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과 god 키웠던 방시혁, 하이브 통해 '슈퍼리치'로BTS 밀리언셀러 등극 후 국내 연예 기업 실적 1위 랭크상장 후 주가 등락 거듭···부진 딛고 20만원대 복귀 눈앞'2대 주주' 넷마블, 5년 사이 투자 수익률 무려 7배 넘어
- 편집자주
-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콘텐츠 강국이 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화권 국가에서 한국 TV 드라마가 흥행한 것을 필두로 대중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류'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한국 문화 콘텐츠의 인기는 아시아를 넘어 미주와 유럽 등 세계 곳곳으로 퍼졌고 'K-콘텐츠'라는 산업 코드로 진화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성장했다. K-콘텐츠 산업 생태계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다. 초대형 대박을 터뜨린 기업이 있는가 하면 본전도 찾지 못하고 바닥으로 추락한 기업도 있다.
<뉴스웨이>는 K-콘텐츠 산업 생태계에 있는 주요 기업들을 집중 분석해 콘텐츠 기업 투자에 대한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올해로 데뷔 만 10년째를 맞은 BTS는 단순한 아티스트를 넘어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민간 외교사절로서 이름값을 높여왔다. 이 BTS를 키워낸 소속 기획사 하이브는 BTS 흥행 파워 덕분에 K-콘텐츠 관련 업체 중 가장 몸값이 높은 '대장주'가 됐다.
1990년대 후반 박진영과 함께 god를 '국민 아이돌' 반열에 올려세웠던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세계를 주름잡는 BTS 파워를 앞세워 2조4711억원의 주식자산을 가진 '슈퍼 리치'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가 오늘날의 초대형 엔터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굴곡이 꽤 많았다.
◇god부터 BTS까지···'2조원 주식부자' 방시혁 히스토리
하이브의 역사는 창업주인 방시혁 의장의 가요계 인생 역사와 직결된다. 방시혁 의장은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재학 중이던 1994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받아 가요계에 본인의 이름을 알렸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가요계에서 손꼽히는 유망주 등용문 중 하나다.
이후 일부 가수들에게 곡을 써주면서 지내던 방 의장은 동년배 가수였던 박진영에게 스카우트돼 1997년 JYP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고 이곳에서 2005년까지 수석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프로 작곡가로서의 경력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방 의장의 대중적 인지도는 2000년대 후반부터 높아졌지만 'K-Pop 좀 들을 줄 안다'는 가요 팬들에게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익히 알려진 작곡가였다.
방 의장은 2000년대 초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1.5세대 아이돌 보이그룹 'god'의 여러 히트곡을 직접 짓거나 프로듀싱한 경험이 있다. 당시 방 의장은 'Friday Night', '하늘색 풍선', '왜' 등을 직접 작곡했고 '촛불 하나', '니가 필요해', '길' 등 여러 히트곡의 편곡을 맡았다.
2005년 JYP엔터테인먼트를 나와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를 직접 차린 방 의장은 '총 맞은 것처럼' 등 K-Pop 역사에 길이 남은 명곡을 작곡하면서 명성을 높였고 2000년대 후반~2010년대초 TV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오늘날의 하이브가 있게 한 첫 번째 보이그룹 BTS는 2013년에 정식 데뷔했지만 실질적 출발은 그보다 앞선 2010년부터였다. BTS 리더 RM은 빅히트 소속 가수들의 노래에 피처링을 맡거나 백댄서 활동을 하면서 내공을 쌓았는데 이를 BTS 역사의 효시로 보기도 한다.
2013년 BTS의 최초 데뷔 당시에는 BTS와 빅히트를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 방시혁이라는 작곡가의 인지도는 높았지만 빅히트라는 소속사는 기업으로 치면 신생 중소기업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대형 연예 기획사의 그림자에 막혀 있었다.
그러나 팬들과의 꾸준한 소통을 바탕으로 팬덤을 조금씩 확장했고 가요계에서도 '눈여겨 볼만한 유망주'라는 별칭을 지어줬다. 그리고 2015년 3번째 미니앨범으로 내놨던 '화양연화 파트 1'이 히트하면서 유명세가 높아졌다.
BTS의 전성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것은 2016년 5월 발표한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곡 '불타오르네'와 그 해 10월 공개한 정규 2집 앨범 'WINGS' 덕분이었다. 이를 계기로 BTS는 세계가 주목하는 아이돌 그룹으로 거듭났고 빅히트 역시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7년 BTS가 2001년 god 이후 16년 만에 단일 앨범 100만장 이상 판매 기록을 세우자 빅히트의 실적도 풍성해졌다. 영업이익에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등 K-Pop 3대장 기획사의 실적을 제치기 시작했다.
이 당시 빅히트의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24억원과 325억원이었는데 당시 YG의 영업이익이 252억원, JYP의 영업이익 195억원, SM의 영업이익은 109억원이었다. 이를 고려한다면 빅히트의 실적이 연예 기획사 중 최고 수준으로 치고 나간 것은 이때부터였다.
◇BTS 행보에 울고 웃은 주가
실적에서 K-Pop 왕좌를 꿰찬 이후 빅히트는 이때부터 증시 상장의 꿈을 서서히 품기 시작한다. 방시혁 의장은 2017년 12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빅히트를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2년여가 지난 2020년 그 꿈이 영글었다.
