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5구역‧과천10단지 군침···"대어급 단지 놓치기 아깝네"삼성물산, 브랜드 인지도 높지만 그룹사 눈치에 경쟁은 부담DL이앤씨, 섣불리 붙었다 지면 공들인 브랜드 전략 흔들
다만 두 회사 모두 소모전이나 홍보전이 과열되는 것을 꺼리는데다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업황이 좋지 못하다는 점에서 각자 한 단지에 집중함으로써 경쟁을 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DL이앤씨는 올해 도시정비 대어로 꼽히는 용산 한남5구역과 과천 주공10단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두 단지 모두 다른 건설사에서 불참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한남5구역은 동빙고동 일대(18만6781㎡)에 용적률 219.4%를 적용해 지상 최고 23층, 2555가구(임대주택 384가구 포함)를 짓는다.
한남뉴타운 내에서 한강조망면적이 가장 넓은 곳이다. 당초 이 지역엔 두 업체 외에 GS건설도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 한남4구역으로 관심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주공10단지는 과천 일대 재건축의 마지막 퍼즐로 꼽힌다. 경기 과천시 관문로 일대 632가구를 최고 28층 1339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이미 다른 단지들이 시공사를 선정하거나 분양까지 마친 상태여서 '마지막 단지'인 이곳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물산과 DL이앤씨가 주요 사업장에서 수주전을 벌인 것은 2020년 5월 신반포15차 이후 3년 만이다. 당시엔 강남진출을 노리던 호반건설과 3파전을 벌였다. 해당 사업에서 삼성물산은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5년 만에 강남 재건축 시장 재진입에 성공했다.
업계에선 두 업체가 대결을 피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두 업체가 맞붙었을 때 이익보단 손해가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잡음이 큰 도시정비사업에서 무리한 사업을 벌일 마음이 없다. 삼성그룹은 준법감시위원회를 중심으로 계열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옥죄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도 수주 활동에서 홍보의 비중을 크게 줄인 상황이다.
DL이앤씨도 전년 8위까지 떨어졌던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3위로 끌어올리고 브랜드 평판도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1위인 삼성물산과 대결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DL이앤씨는 2019년 아크로 갤러리를 열고 브랜드 고급화에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2021년엔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에서 롯데건설의 '르엘'을 누르면서 위상을 높였다. 굳이 일반 브랜드인 삼성물산의 래미안과 대결에서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는 관측이다.
업계에선 만약 두 업체가 서로 양보를 하게 된다면 한남5구역을 삼성물산이, 과천주공10단지를 DL이앤씨가 가져갈 것이라고 본다. 삼성물산은 과천에서 이미 3개가 넘는 준공 단지를 가지고 있다. 반면 한남뉴타운에선 아직 실적이 없다.
DL이앤씨는 반대로 과천에서 아크로의 깃발을 꽂지 못한 상태다. 내부에서도 과천 유일의 '아크로'를 내세우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 값과 인건비가 오르는 등 공사비 부담이 커진 것도 맞대결을 껄끄럽게 만드는 요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건설업계의 매출원가는 ▲현대건설 92.4% ▲GS건설 88.8% ▲대우건설 87.8% ▲DL이앤씨 87.2% 수준으로 평년 대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 가까이 상승했다. 제로섬게임인 도시정비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하기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관계자는 "당장엔 삼성물산이나 DL이앤씨 모두 대어급 사업장인 한남5구역과 과천주공10단지 모두 수주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맞대결을 펼치기엔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적정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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