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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美 IRA 계산서 날아왔지만···"나쁘게만 볼 것 없다"

산업 자동차

美 IRA 계산서 날아왔지만···"나쁘게만 볼 것 없다"

등록 2023.04.18 16:07

수정 2023.04.18 16:31

박경보

  기자

美서 보조금 받는 전기차 16종 뿐···전부 美 브랜드IRA 시행 이후 판매 '뚝'···"플릿 비중 확대로 버텨"전문가들 "특별하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

美 IRA 계산서 날아왔지만···"나쁘게만 볼 것 없다" 기사의 사진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들이 미국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플릿 판매 비중을 늘리는 등 잇몸으로 버틸 계획이지만 일각에선 피해금액이 12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일본과 독일 브랜드의 경쟁차종들도 보조금 대상에서 빠진 만큼 나쁘게만 볼 것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정부는 17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따라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16개 전기차 차종을 발표했다. 미 재무부가 발표한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3‧모델Y 쉐보레 볼트EV‧이쿼녹스, 포드 E-트랜짓‧머스탱 등 모두 미국 브랜드 차량이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폭스바겐, 토요타 등 북미에 전기차 생산공장이 없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세부지침에 따르면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는 기존 25종에서 16종으로 크게 줄었다. 브랜드별로는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지프·크라이슬러)만 보조금 수혜를 입게 됐다.

GV70도 보조금 없어···신공장 완공까지 판매 차질 불가피
IRA는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 세액공제 형태로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엔 조립 요건만 맞추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배터리 요건까지 충족해야 보조금이 지급된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네시스 G70 전동화 모델도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이유로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보조금 지급 규정이 강화되면서 7500달러 전액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는 10종에 불과하다. 올해는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하면 3750달러, 미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 사용하면 3750달러가 지급된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온 현대차‧기아는 2025년 조지아 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당분간 판매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IRA 시행으로 총 11조6000억원의 수출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 전기차 생산공장이 가동되기 전까지 연간 10만대의 전기차를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 하지만 IRA 시행으로 약 20만대 가량의 수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피해 예상금액인 11조6000억원은 수출 차질 물량 20만대, 1대당 판매가격 4만달러, 원‧달러 환율 1450원을 적용한 액수다.

잘 나가던 아이오닉5‧EV6, IRA 시행 후 '급제동'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2017년 2588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5만8028대로 폭증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전용 전기차들의 높은 상품성과 현지 보조금 효과가 맞물린 결과다. 기아가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를 시작한 2014년(현대차는 2017년) 이후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랑은 11만4642대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5와 EV6의 미국 판매량은 IRA가 시행된 지난해 8월부터 뚜렷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6월 2853대, 2567대를 기록한 아이오닉5‧EV6의 판매량은 2개월 뒤 1516대, 1840대로 내려앉았다. 아이오닉5와 EV6은 같은해 11월에도 각각 1191대, 641대에 그치는 등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美 IRA 계산서 날아왔지만···"나쁘게만 볼 것 없다" 기사의 사진

그간 정의선 회장 등 현대차그룹의 경영진들은 IRA 대응을 위해 수차례 미국 출장을 떠났지만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리스 등 플릿 차량의 판매 비중을 기존 5%에서 30%까지 확대하고, 조지아 신공장의 완공일을 기존 2025년에서 내년 말로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근 들어 판매량을 다시 회복하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IRA 시행 이후 1500대 안팎에 머물렀던 아이오닉5의 월간 판매량은 올해 2월부터 2개월 연속 2000대를 돌파했다. 이는 보조금을 받지 않더라도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는 고소득층이 현대차와 기아를 찾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고객의 고소득층 비율은 경쟁사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 "IRA 우려 지나쳐"···관건은 핵심광물 中 의존도
전문가들도 이번 IRA 세부지침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고 입을 모았다. 폭스바겐 ID 시리즈 등 현대차와 기아의 경쟁차종들도 모두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 점유율을 살펴보면 한때 10%를 넘긴 후 5%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6~7%까지 회복됐다"며 "이미 지난해 8월부터 보조금을 못 받고 있었던 현대차와 기아에 세부지침이 특별히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현대차와 기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달라지기 때문에 IRA 시행에 따른 피해액을 추산하는 건 현재로선 큰 의미가 없다"며 "현대차그룹은 앞서 발표된 것처럼 전기차의 플릿 판매 비중을 높이고 현지 신공장 완공일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들이 미국 보조금 지급명단에서 빠지는 건 이미 모두가 예상했다"며 "중요한 건 독일과 일본의 경쟁차종들도 모두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지 생산되는 제네시스 GV70의 경우 당장은 보조금을 받을 수 없지만 중국산 배터리를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 30%가 리스로 판매되고 있는 만큼, 플릿 판매 확대 등 응급조치를 취하면서 현지 공장 완공을 앞당기는 게 이상적인 그림"이라고 부연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전기차 배터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게 관건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못 받게 되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어차피 IRA는 미국이 자국 기업을 위해 시행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배터리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최대한 줄여나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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