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방산·태양광·화학' 등 핵심 사업 주도김동원 '금융', 김동선 '유통' 등 경영권 분리한화에너지 최대주주는 장남···㈜한화 지분 확대 숙제
◇교통정리 나선 김승연 회장···'킹메이커'는 한화에너지=지난 2021년 김승연 회장이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한화그룹의 승계시계는 더욱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계열사를 떼고 붙이는 지배구조 개편을 거듭하면서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가는 모양새다.
한화그룹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승계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부회장이 지분 50%,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과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전무가 각각 25%를 보유한 회사다. 특히 한화에너지의 자회사인 한화임팩트는 연간 매출액 1조8000억원, 영업이익 3000억원에 달하는 한화의 '캐시카우'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한화는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보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주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김 회장의 지분율은 22.65%에 달하지만 김동관(4.44%) 부회장과 김동원(1.67%) 부사장, 김동선(1.67%) 전무 모두 지배력이 크지 않은 점이 숙제였다.
한화에너지는 앞서 지난 2021년 모회사인 에이치솔루션을 역합병하면서 형제간 교통정리를 분명히 했다.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개인회사로, 한화에너지와 합병되면서 김 부회장은 한화에너지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금융계열사들의 지배구조 변경으로 금산분리 체제가 확립되면서 김동원 부사장에게도 힘이 실렸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그룹의 비금융계열사(한화글로벌에셋·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보유한 한화투자증권의 지분을 확보했다. 김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생명부터 한화자산운용과 한화투자증권으로 내려오는 금융계열사의 수직계열화가 완성된 셈이다.
막내인 김동선 전무도 홀로서기를 앞둔 한화갤러리아를 앞세워 유통·호텔 부문의 지배력을 굳힌다. 지난 2021년 4월 한화솔루션에 합병됐던 한화갤러리아는 2년 만에 다시 떨어져 나와 오는 3월 31일 상장될 예정이다. 인적분할을 예고한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게 되는 만큼 향후 수월한 계열분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까진 화학·방산과 금융, 호텔‧유통 부문을 삼형제가 나눠 갖더라도 김 회장이 가장 높은 지배력을 유지하게 된다. 일단 지주회사 전환을 피하며 시간을 번 삼형제는 한화에너지의 지분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뒤 ㈜한화와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상남자' 경영 김승연, '부드러운 카리스마' 김동관=한화가는 김승연 회장의 상남자 경영 스타일이 수년간 자리잡아 강한 기업 이미지가 아직도 남아 있다. 그러나 김동관 부회장으로 승계가 진행되면서 부드러운 카리스마 스타일로 알려진 '김동관 코드'로 기업 분위기가 달라질지 재계가 주목한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아버지의 불도저 같은 기질보단 다소 부드러운 젊은 경영자 이미지를 쌓아왔다. 1983년생으로 2020년 사장, 지난해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한화가의 경영권 승계 속도를 앞당겼다.
김 부회장의 경영 성적은 합격점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한화솔루션 내 큐셀부문(태양광 사업 자회사)이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을 선점한 데는 김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한 방산 분야도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로 성장 동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감을 높인다.
김 부회장은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을 겸직하면서 핵심 계열사 지휘관으로 우뚝 섰다. 3사 외에도 한화임팩트는 실질적으로 김 부회장이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으로 지배하는 회사다. 한화임팩트는 지난해 8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인 한화파워시스템을 인수하며 신재생에너지 사업 몸집을 확대했다. 이는 김 부회장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사업 재편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한화솔루션은 3조2000억원 규모 미국 조지아 내 태양광 설비 증설을 발표하며 김 부회장 체제를 지원사격했다. 이번 증설로 2024년 미국 내에서 8.4GW(기가와트) 규모의 모듈을 생산하게 되며, 한국 및 말레이시아 공장 물량까지 총 10GW 이상 모듈의 미국 판매에 나서는 등 김 부회장의 태양광 사업이 큰 힘을 받을 전망이다.
차남 김동원 부사장은 2021년 7월 한화생명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화L&C 입사를 시작으로 그룹 경영기획실에 잠시 근무했다 2015년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줄곧 금융 부문을 챙기고 있다.
김 부사장의 가장 큰 역할은 한화생명의 디지털 전환 주도가 꼽힌다. 지난 2014년 한화그룹 디지털팀장 시절부터 그룹 핀테크 역량 확보에 주력했고,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디지털혁신실 상무와 해외총괄 겸 미래혁신총괄을 거쳐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까지 맡아 디지털 전환 사업을 들여다봤다.
한화생명은 한화그룹 금융사업의 핵심 계열사로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을 자회사와 손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김 부사장이 향후 총괄하게 될 금융 계열사로 보면 된다.
1985년생 김 부사장은 한화 3세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서른 여섯에 부사장에 올랐고 마흔 전 사장 직함을 달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그 이전에 한화생명 등기임원에 먼저 올라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삼남 김동선 전무는 지난해 10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임원 인사에서 미래전략실장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1989년생으로 다소 빠른 승진을 두고 재계는 호텔.백화점 사업 경영을 이끌기 위한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김 전무는 그룹 경영에 참여하면서 태안 골든베이 골프·리조트의 자동유동화에 관여해 경영 성과를 인정받았다. 갤러리아 사업부가 추진한 미국 3대 버거 브랜드인 '파이브 가이즈' 사업권을 유치하는데 일조했다는 게 한화 측 평가다.
김 전무는 그룹 경영에 본격 나서기 이전에 한화갤러리아승마단 소속 선수로 활동하면서 도하 아시안게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딴 이력이 있다. 승마 선수로 활동해서인지 레저 사업에 관심이 많고 낙천적인 성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건설에 입사한 뒤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 사업에 잠시 빠졌다가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담당으로 그룹에 복귀해 경영 수업을 충실히 쌓았다. 지금은 호텔 사업 외에도 상장을 앞둔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신사업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다만 한화 측은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선을 그었다. 지난해 지배구조 재편도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시너지 창출을 위한 목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최근 단행된 지배구조 재편에는 한화에너지 등 지분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계열사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재편을 경영권 승계와 직접 연관시키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그룹은 재계 7위권이긴 하지만 LG그룹처럼 회사를 쪼갤 경우 몸집이 크게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며 "주력사업들도 같이 있을 때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어 계열 분리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lennon@newsway.co.kr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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