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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멈춰버린 투자시계 되돌린다···대형 M&A "좋은 소식"

산업 전기·전자 삼성 위기극복 해법

멈춰버린 투자시계 되돌린다···대형 M&A "좋은 소식"

등록 2023.01.19 09:32

수정 2023.01.26 08:52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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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어렵자 몸값 내려와" 삼성 M&A 급물살 320조 시장 눈독···한종희, "로봇은 신성장동력""메타버스 기기 준비"···플랫폼까지 두마리 토끼무어의 법칙 한계···후공정 M&A 후보 급부상

그래픽=배서은 기자그래픽=배서은 기자

삼성전자의 '투자 시계'가 6년 동안 멈춰있다. 대형 인수합병(M&A)으로 평가할만한 기업은 지난 2017년 인수한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뿐이다. 최근 로봇 개발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사들였으나 삼성전자의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규모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큰 의미는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경영진들은 그동안 M&A를 시사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한 부회장은 올해와 작년에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M&A와 관련한 질문에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 언급했다. 경계현 DS(반도체)부문 대표도 작년 9월 평택캠퍼스 투어 당시 "우선순위를 정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의 '투자 시계'를 멈추게 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재는 지난해 8월 해소됐고 반도체 업황이 어렵다고는 하나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00조원이 넘는다. 러·우 전쟁, 미·중 갈등, 고환율 등 불안요인이 있으나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몸값'도 저렴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 올해 M&A가 발표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 수감 이후 삼성전자가 M&A에 대한 논의를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복권 이후엔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기가 어렵다 보니 기업들 몸값이 많이 내려온 상황이라 올해는 M&A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내다본 삼성전자 M&A의 인수 후보군은 크게 로봇·메타버스·반도체로 추려진다.

멈춰버린 투자시계 되돌린다···대형 M&A "좋은 소식" 기사의 사진

◇2030년 320조 시장, 삼성전자 로봇사업 잰걸음=한종희 부회장은 'CES 2023'에서 "신성장동력은 로봇이나 메타버스 등 이런 부분을 많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봇은 신성장동력인 만큼 올해 안에 EX1이라는 보조기구 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이를 중심으로 로봇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도 2021년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고 돌봄 로봇인 '삼성봇 케어', 지능형 로봇 '볼리', 가정용 서비스 로봇 '삼성봇 핸디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로봇 사업에 힘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또 올해는 의료용 웨어러블 로봇 '젬스힙' 출시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 사업의 강점은 시장 잠재력과 고령화로 인한 산업 자동화, 모빌리티와 5G 이동통신 간의 연계성 등을 꼽을 수 있다. 경영자문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세계 로봇산업은 2021년 약 250억달러(약 30조9300억원)에서 2030년 최대 2600억달러(약 321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로봇 사업으로의 확대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 대부분이 추진하고 있는 전략"이라며 "로봇 기술이 연구 개발 단계에서 점차 산업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어 기업이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로봇이 만약 상상한 대로 쓰일 수 있다면 스마트폰 보다 더 큰 파괴력과 시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 이후의 것을 대비하고자 한다면 로봇에 주목하는 것도 이상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제페토, SKT 이프랜드, 메타 오큘러스 퀘스트네이버 제페토, SKT 이프랜드, 메타 오큘러스 퀘스트

◇"플랫폼이나 기기냐" 삼성, 메타버스 선택지 관심=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2'에서 "메타버스 기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으며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선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메타버스 경험을 할 수 있게 최적화된 메타버스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5월에는 실무진과 간담회를 열고 "삼성만의 메타버스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정보처리학회가 정의한 메타버스는 현실의 '나'를 대리하는 아바타를 통해 일상 활동과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3D 기반의 가상세계를 뜻한다. 현실과 가상세계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가 가상공간과 결합해 현실이 가상공간으로 확장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가 메타버스 생태계에 뛰어들 수 있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메타버스 플랫폼 또는 메타버스 기기 개발이다. 플랫폼은 네이버의 제페토, SK텔레콤의 이프랜드가 대표적이다. 모두 아바타를 활용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가상현실을 살아가는 공간이다. 기기는 메타(전 페이스북)의 VR(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를 예로 들 수 있다. 이용자가 기기를 착용하면 가상공간에서 게임을 하거나 TV, PC 없이도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현실감 있게 즐길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아시아의 메타버스: 경제적 영향 가속화를 위한 전략'이란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가 아시아 GDP(국내총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2035년 8000억달러에서 1조4000억달러(약 1700조원) 사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메타버스 플랫폼은 이미 수백만 명이 사용하고 있고 메타버스는 더 이상 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부각 되는 후공정···M&A 후보 급부상=지난해 삼성전자가 M&A에 불을 짚인 사업은 반도체다. 이재용 회장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회동하면서다. 소프트뱅크는 반도체 아키텍쳐(설계도)를 판매하는 ARM을 보유하고 있어 두 사람 사이에 인수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 것이다. 실제 이 회장은 작년 9월 "다음 달 손정의 회장이 서울로 온다"며 "그때 (ARM 인수 관련) 제안을 하실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현재 삼성전자의 ARM 인수는 수면 아래에 있다. ARM '몸값'이 약 80조원으로 추산되는 점도 걸림돌이고 세계 각국이 ARM 인수를 허가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인수를 추진했던 엔비디아도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M&A도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메모리는 메모리 사업과 달리 설계(팹리스)→생산(파운드리)→후공정(OSAT)으로 사업 영역이 세분화 되어 있다. 팹리스 기업은 퀄컴, AMD, 엔비디아 등이 대표적이며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와 TSMC가 주도하고 있다.

팹리스·파운드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생소한 사업인 후공정은 반도체 생산업체가 생산한 웨이퍼를 테스트하고 패키징(포장)하는 전 과정을 뜻한다. 테스트는 반도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패키징은 반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포장하는 과정이다.

업계에선 최근 후공정 산업을 M&A로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설계와 생산 기술뿐만 아니라 후공정 기술력의 중요성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미세공정의 한계로 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두 배로 좋아진다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이 흔들리면서 여러 반도체를 하나로 묶는 패키징 분야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면서다. 이에 삼성전자도 후공정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으로 '첨단 패키지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와 같은 종합반도체(IDM) 기업은 후공정도 스스로 하고 있으나 기술 진보의 한계로 후공정 기술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운드리 업체는 후공정을 직접 하거나 외부에 맡기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가격 협상에서 밀릴 수 있다"며 "후공정을 위해 M&A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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