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에는 현재 50%인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을 30%로 낮추고 주거환경과 설비 노후도 비중을 각각 30%로 끌어올렸다. 나머지 10%는 비용편익이다.
안전진단 평가 총점에서 조건부 재건축의 범위도 축소했다. 현재 안전진단을 신청하면 평가항목별 점수 비중을 적용해 합산한 총점이 30점 이하인 경우 '재건축' 판정이 내려지는데, 앞으로는 45점 이하면 곧바로 '재건축' 판정을 받아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2차 정밀안전진단은 지방자치단체가 요청할 때만 실시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안전진단 규제 완화는 내년에 추진될 거란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 집값 하락세가 커지는 등 시장 경착륙 우려가 나오자 추진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방안은 그간 과도하게 강화된 기준으로 (노후 아파트가) 재건축의 첫 관문도 통과가 어려웠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은지 30년 이상 지나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아파트(200가구 이상) 중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는 전국적으로 1120개 단지, 151만가구에 이른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389개 단지 약 30만가구, 경기 471개 단지 28만5000가구, 인천 260개 단지 14만6000가구 등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안전진단 규제가 대폭 낮아지며 재건축 추진의 길이 열렸지만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특히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노원구, 양천구는 이번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혔지만 별 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목동 소재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목동은 재건축 가이드 라인도 확정되고 안전진단 규제도 완화되며 호재가 겹쳤는데도 매도인들도 아직 반응이 없고, 물건 변동도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안전진단 완화 방향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금리 인상 등 외부요인의 영향이 여전히 커 현재 부동산 시장 침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전진단을 시행하려던 아파트 단지들에게는 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가격 급등은 쉽지 않다"며 "정책당국에서는 정책 변화가 바로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지금이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실행하기에 최적의 시기인 만큼 여러 규제요인들을 미리 조정해 두는 것이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현 정부 들어 재건축 3대 대못으로 꼽히는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안전진단 관련 규제가 모두 완화됐지만 얼어붙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시장 침체가 더 지속되지 않기 위해 좀 더 과감하고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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