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편입 시 자본유연성↑···자본확충 유리화재·증권, 공격적 투자한 PF대출 리스크 헷징화재, PF대출 약 6조원···증권, 위험노출도 88% 자산운용 매각 성공하면 모든 리스크 털어낼듯
'레고랜드 사태'에서 비롯된 자본시장 경색으로 보험·증권 자회사가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우려에 휩싸였고,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차명투자 의혹에 그룹 신뢰도 역시 크게 실추된 바 있어서다.
지분 교환에 자산운용 매각까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메리츠금융은 대체투자 리스크를 걷어내는 것은 물론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메리츠금융, 내년초 화재·증권 완전자회사 편입=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100%) 편입은 내년 1월5일과 3월8일 주식교환 계약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확정한다. 메리츠화재는 2월1일, 메리츠증권은 4월5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은 상장 폐지 수순을 밟고, 메리츠금융만 상장사로 남게 된다. 교환비율은 메리츠화재 주식 1주당 지주 주식 1.2657378주, 메리츠증권 주식 1주당 지주 주식 0.1607327주다.
자회사 편입으로 자본 유연성이 높아지면 부동산PF 대출 취급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메리츠화재와 증권이 당장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화재의 작년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5조9754억원으로 약 6조원에 달한다. 총 자산(26조원) 중 21%를 투자한 셈이다. 규모면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같은 시기 보험사에서 가장 자산이 많은 삼성생명(315조원)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이 약 5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공격적으로 투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리츠화재가 보유한 부동산PF 대출이 대부분 선순위 대출이라 부실을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진단도 있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이 회사는 여전히 자본확충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부동산PF에 1100억원의 연체채권을 보유했음에도 충당금은 56%에 불과(한화투자증권 추산)하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도 이번 결정의 이유 중 하나다.
메리츠증권 역시 부동산PF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회사의 관련 대출 채무보증이 4조8000억원에 이르는 탓이다. 대부분이 선순위 채권이어서 문제는 크지 않다고 하지만 한국신용평가는 이들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 수준이 88%에 달한다며 우려했다.
시장에서는 메리츠화재와 증권 모두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것은 앞으로 다가올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조 회장의 셈법이 깔려있다고 봤다.
◇보험·증권 전문 기업 재도약···자산운용 매각 속도 붙을 듯=메리츠금융이 보험·증권 전문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면서 업계는 메리츠자산운용 매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명투자 의혹으로 올해 상반기 홍역을 치렀던 자산운용 매각까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표면에 드러나는 리스크는 대부분 정리된다. 현재 메리츠금융은 시장에서 자산운용 인수자를 물색 중이다.
덧붙여 메리츠금융의 포괄적 주식교환은 조 회장의 통 큰 양보와 제안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가(家)의 지분이 줄더라도 경영 효율과 주주가치를 높여야한다며 조 회장이 경영진에게 먼저 제안했다는 전언이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한주가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는 게 조 회장의 최우선 경영철학"이라며 "시장 경제가 건강하게 작동하고,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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