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완성차 기업들과 美 생산거점 구축LG엔솔·SK온·삼성SDI 빅3, 올해도 확장 기조 IRA는 여전히 부담···중국 광물 의존도 최고공급망 다변화 난제···"美 전기차 기업도 영향"
배터리 3사 모두 완성차 기업을 파트너사로 정하며 미국 시장에 수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는 불확실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배터리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공급처 다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IRA를 유지할 경우 미국의 전기차 기업도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어 향후 시행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격 앞으로"···K-배터리, 美 시장 공략 '사활'=미국은 2030년까지 자동차 생산량의 50%를 전기차로 채우기로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집계한 미국의 2021년 연간 자동차 생산량(915만4354대)을 고려하면 7년 후 약 450만대의 전기차가 생산되는 셈이다. 2021년 기준 미국의 전기차 침투율은 4%로 EU(14%), 중국(11%) 대비 현저히 낮아 세계에서 전기차 성장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이다.
미국의 '전기차 비전'에 배터리 기업은 분주해졌고 대규모 투자로 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26억 달러(약 3조원)를 투입해 제3 합작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미국 미시간주에 건립되는 제3 공장은 2025년부터 가동되며 생산 규모는 50GWh에 달한다. 이는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 약 7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또 일본의 혼다와는 오하이오에 44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생산능력은 연 40GWh 규모이며 파우치형 배터리를 2025년 말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여기에 현재 미시간주에서 가동 중인 단독공장은 생산능력을 늘리기로 했고 애리조나에는 11GWh의 규모의 단독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LG엔솔은 2025년까지 북미시장에서만 연 20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SK온은 포드와 10조2000억원을 투자해 켄터키주 및 테네시주에 연간 총 129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기지 3개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차와도 조지아주에 최대 50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2030년까지 500GWh 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해 글로벌 1위 배터리 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첫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세우기 위해 스텔란티스를 파트너로 정했다. 생산부지는 인디애나주 코코모시로 25억 달러 이상이 투자된다. 합작법인은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가 2025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양측은 연 생산능력을 연 33GWh로 확장하기로 했고 투자 규모도 최대 31억 달러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에서 2025년 44%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 내 전기차 수요의 상당 부분이 국내 배터리 기업을 통해 충당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26.5%에서 2025년 69%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中 광물 어쩌나...IRA '시름'=배터리 3사 모두 과감한 투자로 '장미빛 미래'를 그리고 있으나 배터리 원재료를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점은 고민거리다. IRA 중 배터리 핵심광물은 미국산이거나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은 곳에서만 채굴·가공한 경우에 세액공제(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는 조항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핵심광물 요건은 2024년 40%, 2025년 60%, 2027년엔 80%까지 단계적으로 상승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이차전지 핵심광물 8대 품목 공급망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이차전지 핵심광물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8대 품목 중 ▲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83.3%) ▲황산망간·황산코발트(77.6%) ▲산화리튬·수산화리튬(81.2%) ▲천연흑연(87.4%) ▲산화니켈·수산화니켈(69.0%) 등 5개 품목의 중국 비중은 평균 80%를 차지했다.
또 한국의 대중(對中) 수입 비중도 상승세다. 2010년 비중은 35.6%였으나 2014년에는 42.2%, 2020년은 58.7%를 기록해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배터리 경쟁국인 일본의 핵심광물 중국 의존도는 산화리튬·수산화리튬과 천연흑연 등 두 폼목만 70%가 넘었고 대중 수입 비중은 41%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이차전지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특정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와 수입액은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고 진단했다.
배터리 기업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기차 제조업체가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IRA 규정을 지킨 배터리 생산기업과 공급계약을 맺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은 배터리 핵심 광물의 조달 비율을 산정할 경우 개별이 아닌 전체 광물을 기준으로 비율을 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미국 측에 제시했다. 미 재무부는 관련 지침 등을 3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과 FTA를 맺은 곳은 많지도 않고 이들 국가에서 들여오는 광물은 중국보다 가격이 높아 배터리 기업으로선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전기차 기업은 국내 기업에서 배터리를 조달하고 있는데 IRA로 우리나라 기업의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이들 기업의 생산도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며 "IRA 시행은 향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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