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중 신규 상장(스팩·리츠·이전상장 제외)에 성공한 기업은 유가증권에서 4개, 코스닥 시장에서 66개였다. 이는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반면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한 기업 수는 13곳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부터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철회했고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CJ올리브영 ▲SSG닷컴 ▲교보생명 ▲골프존커머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이 연달아 상장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IPO 성수기로 주목받는 10~12월에도 바이오인프라, 밀리의서재, 제이오, 자람테크놀로지 등이 줄줄이 상장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했다.
지난해 일부 예비 상장사들은 증시 부진에 따른 상장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시장 여건이 여의치 않다며 자진해서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일이 유독 잦았다. 문제는 기업이 짧은 시일 안에 상장 계획을 남발하고 다시 번복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실제로 12월 초 자람테크놀로지는 코스닥 시장 문턱에서 공모 일정을 자진 철회했다. 회사는 지난 10월 IPO 냉각기에 따라 공모를 철회하고 2개월만에 상장 재수에 나선 상황이었다. 회사 대표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IPO를 재도전하는 시기가 적절하고, 공모자금에도 연연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결국 "적정가치를 평가 받기 어렵다"며 또 다시 상장을 철회했다.
회사는 전략에 따라 일정을 조정할 수 있지만 두번씩이나 상장을 번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잦은 철회로 기업은 향후 재상장 시 더 까다로운 심사 요건을 거치게 되고, 투자자들에게는 신뢰도와 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제 살 깎아먹기식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은 상장을 회사의 성장을 위한 기회라고 생각하기보다 현 상황을 유지하고 자신들의 곳간을 두둑하게 채울 목적의 고육책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싶다.
앞서 IPO를 철회했던 대다수의 기업은 입을 모아 "지금이 상장 적기"라며 "철회는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지만 정작 공모 일정은 완주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짜 상장 적기는 언제일까.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자본시장의 전망 역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각국의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IPO 시장도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은 2023년 증시 상장을 기약해 왔다.
지난해 상장을 포기한 기업들이 올해 상장을 강행한다고 해도 위축된 투자심리를 고려하면 제대로 된 몸값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장 적기만 간보다 사실상 실기(失期)하고 기회를 놓친 셈이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투자자들의 신뢰도 바닥에 떨어졌다. 기업의 상장 철회 횟수에는 제한이 없지만 투자자들의 신뢰와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새롭게 시작된 2023년 계묘년 새해에는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 진정성 담긴 공모 계획과 더 신중한 상장 결정에 이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뉴스웨이 안윤해 기자
runhai@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