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펀드,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협의 마지막 단계매각가 300억~400억원···KCGI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KCGI, 행동주의 사모펀드 벗어나 공모펀드 진출 염두"강성부 대표, 매물로 나온 메리츠운용 직접 선택해"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와 매각 주관사 NH투자증권은 KCGI와 메리츠자산운용의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로서는 KCGI가 메리츠운용의 새 주인으로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당초 메리츠자산운용에 대한 매각을 결정하고 지속적으로 원매자들과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운용자산(AUM)만 약 3조원에 달하는 메리츠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다. 메리츠운용의 매각가는 메리츠금융지주 지분 100% 기준 약 300억~400억원 규모로 거론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최근 그룹 차원의 구조개혁과 메리츠운용의 신뢰도 하락, 실적 부진 등으로 운용사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 6월 '동학개미 선봉장'으로 유명한 존리 전 대표의 차명 투자 의혹에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존리 전 대표는 차명으로 부동산 관련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에 투자하고 해당 업체를 메리츠운용 펀드에 편입시키며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증시 부진 여파로 메리츠운용의 실적이 나빠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메리츠자산운용의 올해 누적 기준 영업수익은 10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났다. 회사는 1·2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서 상반기에만 총 28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분기 말 누적 영업손실은 32억원, 순손실은 25억원을 내면서 각각 적자전환 했다.
인수를 희망하는 KCGI는 동양증권·신한투자증권에서 채권 애널리스트로 유명했던 강성부 대표가 지난 2018년 설립한 PEF 운용사다. 현재는 국내 대표 행동주의 사모펀드로 활동하며 기관투자가 혹은 규모가 큰 법인들로부터 투자 자금을 받아 상장사 및 비상장사 등에 투자하고 있다.
KCGI는 앞서 한진칼의 주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보유중인 한진칼 주식 전량(약 7000억원)을 호반건설에 넘기면서 투자금을 회수했다.
최근 KCGI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표방하는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에서 '기관 전문 사모펀드'로 변경했다. 이는 행동주의 펀드의 틀에서 벗어나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강성부 대표는 지난해 6월 목대균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을 영입해 일반 사모펀드 운용사인 '케이글로벌자산운용'을 설립했다.
특히 대체투자부문을 앞세운 케이글로벌운용은 지난해 하반기 두 곳의 물류창고를 시작으로 올해 1월 마곡나루의 메이플레이스 빌딩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현재 KCGI가 케이글로벌자산운용을 통해 투자 저변을 확대하고 있지만 사모펀드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KCGI가 메리츠운용 인수에 적극적인 건 공모펀드로의 진출을 염두해 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CGI 관계자는 "메리츠자산운용에 대한 인수를 협의하고 실사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현재는 마지막 단계로 강성부 대표가 직접 협의를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메리츠운용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문 사모 매물들은 많지만, 메리츠운용은 시장에 나온 매물 중 유일하게 공모 라이선스를 보유한 운용사였다"며 "강 대표가 공모펀드 진출을 생각하고 있어 매물로 나온 메리츠운용을 직접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지난달 열린 기업거버넌스포럼 시상식에서 메리츠운용에 대한 인수 가능성을 높게 점친 바 있다.
한편, KCGI는 이번 메리츠운용 인수전에 타 기관투자자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관투자자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이번 매각과 관련해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지는 않았다.
뉴스웨이 안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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