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최대 의약품 시장, 세계 8위···고령화로 성장률 ↑인허가 및 공공입찰 절차 까다로워, 컨설팅사에 의지 리드타임·이중국검·통역문제 등으로 시간·비용 부담도
17일 관련 업계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브라질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225억 달러(한화 약 27조원)로 세계 8위로, 중남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고령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 공공의료 보장 확대, 만성질환 발생률 증가 등으로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브라질은 정부가 공공보건의료를 통해 국민의료 통합서비스(SUS)를 제공 중인데, 가구별 지출의 약 30%는 의약품 구입비용으로 쓰인다.
대웅제약은 지난 2020년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로 브라질 미용시장에 진입했다. 브라질은 삶을 즐기는 문화가 발달해 미용 성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 남미 최대의 미용성형 시장으로 꼽힌다.
대웅제약은 의약품의 소비자 마케팅이 금지돼 있는 현지 규제를 반영해 최종 브랜드 사용 결정권자인 의료인을 대상으로 효과적이고 안전한 환자 시술 교육을 추진하며 입지를 강화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브라질에서 2년 연속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의 공공입찰에 성공해 시장을 선점했다. 뿐만 아니라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성분 리툭시맙),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등의 입찰도 수주한 상황이다.
현재 브라질 제약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품목은 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다. 전체의 48.38%를 차지한다. 이어 제네릭(복제약)이 35.36%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대웅제약의 브라질 나보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고, 램시마와 트룩시마, 허쥬마의 낙찰 규모는 약 100만 바이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사인 이들 기업도 까다로운 현지 인허가 및 공공입찰 절차와 리드타임(주문 후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 문제 등으로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김병진 대웅제약 나보타사업센터장과 윤홍주 셀트리온헬스케어(브라질법인) 대리는 이날 오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개최한 '브라질 제약시장 진출 설명회'에 참석해 기업의 경험 및 애로사항 등을 공개하며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과 브라질 규제당국간 상호 국가출하승인(이하 국검)의 인정절차 마련 ▲양질의 허가 컨설팅 및 번역업체 풀관리 ▲규제 변화 모니터링 지원 등이 있을 경우 국내 기업들의 브라질 시장 진출이 수월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웅제약은 지난 2018년 브라질에 나보타의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2020년 2월 시판허가를 받았다. 브라질 허가 리드타임은 워킹데이 기준 180일이나 보완사항이 있으면 더 지연된다"며 "특히 브라질 의약품 인허가 및 등록절차를 총괄하는 국가위생감시국(ANVISA, 이하 안비자)은 높은 수준의 허가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꽤 있어서 미리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국내 허가를 기반으로 허가 득할 수 있으나, 선진국 허가가 있거나 진행사항을 안비자측이 알고 있으면 제반 내용에 대한 상제 자료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한국과 브라질에서 이중으로 국검을 진행하다보니 기간이 많이 소요된다. 국내 국검 워킹데이 기준으로 40~45일, 브라질 국검 약 45일이 소요돼 프로덕션 리드타임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글로벌 측면에서 한국 의약품 수준이 높기 때문에 양국간 협력을 통해 자동승인절차가 마련되면 좋을 거 같다. 또 상호협약 통해서 국검이 인정되면 양국간 수출입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다"며 "제조사 입장에서 보면 의약품 재고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선진국 허가가 없는 업체를 대상으로 허가 관련 컨설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센터장은 "브라질에 지사가 없는 기업들이 많다보니 대부분 파트너사에 의지한다"며 "문제는 (허가 실패시) 파트너사의 허가역량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우리의 제출 자료가 부족해서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특히 선진국 허가가 없는 한국 기업들은 허들이 높은 브라질에서 의약품 허가를 받을 때 막막함을 느낄 수 있다"면서도 "국내에 있는 이름 있는 컨설팅 업체들은 과도하게 비싼 경향이 있다. 우리는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작거나 영세한 업체들은 비용 부담이 있을 것이다. 양질의 컨설팅 업체를 소개받을 수 있다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모든 제출 서류들을 포르투갈어로 번역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공장 실사 때에도 통역에 대한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지원도 있으면 좋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규제변화에 대한 모니터링과 정보공유를 지원해준다면 국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사전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브라질 의약품 공공입찰 경험과 이 과정에서 발생한 애로사항 등을 공개했다.
윤 대리에 따르면 브라질 공공입찰 프로세스는 공고발표→기한 내 입찰 서류 제출→입찰진행→낙찰했을 경우 공식 낙찰 발표→계약서 서명→공급 순으로 진행되며, 대략 2~3개월이라는 기간이 소요된다.
입찰공고를 찾을 때엔 브라질 관보(Diario Oficial), 유료시스템, 도매상 등을 이용하는데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키워드를 통해 입찰공고를 받는 유료시스템을 활용했다. 입찰은 전자시스템으로 진행되며, 입찰 당일까지 서류 제출이 가능하다. 이후 서류 심사에 통과하면 공식 낙찰 기업이 발표되고, 해당 기업은 계약서 서명 후 기한 내 의약품을 공급하면 된다.
다만 실제 입찰 과정은 이론과 다르고 수입물품 준비 기간이 짧아 당국과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윤 대리의 설명이다.
그는 "실제 입찰 프로세스가 이론과 많이 달라 당황스러웠다"며 "첫 입찰 땐 수량도 많아서 컨설팅 업체와 모든 부분을 꼼꼼히 준비했고, 인터넷이 끊기는 일에 대비하고자 발전기가 있는 은행 건물에 미팅룸을 빌리도 했다. 하지만 입찰 5분전에 갑자기 일정이 변경됐고, 언제 개시할지 공개를 안했다. (입찰 개시 일자) 정보 받기가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윤 대리는 "컨설팅 업체가 사용하고 있는 사이트를 통해 입찰 개시 정보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보를 받지 못했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런 일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브라질 연방정부의 입찰 수량은 단일 입찰 중 가장 큰 규모로 한번에 공급하는게 쉽지 않다"며 "계약서 서명 후 30일 내 의약품을 전달해줘야 하는데, 그러면 그 전에 수입을 해둬야 한다. 하지만 분기도 아니고 2개월 간격으로 의약품 요청을 할 때가 있기 때문에 정부와 공급시점에 대해 협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번 연방정부가 공급일정을 조율해주는 것은 아니나 협상의 여지는 있다"면서도 "이번에 룰라 대통령이 들어서며 국산 우선주의를 표방했다. 회사도 두렵기는 하나 입찰은 그대로 진행 중이라서 앞으로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기업들에게는 현지 법인 설립 문제, 높은 관세 등도 브라질 진출의 장벽으로 꼽힌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김가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KOTRA) 상파울루무역관 과장은 "안비자 인증을 위해서는 현지 사업자등록(CNPJ)이 필요하다. 현지 법인설립이나 수입업체 등 법정대리인을 통해 취득할 수 있다"면서도 "제약업체는 의약품이 보관될 장소가 안비자 요구기준을 모두 준수했음을 입증하는 CBPDA 증명서 취득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그런데 신약, 제네릭 약, 시밀러 약 등 의약품 종류별로 절차가 상이하기 때문에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을 추천한다"며 "해당 증명서는 5년 유효기간이 있고 이후에는 갱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 의약품 소비 증가 등은 현지 진출의 기회요인이지만, 브라질에서 유통되는 인체용 의약품에 부과되는 평균 세금이 31.3%로 여타 국가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품목은 하부 코드에 따라 0~14%의 관세가 부과된다"며 "한국 정부가 브라질 정부와 관세에 대한 협정을 맺는다면 기업들의 진출이 더욱 수월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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