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부회장 "업황 회복되면 실적 빠르게 개선"솔리다임 인수 효과 없어···작년 누적적자 3.2조원반도체법에 中다롄 팹 운영 차질···장비 수급 고민
글로벌 3위 메모리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전날 2023년 회계연도 2분기(2022년 12월∼2023년 2월) 매출이 36억9000만달러(약 4조80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53% 줄어든 수치다. 순손실은 23억달러(약 3조원)로 1년 전과 비교해 적자전환 됐고 3분기 매출도 60%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마이크론의 부진에 경쟁사들도 '어닝쇼크'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1분기에만 '조 단위' 적자가 거론되는데 솔리다임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회사는 지난 2020년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위해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인 약 10조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재무상황은 좋지 않고 재고량도 쌓여 실적 부담을 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3조2300억원의 적자가 전망된다"며 "D램, 낸드 가격이 모두 하락하고 물량 감소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고정비 비중이 크게 상승한 반면 비용 구조 개선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4분기 대비 재고자산 평가 손실 규모가 모두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솔리다임의 변동성이 커 적자 규모가 더 확대될 여지도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가 M&A를 진행한 배경에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낸드 플래시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D램 사업에선 삼성전자에 이은 글로벌 2위 기업으로 발돋움했으나 낸드 점유율은 10% 초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솔리다임을 설립한 이후 SK하이닉스의 낸드 점유율은 20%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점유율 확대를 제외하곤 인수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작년 솔리다임을 포함한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 법인 누적 순손실은 3조3256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적자 규모만 3조원 넘게 늘었다. 솔리다임 실적이 처음 반영된 작년 1분기 손실은 1574억원이었으나 3분기(6133억원)와 4분기(2조4540억원) 들어 대폭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경영진들은 반등을 다짐했다. 박정호 부회장은 전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재 솔리다임 성과는 부진하나 기업용 SSD에서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올해는 개발 역량 통합을 지속하고 비용 구조 개선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체계를 갖추면 업황 회복 시 경쟁사들보다 빠르게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SD는 디지털 방식으로 메모리 반도체에 데이터를 저장하며 SSD 안에는 CPU 역할을 하는 컨트롤러, 데이터 저장을 위한 낸드 플래시. 캐시메모리 역할을 하는 D램 등으로 구성된다. 종류는 크게 소비자용(cSSD)과 기업용(eSSD)으로 나뉜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 제품에, 솔리다임은 기업용 제품에 경쟁력이 있어 M&A 이후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다.
업계에선 이르면 올해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경기 변동에 따라 영업손실이 회복되겠지만 미국의 반도체법은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특히 M&A로 인텔이 운영하던 중국의 다롄(大连)팹까지 SK하이닉스가 운영하고 있는데 반도체법으로 반도체 제조장비 수급이 어려워져 골칫거리로 전락한 상태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다롄 팹은 SK하이닉스 전체 낸드 생산량 중 31%를 책임지고 있으며 주력 제품은 144단 3D 낸드다. 하지만 회사가 업계 최고층인 238단까지 개발한 점을 고려하면 높은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해 다롄 팹 신규 생산시설 착공식에 참석해 "다롄을 SK하이닉스의 핵심 생산기지로 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반도체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SK하이닉스는 다롄 팹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업계에선 인텔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SK하이닉스에 팔아넘긴 것으로 의심할 정도"라며 "하이닉스가 인텔에서 M&A 사기를 당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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