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지배구조 정점'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 관건···현대글로비스 역할 주목수조원대 막대한 자금 필요 불가피···주주친화정책을 통한 '실탄' 마련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한 채 남아 있다. 2016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순환출자 고리를 추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정작 정 회장 보유한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 등 핵심 3사의 지분율은 2% 내외로 낮은 상황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이 오히려 훨씬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현대모비스의 경우 정 명예회장은 지분 7.17%를 보유한 반면 정 회장은 0.32%에 불과하다.
정의선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려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핵심이다.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늘리느냐가 이번 지배구조 개선의 최대 관심사다.
지배구조 개선 핵심은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어떻게?
가장 단순한 방법은 정 명예회장의 지분을 상속받거나 기아와 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매입금·양도소득세 등 최소 6조원 이상의 실탄과 상속세를 포함해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한데다가 개편 장기화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는 등 변수에 흔들릴 위험이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지분 매입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고려했다면 최근 몇 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시기가 적기였다고 봤다. 다만 지분 매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다른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거론되는 방법은 지난 2018년 3월 현대차그룹이 발표했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개편안이다.
해당 개편안은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으로 인적 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에 흡수합병하고,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남겨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식이다. 4년 전 추진됐던 이 시나리오는 당시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로 끝내 무산됐다.
재계에서는 정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20%)를 최대한 활용하는 4년 전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꼽는다. 지난 2018년 추진했던 개편안의 틀을 유지하면서 분할·합병 비율을 조정하거나 시장에서 공개 매수하는 방식으로 개편안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앞서 지난해 현대모비스가 모듈과 부품 제조를 각각 전담할 자회사 모트라스(MOTRAS), 유니투스(UNITUS) 2곳을 설립하면서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현대모비스 자회사 출범은 회사의 미래 역량 강화를 위한 차원"이라며 선을 그었으나, 향후 어떤 식으로든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선은 반드시 현실화될 것이라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효섭 한국ESG연구소 연구원은 "경영권 승계 완성과 관련 최근 현대모비스가 현물출자 방식으로 2개 자회사를 신설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 시, 현대글로비스 지배주주인 정 회장에게 보다 유리한 지분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재개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장기 포석 측면에서 이번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신설을 해석할 수 있다"며 "통상 지배구조 개편은 사업구조 개편을 수반해 명분과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현대모비스의 현금·현물출자는 지배구조 개편 공식을 과거와 다르게 바꾸고 활용 가능한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만만찮은 '실탄' 확보···역대급 배당 속내는?
다양한 재편 시나리오를 반영하더라도 정의선 회장이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선 '현금' 확보가 관건이다. 궁극적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시나리오든 당장 수조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지분 매입 비용과 증여세 등 오너 일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중장기적인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지배 구조 개편의 근간인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와 오너가 승계를 위한 '자금줄'로 활용될 가능성이 컸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철회하면서 최소 5000억원 규모의 현금 확보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그러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통한 '실탄' 마련의 잰걸음을 놓는 모양새다.
지난해 국내 주요 대기업이 결산 배당 규모를 줄인 가운데에도 현대차그룹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역대급 배당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받는 배당 규모도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최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해 결산 배당금으로 총 1033억원을 수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대비 31.3% 증가한 수치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배당금은 841억원 수준이다. 아직 현대위아, 이노션,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결산 배당금이 정해지지 않아 향후 배당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계열사들의 배당 확대로 정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실탄도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3개년(2022~2024년)간 주당 배당금을 전년대비 5~50%까지 상향해나간다는 계획을 밝힌 현대글로비스와 더불어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이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정 회장의 주요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지분 확보를 위해선 최대한 많은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이 배당 확대에 나서는 것을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향후 지분 매입을 위한 실탄 확보 차원에서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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