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이었던 인테리어 바꾸고 승차감까지 개선IACC 신규 적용해 주행 편의‧안전성도 강화온로드 주행감과 낮은 연비는 여전히 아쉬워
KG모빌리티는 새로운 렉스턴과 렉스턴스포츠에 각각 '아레나'와 '쿨멘'이라는 서브네임을 붙였는데요. 이번 상품성 개선의 핵심은 편의사양 강화와 인테리어 변경입니다. 일반적인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이 외관 디자인 개선에 맞춰져 있는 것과 달리 소비자들의 니즈를 '족집게'식으로 반영했다고 생각됩니다.
렉스턴 브랜드는 2001년 첫 출시 이후 20년 넘게 국내 오프로더 마니아들의 사랑을 독차지해왔습니다. 높은 토크의 디젤엔진과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 프레임보디, 높은 지상고까지. 무늬만 SUV인 도심형 SUV들과 달리 험로를 무리없이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죠.
이번에 만난 렉스턴스포츠는 특유의 오프로더 감성이 한층 뚜렷해진 느낌입니다. 전면 범퍼는 하단을 검은색으로 나눠 지상고가 높아보이도록 디자인됐는데요. 특히 세로형에서 가로형으로 바뀐 LED 안개등은 과거 무쏘의 방향지시등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전면 그릴의 디자인은 사진으로 볼땐 다소 난해하게 느껴져 아쉬웠는데, 실물로 보니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미국의 정통 픽업트럭들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여기에다 렉스턴에 적용됐던 HID 헤드램프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와 신형다운 이미지를 갖췄습니다.
측면부와 후면부의 디자인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외장 색상이 더 추가됐습니다. 시승차에 적용된 샌드스톤 베이지는 왜 이제야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렉스턴스포츠와 잘 어울렸습니다. 샌드스톤 베이지 색상은 전 모델의 아마조니아 그린에 이어 렉스턴스포츠의 메인 색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번 시승차는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허브스페이스, 서스펜션 스프링 인치업, BF 굿 리치 AT 타이어 등 규제 범위 내에서 튜닝된 차량입니다. 프레임 보디 차량은 드레스업 또는 오프로드 주행을 목적으로 하체를 튜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지상고가 높아지고 바퀴의 폭도 커지면서 한층 우람해진 듯한 모습입니다. 175만원 상당의 '어드벤처 패키지'를 선택하면 언더커버, 오프로드 사이드스텝 등과 함께 10mm 가량 높아진 서스펜션도 특별히 적용됩니다.
운전석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서니 '상품성 개선'이라는 표현을 단번에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2019년 초기형 렉스턴스포츠를 구입해 벌써 4년째 운용해오고 있는데요. 실내만큼은 구형과 비교해 완전히 다른 차입니다. 플로팅 디스플레이와 수평형 송풍구, 세련된 공조기 화면과 버튼까지. 다소 촌스러웠던 인테리어가 토레스를 보는 듯 완전히 새로워졌습니다.
다만 스티어링 휠과 기어레버는 기존 디자인이 유지됐습니다. 렉스턴스포츠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렉스턴과의 '팀킬'을 방지하려는 의도일겁니다. 적재함 외에 다른 점이 없다면 대부분 렉스턴스포츠를 택할테니까요. 실제로 기본트림을 기준으로 두 차량의 가격차이는 약 1000만원에 달합니다.
오너로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렉스턴스포츠의 장점은 부드러운 엔진질감입니다. 시동버튼을 누르면 디젤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신차라 그런 것 아니냐고요? 수만km를 주행한 제 차도 냉간 시엔 조금 시끄럽지만, 열간시 다른 디젤차보다 조용한 편입니다.
2.2ℓ 디젤엔진과 아이신 6단변속기를 맞물린 렉스턴스포츠는 최대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kg‧m의 힘을 내는데요. 몸집에 비해 출력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토크는 꽤 높은 수준입니다. 고속도로에서 빠르게 달릴 순 없겠지만 험로 주파와 경사로 등판, 견인 등에 특화돼 있다는 얘기죠.
그래서일까요. KG모빌리티는 이번 시승회에서 오프로드 주행코스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시승을 위해 특별히 개방된 임도에서 렉스턴과 렉스턴스포츠의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화천 평화의 댐에서 옛 전두환 전망대 터까지 총 왕복 16km의 임도를 주행하는 동안 매우 안정적인 거동을 보여줬습니다.
