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기준 통과···산‧병‧연 3자 협력 나서 'SNU미니돼지' 활용···면역반응‧감염 위험↓'난치성 1형 당뇨 치료' 기대감 커져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는 8일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종췌도이식 임상시험 계획 등을 공개했다.
2019년 바이오사업을 시작한 제넨바이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범한 이종이식제품 연구개발기업이다. 2020년 9월 개소한 제넨형질전환센터에서 형질전환돼지의 개발 및 양산을 진행 중이며, 작년 2월 준공한 제넨코어센터에서 이종이식 제품 개발을 위한 모든 프로세스를 수행하고 있다.
이종이식은 종이 다른 동물의 기관이나 조직, 세포 등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이식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안전성 우려와 윤리적 이유로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진입하기까진 장벽이 높다.
그러나 '1형 당뇨병'은 선천적인 인슐린 분비 기능 저하로 인해 발생하고,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어 췌도 이식을 통한 근본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제넨바이오는 돼지 췌도 이식을 연구하던 서울대 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연구진 및 길병원과 함께 2019년부터 'SNU미니돼지'를 활용한 이종췌도 이식 임상시험에 수차례 도전했다.
'SNU미니돼지'는 무균 자궁 적출술로 출산 돼 무균 격리 장치에서 사육된 돼지로, 서울대가 생산 중이다.
김 대표는 "고형장기는 이식 시 면역반응 때문에 형질전환 돼지를 사용해야 하지만 췌도나 각막은 무균돼지만으로도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돼지 췌도 이식시 가장 우려하는게 '돼지내인성레트로바이러스'(PERV) 감염인데 '음성' 반응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돼지 췌도를 선택한 이유는 돼지가 인간의 인슐린과 가장 유사한 인슐린을 보유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을 역임한 박정규 장기이식연구소장은 "돼지의 인슐린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사람 인슐린의 아미노산과 단 1개만 상이하다"며 "혈당이나 인슐린 농도도 인간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제넨바이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요구한 안전성 자료 등을 추가로 보완해 작년 12월 임상1상 계획을 최종 허가 받았다. 이어 지난달 19일에 열린 가천대 길병원 임상윤리심의위원회(IRB) 심의까지 통과하며 임상시험 진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번 임상시험은 WHO와 IXA가 협의 하에 마련한 이종이식 기준에 맞춰 설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IXA는 이종이식제제 원료동물은 총 149개 항목의 감염원에 대한 검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식약처는 대한감염학회와의 자문회의를 통해 국내 실정에 맞는 146개 항목을 선정했다. 이종이식에 사용되는 돼지의 경우 146개의 바이러스·세균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의미다. 제넨바이오는 검사를 통해 원료동물 및 이종췌도의 안전성을 입증했다.
회사는 WHO, IXA 기준에 준하는 무균미니돼지 사육시설도 준공해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이번 임상시험 승인 과정을 거치며 제넨바이오는 국내 기준에 부합하는 원료돼지 및 이종이식제제에 대한 검사 체계, 안전성 검증 프로토콜을 확립할 수 있었다"며 "식약처 허가를 얻기 까지 20년 이상 걸렸다. 가장 문제됐던 게 '감염' 여부였는데, 가장 높은 안전성 기준에 기반해 준비된 임상시험인 만큼 성공으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은 '저혈당 무감지증'으로 인한 혼수상태나 쇼크에 빠져 응급실에 방문했거나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3월 중 임상가능환자 모집 및 교육, 환자선별검사를 진행하고 4월부터 임상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기이식연구소에서 감염균이 없는 무균 상태의 미니 돼지를 생산해 췌장을 적출하면, 가천대 길병원에 이종이식제품 제조소 시설을 구축한 제넨바이오에서 췌장으로부터 순수 췌도를 분리, 정제해 세포치료제로 제품화할 계획이다.
이어 가천대 길병원이 정제된 이종췌도를 환자의 간문맥을 통해 이식한 후 면역억제제 치료, 이종췌도 안전성 확인, 이종이식의 효과 등을 확인하며 장기적인 추적관찰을 수행해나갈 예정이다.
제넨바이오는 추가 임상시험 진행 및 환자 대상 확대를 위해 면역억제 프로토콜 개발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동종 장기이식에서도 면역억제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장기 이식자는 면역거부반응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면역억제제를 평생 투여해야 한다. 이종이식의 경우 면역억제 프로토콜의 안전성과 효능을 더욱 향상시켜야 이식 성공율을 높일 수 있다.
제넨바이오는 이종장기 이식을 위한 새로운 면역억제제 개발을 위해 지난 2020년 1월 제넥신으로부터 PD-L1 기반의 물질 'GX-P1'과 'GX-P10'을 취득한 바 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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