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진, 24일 만나 '윤경림 사의' 수용여부 논의구현모→윤경림 잇딴 사의, KT 직원들은 "결국엔 낙하산?"현실화한 경영공백 위기···KT 노조 "이사회 전원 사퇴하라"
24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진은 이날 오전 만나 윤 후보자 사퇴 의사에 대한 수용여부를 논의했다. 앞서 윤 후보자는 지난 22일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KT 이사진들은 윤 후보를 상대로 "회사를 생각해야 한다"며 사의를 거두고 31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까지 버텨보자고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자가 사퇴를 결단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선 정치권 압박과 검찰 수사에 따른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주무 상임위원들을 비롯한 여권은 그간 소유분산기업인 KT의 불투명한 대표 선임과 지배구조를 지적해왔다. 구현모 대표와 윤 후보자를 비롯한 KT 현직 사내외 이사진들을 '이익 카르텔'이라 비판하고, 특히 윤 후보자에 대해선 배임 의혹이 제기된 구 대표의 '아바타'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를 향한 검찰의 수사도 시작됐다. 검찰은 현재 ▲KT텔레캅 일감 몰아주기 ▲구 대표 관련 불법 지원 ▲사외이사 접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검찰을 앞세워 주총 전 윤 내정자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 본격적인 사퇴 압박에 들어갈 것이란 말까지 나왔다.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해도, 향후 KT 경영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윤 후보는 앞선 KT 이사진 조찬간담회에서 "내가 더 버티면 KT가 어려워질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KT 내부는 대혼란에 빠졌다. 구 대표가 돌연 연임을 포기했고, 공정한 경선으로 후보자가 된 윤 사장까지 물러난다. 결국 우려하던 대로 정치권 인사가 새 리더십에 오를 가능성이 커져서다. KT 한 직원은 "이 정도면 다시 사명을 한국통신공사로 바꾸고, 용산에서 새 KT 대표이사를 지명하는 게 낫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실화한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KT 정관상 윤 후보자가 사퇴하면 사내이사가 업무를 봐야 한다. 그런데 마땅한 사내이사가 없다. KT 사내이사는 곧 임기가 만료되는 구 대표와 윤 후보자 둘 뿐이다. 결국 상법에 따라 구 대표가 당분간 경영하거나, 사장급인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직무대행을 맡는 방법이 거론된다. KT는 새 대표이사 논란 탓에 보통 연말에 단행하는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을 미루고 있고, 새해 경영계획도 제대로 수립하지 못했다.
자연스레 직원들 사이에선 '이사회 책임론'이 대두됐다. KT 직원 1만6000여명이 속한 다수노조 'KT노조'는 전날 성명문을 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이사회를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서 경영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2노조인 KT새노조 역시 "우리는 현 이사회가 단순히 말로 비판받아야 하는 선을 넘어섰다고 본다"면서 "고의의 정도가 있다면 배임 여부에 대해서도 관계당국이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혼란을 초래한 이사회에 대해 단호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임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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