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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그룹, 현금 확보 사활···"곳간 채워라"

기업, 적색 깜빡이를 켜다

10대 그룹, 현금 확보 사활···"곳간 채워라"

등록 2022.11.21 07:40

수정 2022.11.21 08:04

윤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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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시장 '돈맥경화' 심각, 공격적인 현금 확보 총력전3분기 현금성 자산 총 33.4조 늘어···전년比 17.6%↑삼성·현대차, 작년보다 각각 7.4조·6.3조 현금 증가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기업들 '현금 보따리' 풀 듯

10대 그룹, 현금 확보 사활···"곳간 채워라" 기사의 사진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이어 내년에도 경기 침체 조짐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10대 그룹들이 현금 쌓기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가뜩이나 시황 악화에 자금 경색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은 투자 확대보다 서둘러 곳간을 채우는 모습이다.

당분간은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강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는 곧 지금 당장 현금을 비축해뒀다가 시장 상황에 따라 새로운 투자를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10대그룹 주요 상장사 현금성 자산 33조 늘어=이달 중순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각 기업 사업보고서(3분기)를 분석한 결과를 종합하면, 국내 10대 그룹의 주요 기업 22곳 중 지난해 말보다 2022년 3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늘린 곳은 총 17개로 나타났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17.57%(33조4225억원)가량 증가했다.

기업별로 보면 재계 1위인 삼성전자가 128조1622억원으로 현금성 자산이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120조7404억원보다 7조4218억원(6.15%) 늘었다. 이어 현대차(6조3530억원), 포스코홀딩스(2조7201억원), 기아(2조6226억원) 등의 순으로 현금자산 증가 폭이 컸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3분기 현금성 자산만 해도 지난해 말보다 13조 이상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현금자산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현대차는 올해 투자 규모 축소 계획을 밝힌 만큼 이를 통해 현금을 쌓아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당초 9조2000억원에 달하던 올해 투자 계획을 3000억원이나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전년 대비 3분기 현금자산 증가율을 기준으로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40.85%(1조1980억원)로 가장 높았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 70.67%(9066억원), 포스코홀딩스 56.96%(2조7201억원), 현대글로비스 43.43%(7145억원), 한화솔루션 41.99%(6581억원) 등이 상위 5개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포스코케미칼(-2451억원), LG생활건강(-2456억원), 현대중공업(-6233억원), LG이노텍(-933억원) 등은 전년보다 현금자산이 줄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3분기 현금자산이 5조2875억원으로 전년 대비 4.43%(-2451억원) 소폭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한 '반도체 겨울'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순이익 규모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2분기까지만 해도 '검토' 수준이던 투자 축소를 단행하며 현금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투자액(10조원 후반대 예상)보다 약 50%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나가기로 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외부자금 조달 어렵다···대안은 '긴축경영'=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자금조달 때 자체 보유자금이나 회사채 발행, 은행대출 등 외부자금을 조달해 활용한다. 그러나 최근 고금리 여파에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돼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금융시장 불안으로 은행들이 대기업 위주로 대출을 늘리거나 기업대출 확대를 제한하면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 이에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전환사채(CB) 발행이나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상반기 보고서에 회사채 미상환 잔액(연결 기준)을 공시한 267개 기업의 미상환 잔액은 총 1084조6076억원이었다. 이중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406조934억원으로 전체 미상환 잔액의 37.4%였다. 올해는 자금 경색으로 인해 기업들이 신규 회사채 발행에 실패하면서 상환해야 할 규모가 더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회사채와 은행대출을 중심으로 '최근 기업의 자금조달 사정'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1~7월 기준 기업들이 금융시장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조달한 자금규모는 93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7월의 47조9000억원보다 2배 확대된 규모다.

올해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 영업활동 제약 완화로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20~2021년 중 코로나가 극심했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자금조달이 늘어난 것이다.

연 3.75~4.00%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린 미국 중앙은행(Fed)은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은도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막고 물가 안정을 위해 현 기준금리 3.00%를 더 인상할 전망이어서 기업들의 대출 부담도 심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소극적인 투자를 통해 내년 업황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현금 비축을 늘려야 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25%가 적자이고 한계기업에 몰려 있기 때문에 투자를 줄이고 인력 채용을 자제하고, 긴축 경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기준금리를 2024년까지 5.5%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인데, 우리나라도 대출 금리가 2024년까지 최고 10%까지 오를 예정이기 때문에 긴축 경영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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