그런데 코스닥에 상장한 K-Pop 3대 기획사들과 달리 빅히트의 상장 목적지는 코스피였다. 이왕에 세계적인 콘텐츠 그룹을 꿈꾼다면 '큰 물'에서 노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2020년 8월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빅히트는 10월 진행된 공모청약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무려 58조4000억원의 증거금이 쏟아졌고 통합 경쟁률은 607.1대 1이었다.
그해 13만5000원의 공모가로 10월 15일 코스피에 데뷔한 빅히트는 개장하자마자 '따상(공모가의 2배 금액으로 시초가 형성한 뒤 상한가)'을 기록하며 증시에서도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다만 상한가는 오래 가지 못했고 시초가보다 4.44% 하락 마감했다.
그래도 K-Pop 기업 최초로 몸값 10조원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빅히트의 증시 상장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빅히트의 상장으로 방 의장은 돈방석에 올라앉았다. 상장 첫날 종가 기준 방 의장의 보유 주식가치는 3조1933억원으로 단숨에 주식부자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2021년 회사명을 현재의 하이브로 바꾼 후 주가는 끝없이 치솟았다. 2021년 11월에는 공모가의 3배를 뛰어넘는 41만원대까지 주가가 뛰었는데 BTS 오프라인 공연 재개에 대한 기대감과 메타버스·대체불가토큰(NFT) 열풍에 영향을 받은 덕분이었다.
그러나 산이 높았던 탓인지 골도 깊었다. 지난해 6월 BTS의 단체활동 잠정 중단 선언 이후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6월 15일 하이브 주가는 25% 가까이 하락하며 14만5000원까지 내려갔다. 고점 대비 64.97%나 주가가 빠졌다.
7월 말 18만원대 후반까지 회복했던 주가는 10월 중순 아예 공모가 미만으로 추락했다. 이번에도 이유는 BTS 때문이었다. 멤버들의 군 복무 문제가 대두되면서 활동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결국 고점 대비 73.55% 빠진 10만95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이때가 확실한 주가 바닥이었다. 멤버 중 맏형인 진이 육군 현역병으로 12월 13일 입대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이때부터 다시 주가는 뛰기 시작했다. 3일 종가 기준으로 19만56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같은 주가 흐름이라면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에 20만원대 회복도 매우 유력해보인다.
◇'킹'의 공백 메운 차세대 '퀸'···주가도 다시 뛴다
하이브를 거쳐간 아티스트는 많았지만 회사를 전적으로 먹여살린 아티스트는 BTS가 유일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 안팎에서는 "BTS의 활동에 공백이 생기면 하이브의 실적과 주가에도 치명적 추락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BTS의 단체 활동이 중단된 이후에도 하이브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왕'이 자리를 비웠음에도 왕국이 정상적으로 흘러가는 것은 빈 자리를 채운 확실한 아이템이 있기 때문이다. 주역은 지난해 데뷔한 걸그룹 르세라핌과 뉴진스 덕분이다.
하이브가 지난해 야심차게 공개한 르세라핌과 뉴진스는 등장하자마자 가요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심어줬다. 특히 뉴진스는 걸그룹 브랜드 평판 순위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최근에는 BTS, 트와이스, 블랙핑크에 이어 역대 4번째로 빌보드 Hot100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본업인 K-Pop 관련 산업과 연계된 사업이나 다른 콘텐츠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주가 선방의 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 2019년부터 자회사 위버스컴퍼니를 통해 사회관계망 기반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위버스는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플랫폼을 통해 직접 남기면 국내외 팬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글로벌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위버스는 유료 멤버십 구독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하이브의 실적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위버스의 구독을 통해 생긴 이익이 하이브의 이익 규모를 더 살찌우게 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해부터 게임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플린트의 지분을 인수한 하이브는 플린트의 신작 '별이되어라2: 베다의 기사들' 퍼블리싱을 맡으면서 게임 사업에 대한 확장을 본격화했다.
이외에도 유망한 게임 관련 업체들을 대상으로 지분 투자나 인수합병 등을 통해 K-Pop이 아닌 다른 콘텐츠를 통해서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NFT나 버추얼 아티스트 개발 등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데 증권가에서는 BTS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하이브가 탄탄한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며 호평을 보내고 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세대 지적재산권(IP)의 성장과 새로운 수익모델 도입 등으로 '난 자리'의 상당 부분을 '든 자리'가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남양 방씨 먼 친척' 방준혁-방시혁의 윈윈
하이브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방시혁 의장이 31.8%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는 게임 기업으로 알려진 넷마블로 1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과 두나무가 각각 6.6%와 5.6%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소액주주들이 32.99%를 쥐고 있다.
넷마블은 하이브의 상장 이전부터 하이브의 지분을 보유해왔다. 넷마블은 지난 2018년 4월 2014억원을 들여 하이브 지분 44만5882주를 확보했다.
당시 넷마블이 하이브(지분 확보 당시 빅히트)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사업 시너지보다는 가문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넷마블 창업자인 방준혁 의장과 방시혁 의장은 나란히 남양 방씨 창평공파 29세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촌 형제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았지만 민법상 가까운 친척이라 볼 수 있는 8촌 이하 관계는 아니다. 다만 안면은 꽤 있는 친척 정도라고 한다.
넷마블이 하이브의 지분을 취득한 목적은 사업적 시너지 증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다. 넷마블은 BTS의 IP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 'BTS월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넷마블은 하이브를 통해 얼마만큼 이득을 봤을까. 3일 종가 기준으로 넷마블이 보유하고 있는 하이브의 지분 가치는 1조4730억원에 이른다. 5년 전 최초 투자금액과 비교한다면 무려 7배 이상의 수익을 본 셈이 된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