세계는 통상 12월에 인사를 내왔지만, 2019년부터는 관행에서 벗어나 인사 시점을 조금씩 앞당기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그룹 인사의 핵심은 온라인 시대 준비 및 미래 신사업 발굴 강화였다.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세계그룹은 신상필벌 및 내실 다지기에 방점을 두었다. 실적이 있는 곳에 확실한 보상을 하겠다는 기조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불확실한 경영 여건 속에서 내실을 다지고 미래를 대비하자는 포석이 깔려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백화점 부문은 신세계 손영식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한 반면, 올여름 스타벅스 증정품인 올여름 스타벅스 증정품인 서머 캐리백 발암 물질 검출 논란과 관련해 송호섭 SCK컴퍼니대표가 교체됐다.

첫 외부 출신 이마트 CEO인 강희석 대표는 임기가 연장됐다. 당초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지만 이번에 재신임을 받으면서 계속해서 이마트·SSG닷컴 대표를 맡게 됐다. 강 대표는 실적 부진으로 연임 여부에 대해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전분기 및 전년동기대비 모두 적자로 전환하면서 1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역시 221억원을 기록, 1308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지난해 상반기 대비 무려 83.1% 줄어든 부진한 성적표를 냈다.

신세계는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 따른 변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SSG닷컴과의 통합작업이 진행 중인 데다 온·오프라인 시너지 작업도 아직 추진 중이다. SSG닷컴의 상장작업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대표를 교체하기보다는 내년도에 지속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경영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은 9월 발생한 대전 아웃렛 화재 여파로 예년보다 한 주가량 늦은 10일 이뤄졌다. 현대백화점은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큰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조직 운영에 중점을 뒀다.

대전 아웃렛 화재로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렸지만, 김 사장을 비롯해 전 계열사 대표가 유임했다. 신규 사장 승진자는 없었지만, 인사 규모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내년도에는 핵심 경쟁력을 극대화해 그룹의 미래 혁신과 지속 성장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예년보다 빠른 인사발표 및 전략 수립에도 유통기업들은 여전히 내년 경영환경이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각 기업은 작년에 세웠던 계획 및 전략을 대부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계획을 마련하긴 하지만 얼마나 실행할 수 있을지 예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적으로 금리와 원자재 가격, 환율 등 직접적인 대응이 어려운 외부 변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과의 외교 갈등 등 변수가 많아졌다. 국내 유통환경도 이커머스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투자 환경이 악화하면서 재무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가까운 미래의 유통업계는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 맞닥뜨렸다. 하지만 각 기업은 반대로 내년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 기업은 이점을 고려해 빠르게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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