'4륜 로우(4L)' 모드로 설정한 후 임도를 오르니 특유의 토크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저속에서 묵직하게 치고 올라가면서도 한 번도 슬립을 내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한짝에 50만원 가까운 고급 AT타이어를 장착한 덕이 있겠지만, 어지간한 임도는 순정 상태로도 충분히 주행할 수 있을 겁니다.
렉스턴 브랜드는 프레임 보디를 쓰고 있기 때문에 고르지 않은 노면에서 차체가 뒤틀릴 걱정도 없습니다. 지상고가 높은 편이라 일반적인 SUV에 비해 '수리견적'이 발생할 가능성도 낮습니다. 국내에서 렉스턴 브랜드와 오프로드 성능을 비교할 만한 차는 기아 모하비가 유일합니다.
일반적인 세단과 SUV에 적용된 상시 사륜구동(AWD) 시스템은 일반도로에서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렉스턴 브랜드의 파트타임 사륜구동(4WD)은 눈길, 진흙길, 산악지형 등 험로 주행에 특화돼 있습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전륜과 후륜에 50대 50으로 구동력을 배분하고, 구조가 단순해 정비성도 좋은 편입니다. 다만 사륜 모드로는 고속주행과 코너링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죠.
오프로드에서 렉스턴과 렉스턴스포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온로드에선 넓은 시야와 개방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차체가 높다보니 버스에 앉아있는 것처럼 전반적인 교통상황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이 맛을 아는 렉스턴 오너들은 오프로드를 즐기지 않더라도 지상고를 올리는 하체 튜닝에 나서는 경우가 많죠. 최근엔 KG모빌리티가 SSF(정적안전성인자)를 공개하면서 구조변경 비용이 크게 줄어든 만큼, 렉스턴과 렉스턴스포츠의 튜닝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온로드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새롭게 추가된 반자율주행 기능입니다. 렉스턴과 달리 렉스턴스포츠는 일반 크루즈 컨트롤만 가능했었는데요. 이번에 나온 '쿨멘'은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이 새롭게 적용돼 주행 편의성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반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건 기존 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 중에 하나였는데, 약점을 완벽히 보완했다고 봐야겠네요.
기존 렉스턴스포츠 오너로서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승차감 개선입니다. 렉스턴스포츠는 프레임 보디를 쓰는데다 캐빈과 분리된 적재함을 달고 있어서 탑승한 승객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번 '쿨멘'은 적재함에 아무것도 싣지 않았는데도 통통거리는 느낌이 덜 했습니다. 회사에 확인해보니 캐빈과 프레임을 결속하는 부싱을 개선했다고 하는데, 이정도면 승차감 개선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장에선 렉스턴보다 화물차인 렉스턴스포츠의 승차감이 더 좋게 느껴졌는데요. 다만 차체가 높은 탓에 온로드 주행 시 롤링이 느껴지는 건 여전했습니다. 가속할 때도 출력이 부족해 기어가 수시로 킥다운되는 점도 거슬렸습니다. 다만 아이신 6단 미션의 렉스턴스포츠와 달리 메르세데스-벤츠의 7단 미션을 쓰고 있는 렉스턴은 고속주행에서 좀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총평
최근 다소 판매량이 주춤했던 렉스턴과 렉스턴스포츠는 상품성 개선을 통해 약점을 크게 보완했습니다. 인테리어 및 승차감 개선, 그리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도입(렉스턴 스포츠)까지. 고객들의 불만과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특히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흰 도화지'인 렉스턴스포츠가 제 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롤바와 적재함 커버, 리프트업 등 서스펜션 튜닝, 휠‧타이어 교체, 오버휀더, 언더커버 등 애프터마켓 튜닝파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차량을 꾸밀 수 있기 때문이죠. 흰 도화지에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만큼, 이 세상에 완벽하게 똑같은 렉스턴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을 겁니다.
10km/ℓ를 간신히 넘는 복합연비와 '불호'가 압도적일 승차감은 다소 아쉬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렉스턴과 렉스턴스포츠는 '내 삶을 변화시킬 차'라고 생각합니다. 캠핑 등 다양한 레저활동에 적합하고 튜닝을 통해 개성을 드러낼 수 있으니까요. 천편일률적인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약점을 보완한 렉스턴 브랜드의 가치와 위상이 더욱 높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