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언제든지 가상화폐를 넣고 뺄 수 있는 '자유형' 상품의 출금만 막혔는데, 오는 24일 만기가 돌아오는 '고정형' 상품의 원금·이자 지급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아직 고팍스 일반 고객들의 예치금 인출이 몰리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고파이 출금 지연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른바 '코인런'(대량 인출 사태)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매일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등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 FTX 불똥에 '고파이' 출금 지연···고정형도 미지급 위기
20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지난 16일 미국 가상화폐 대출업체인 제네시스 트레이딩 서비스 중단 여파로 자체 예치 서비스 고파이 자유형 상품의 원금·이자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공지했다.
고파이는 고객이 보유 중인 가상화폐를 맡기면 이에 대해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고객들이 맡긴 가상화폐를 제네시스 트레이딩을 통해 운용하는 구조인데,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FTX 사태 여파로 신규 대출·환매를 중단하면서 고파이 고객 자산도 묶인 것이다.
고팍스는 현재 제네시스에 묶인 고파이 고객 자산이 얼마인지 밝히지 않고 있으나, 고팍스 홈페이지에 공시된 고파이 누적 예치금은 4만5천BTC(비트코인) 정도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조원 규모다.
다만 이미 상환이 이뤄진 예치금도 포함된 만큼 현재 예치금 규모는 이보다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팍스는 자유형 상품의 출금만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고정형 상품을 통해 들어온 자금 역시 제네시스 트레이딩에 들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고정형 상품은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원금과 이자를 지급했고, 출금 지연 이후에는 아직 만기가 도래한 상품이 없다고 고팍스 측은 밝혔다.
출금 지연 이후 최초 만기 도래 고정형은 'BTC 고정 31일' 상품으로, 오는 23일 오후 11시 59분 예치가 끝나고, 24일 오전 10시 30분에 원금과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그전까지 고파이 고객 자산을 상환하지 않는 한, 고정형 상품의 원금·이자 지급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고팍스는 16일 출금 지연 안내 이후 아직 별다른 공지를 하지 않고 있는데, 고파이 고객 입장에선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자산을 돌려주지 않으면 꼼짝없이 자산을 떼일 위기에 놓이게 된다.
고팍스 관계자는 "해결을 위해 고팍스 2대 주주이자 제네시스의 모회사인 디지털커렌시그룹(DCG)과 매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 '코인런' 발생하지 않았지만···업계 신뢰 저하 우려
고팍스는 일반 고객 예치자산과 고파이 고객 예치자산이 분리 보관돼있어 고파이 출금 지연과 관계없이 고팍스에 예치된 일반 고객 자산은 언제든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금융당국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고파이 출금 지연에도 고팍스에서 일반고객 예치자산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코인런'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고팍스가 고파이 출금 지연을 공지하고 난 이후인 지난 17일 일반 고객의 예치 가상화폐(원화 환산)는 48억원 정도 빠져나갔다. 같은 날 입금액은 4억5천만원 정도다.
가상화폐 입출금이 워낙 들쑥날쑥하기는 하지만, 고파이 출금 지연이 발생하기 전과 비교하면 출금액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았다는 게 당국과 업계의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 10일에는 77억원이 빠져나갔지만, 12일에는 불과 7억원이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입금액 역시 많을 때는 60억원씩 입금될 때도 있지만, 지난 13∼14일에는 3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팍스와 전북은행을 통해 시간 단위로 원화와 코인에 대한 입·출금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현재로서 유의미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파이 출금 지연이 지속되면 고팍스에 대한 신뢰에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업계 안팎에서는 FTX 사태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전체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고팍스 관계자는 "아직 우려할 만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 노력도 하고 있다"며 "자산을 맡긴 고객들의 걱정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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