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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M&A 올스톱?···삼성전자도 감감 무소식

기업, 적색 깜빡이를 켜다

투자·M&A 올스톱?···삼성전자도 감감 무소식

등록 2022.11.21 07:35

수정 2022.11.21 12:59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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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현대차·LG·한화 연이어 투자 축소 발표공장 건설 미루고 연간 투자규모 대폭 감소"미래 위한 투자보다 생존 위한 유동성 확보""삼성 등 자금력 좋은 기업에겐 M&A 기회"

투자·M&A 올스톱?···삼성전자도 감감 무소식 기사의 사진

글로벌 인플레이션, 대내외 경기 둔화 등으로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요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산업 침체기에 대비해 투자를 축소하기 시작한 기업들은 내년 투자 계획도 재검토하며 리스크 줄이기에 돌입한 상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대형 인수합병(M&A)도 위축되고 있으며 올해 초 주요 그룹이 발표한 1000조원 규모의 투자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 투자 '잠시 멈춤'="소나기가 내릴 때 세차를 권하지 않는다. 소나기를 먼저 피하라고 권하고 싶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회장은 최근 열린 '스파크랩 데모데이' 행사에 참석해 거시적인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업가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에 "지금은 아무도 투자를 하려 하지 않는다"며 "기다릴 수 있으면 기다려라. 내년 말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반기 기업들은 연이어 투자 축소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 시황 악화를 견디기 위해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약 50% 줄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 설비투자(CAPEX)에 버금가는 투자 축소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도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 외에도 SK하이닉스는 4조3000억원 규모의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M17) 증설 투자를 보류하기도 했다.

삼성전기는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투자 규모가 당초 계획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내년에도 올해 대비 투자규모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도 투자를 줄이며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TV 시장이 위축되자 투자규모를 연초 계획인 2조3431억원 대비 1조원 가량 줄인다고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 6월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릭 1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 3개월 만에 보류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건설비, 물류비 증가를 재점검하며 공장 투자 방안에 대해 다양한 투자 옵션을 두고 검토 중이다.

이 외에도 한화솔루션은 지난 9월 1600억원이 투입되는 질산유도품(DNT)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철회했으며 현대오일뱅크도 같은 달 3600억원 규모의 원유정제설비(CDU)·감압증류기(VDU) 설비 투자를 중단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해외 투자 축소의 경우 환율 영향으로 당초 계획 대비 투자금액이 늘어나 속도조절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채 상환 등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투자에 보수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 현대 SK LG 본사삼성 현대 SK LG 본사

◇M&A 시장도 위축···"자금력 좋은 기업에겐 기회"=기업들의 투자가 얼어붙으며 일부에서는 연초 각 기업들이 1000조 규모로 발표했던 투자에도 영향이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재계는 향후 5년간 ▲삼성 450조원 ▲SK 247조원 ▲LG 106조원 ▲포스코 53조원 ▲롯데 37조원 ▲GS 21조원 등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 먹거리를 중심으로 아낌없이 투자자금을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바뀌며 각 그룹이 중장기 계획 수정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내년까지 실물경제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업들 또한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투자 축소 분위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상호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현재 상당수의 기업들은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는 생존을 위한 유동성 확보가 우선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단 내년까지 잘 버틴다면 이후부터는 경기가 탄탄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며 기업들도 그때부터 다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5년 중장기 계획인 만큼 1~2년 상황을 통해 달성 여부를 전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초 활발하게 이뤄지던 인수합병(M&A) 소식도 금리 상승과 자금 조달 시장 경색으로 위축되고 있다. 특히 해외기업 인수의 경우 연초 대비 급등한 환율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M&A 시장 최대어로 꼽혀왔던 구강스캐너 기업 메디트와 롯데카드 경영권 매각은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LX그룹의 경우 미국 상장사인 시스템반도체사 매그나칩 인수를 추진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M&A에 성공한 네이버(포쉬마크), 롯데케미칼(일진머티리얼즈), LG화학(아베오 파마슈티컬), 한화(대우조선해양) 등도 인수 자금 부담으로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작년 초 대형 M&A를 3년 내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한 삼성전자의 경우 여전히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초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남을 가졌으나 ARM 인수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호 팀장은 "삼성과 같이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은 현재의 위기 상황이 오히려 헐값에 M&A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은 유동성이 받쳐준다면 M&A에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숨 고르기 과정으로 반도체, 배터리, 친환경 등은 장기적으로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분야다.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는 결국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경기 침체 과정을 거치며 제대로 준비한 기업, 투자를 견실하게 했던 기업들이 이후에 빛을 볼 수 있는 만큼 이 같은 상황까지 감안해 기업들도 투자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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